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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이 가득 찬 가운데 금요일엔 돌아오렴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객석이 가득 찬 가운데 금요일엔 돌아오렴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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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가라앉았습니다. 그 안에 내 가족이 있었습니다. 1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내 딸, 내 아들, 내 남편, 내 가족이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있습니다. 얼마나 캄캄했을까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추웠을까요,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내 가족은 그 끔찍한 곳에 언제까지 있어야 하나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사람이 있다. 최근 유가족과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올바른 진상규명과 세월호 인양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가운데, 공주시 시민사회단체 17곳이 모여 만든 '세월호 진실 인양을 바라는 공주시민 모임'이 지난 7일 오후 7시 '세월호 유가족과 작가단이 함께 하는 금요일에 돌아오렴' 공주 북콘서트를 공주 문예회관에서 열었다.

'희망꿈공주학부모회' 이상미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콘서트에는 100여 명이 넘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콘서트에 앞서 주최측은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세월호 인양 요구' 서명운동을 벌였다. 콘서트장 안팎에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내 가족이 세월호 속에 있습니다'란 문구가 적힌 피켓이 곳곳에 세워졌다. 또 참석자들에게 노란 손수건을 나눠줬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세영이 엄마의 편지글이 침몰 당시 아이들이 찍은 영상을 바탕으로 소개되기도 했는데,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흘러나와 관객석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관객들은 소리나눔의 오카리나 연주와 조아람(7), 조아해(10) 남매의 아리랑을 들으면서도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저자 중 한 명인 명숙 작가는 "광화문에서 유가족들이 머리를 자르면서 이 나라에 대통령이 있느냐고 울부짖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라며 "<금요일에 돌아오렴>에는 팽목항과 광화문 등 길거리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았다, 언론에서는 왜 진실을 보도하지 못하고 보상만 이야기하는지... 미안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들은 뻔뻔하게 웃으며 살아가고 가족들만 죄인처럼 참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났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전 국민이 한 권씩 봐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콘서트에 좌측으로부터 명숙 작가와 세월호 유가족인 호성이 엄마, 세영 아빠, 이태호 공동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콘서트에 좌측으로부터 명숙 작가와 세월호 유가족인 호성이 엄마, 세영 아빠, 이태호 공동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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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죽어갈 때 웃고 있었던 권력자들을 무릎 꿇리고 진심으로 용서를 받아 내겠다."

발목을 다쳐서 목발을 짚고 다니는 호성이 엄마는 "엄마로서 해줄게, 이것밖에 없어서 머리를 잘랐다,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자를 것이다"라며 "저는 호성이라도 찾았는데 찾지 못한 유가족이 있다, 그분들 앞에만 서면 고개를 들지 못한다"라고 미안해 했다. 이어 "저는 아이에게 너만 잘하면 된다고 했고, 선생님에게도 복종하라고 가르쳤다"라며 "아들의 장례를 치르고 유족들 뒤에 숨어서 눈물만 흘리며 살다가 '엄마가 나보고 참으라고 했잖아'라고 질책하는 아이가 생각나서 앞에 나서서 싸우고 있다"라고 밝혔다.

호성이 엄마는 "하루에 수백 대의 버스가 드나드는 청와대나 국민이라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국회도 우리는 못 들어가게 막고 또 막는다"라며 "죄인도 아닌데 창피하고 서러워서 말도 못하고 울기만 하다가 용기를 내서 간담회에 나오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책을 내자는 연락을 받고서, 그동안 힘들었던 과정을 생각하며 4시간 반 동안 울기만 하였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304가족이 아니 안산시가 무너져 버렸다는 생각에 4월 16일 산체로 수장되었던 아이들의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라며 "대한민국이 괴물이 사는 나라에서 안전한 나라가 되는 그 날까지 노력할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세월호 대책위 이태호 공동운영위원장은 "어제 세종시 해수부로 간 130명 중 갈비뼈가 부러지고 어깨를 삐는 등 심한 부상을 당한 분들이 있다"면서 "언론은 단순히 경찰과 충돌했다는 식으로 나왔다, 우리가 왜 삭발하고 정부와 부딪치며 대통령을 욕하는 것인지 진실을 얘기해야 할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라며 "어제(6일)는 대통령 시행령 입법 예고 마지막 날이라서 해수부 장관을 만나려고 한 것인데, 대통령이 인양에 관해 언급을 하면서(언론 등이 대통령 말에 집중하며) 진실을 가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우리는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고자 가족들이 만든 위원회에 기소권, 수사권, 조사권을 요구한 것"이라며 "(그런데 참사 발생)1주기가 다 되어 가도록 시행도 못 한다고 하니까, 정부가 쥐락펴락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이 다 같이 ‘잊지 않을게’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란 노래를 합창했다.
 참석자들이 다 같이 ‘잊지 않을게’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란 노래를 합창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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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2학년 세영 아빠는 "아이가 다행히 배에서 뛰어 내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팽목항을 찾았을 때 많은 자원봉사자가 현장에 있었는데 1/5이 사복경찰인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라며 "언론을 통해 나오는 '사상 최대의 작전'을 믿었고 사고 현장에서 밤새도록 조명탄이 터지는 것을 보면서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사고 현장에서 조명탄만 쏘아 올리고 구조는 잘 안 되는 것을 보고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안산에 분향소를 처음 만들었을 때도, 9시에 문을 연다고 했다가 8시에 박근혜 대통령이 오니까, 유가족들을 막고 나가지고 못하게 하더라"면서 "(유가족도 아닌)한 할머니와 손을 잡은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난 딸 바보라고 할 정도로 세영이와 대화를 많이 했고, 걸그룹을 다 알 정도였다"면서 "지금도 분향소에 걸린 사진을 보면 내 딸이 가장 예뻐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날 유가족들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잃은 아이들 때문에 남은 아이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진실이 밝혀지는 그 날까지 함께 해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이후 유가족들은 시민과의 대화에 이어 '잊지 않을게'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노래를 참석자들이 함께했다.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 않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 않게
일 년이 가도 십 년이 가도 아니 더 많은 세월이 흘러도
보고픈 얼굴들 그리운 이름들 우리 가슴에 새겨놓을게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 않게..."


태그:#세월호, #북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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