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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인천시장(사진 가운데)는 지난 3월 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칼리파 알 다부스 두바이투자청(ICD) 부사장 겸 퓨처시티 CEO(사진 왼쪽에서 세번째)로부터 투자의향서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했다.
▲ 두바이투자청 유정복 인천시장(사진 가운데)는 지난 3월 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칼리파 알 다부스 두바이투자청(ICD) 부사장 겸 퓨처시티 CEO(사진 왼쪽에서 세번째)로부터 투자의향서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했다.
ⓒ 사진제공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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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향서 접수 후 '2주 후 양해각서 체결'한다더니...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3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일정에 맞춰 아랍에미리트(UAE)로 3박6일 일정으로 투자 유치를 위한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유 시장은 중동의 대규모 오일머니(oil money)를 유치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제2의 중동 붐'을 인천에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두바이투자청(ICD: Investment Corporation of Dubai)과 작년부터 장시간 투자 유치 협상을 진행하면서 상당한 의견조율을 거친 만큼 대규모 투자 유치 성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유 시장이 3월 3일(현지 시각) 두바이에서 칼리파 알 다부스 '퓨처시티' CEO(=Chief Executive Officer, 최고경영자)를 만나, 36억 달러(=약 4조원)를 투자에 인천 검단에 '퓨처시티'를 건설하겠다는 두바이투자청의 투자의향서를 접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시는 "2주 후 두바이투자청이 인천을 방문해 투자의향서에 따른 정식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고, "최종 투자 합의에 따라 양쪽의 서명 작업만을 남긴 MOU는 통상적인 포괄 업무협약 수준이 아닌, 사실상의 준계약서 형태로 대단히 구체적인 투자ㆍ 사업내용까지 담게 돼있어 그 어느 때보다 실질적인 성과이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시는 두바이투자청의 투자 유치가 기존 투자 유치와 달리 검단지역 약 386만㎡(약 117만평)에 대규모 글로벌 기업도시 '퓨처시티'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검단 퓨처시티는 두바이가 직접 투자하고 건설하는 세계 세 번째이자 동북아시아 최초로 조성하는 도시라는 데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는 두바이투자청의 4조 원 투자 유치로 "검단은 이제 산업·연구·관광 등의 주요 기능과 함께, 정주에 필요한 주택·교육·의료·문화 등 복합 기능까지 갖춘 도시로 완벽히 새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라며 "지지부진했던 개발 사업을 한 번에 해결하는 것은 물론, 직접고용 인원 5만명을 창출하고, 검단 내 신규 입주기업의 매출도 1조원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당시 우승봉 시 대변인은 "이번 투자 건은 지난해부터 두바이투자청과 긴밀히 협의해왔던 것으로, 지난 2월 초 두바이투자청으로부터 공식 투자 의향을 접수하고 청와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왔다"며 "이번 성과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협력의 대표적 성공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가 3월 4일 이러한 내용을 발표하면서 2주 후로 예정했던 두바이투자청과 MOU 체결은 3월 31일 현재까지 진척이 없다. 시 투자유치단이 두바이투자청과 진행하고 있는 일은 현재까지 없는 상태다.

검단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투자 조건, 현실성 떨어져

유 시장이 공언한 두바이투자청의 4조원 검단 투자 유치가 과거 용유·무의지구 에잇시티처럼 공염불에 그칠 우려가 커지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등 시민단체 16개로 구성한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3월 31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단 4조원 투자 유치의 의혹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앞서 시는 김진규 시의원의 시정 질문(시의회 222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 대해 "2월 3일 두바이투자청으로부터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했으며, 향후 사업추진 일정 등에 관해 협의한 후 투자 MOU를 체결하고 각종 행정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이 답변대로 하면, 유 시장은 3월 2일 두바이 출장 전에 이미 두바이투자청으로부터 투자의향서를 받은 셈이다. 그런데 시는 '유 시장이 3월 3일 두바이 현지에서 투자의향서를 접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투자의향서 접수 시점이 한 달 정도 차이가 난다.

두바이투자청이 검단에 조성하기로 했다는 '퓨처시티'는 두바이투자청의 해외 신도시 진출 모델로, 두바이투자청의 자회사인 퓨처시티글로벌인베스트먼트가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유 시장은 3월 초 두바이 출장 때 퓨처시티글로벌인베스트먼트 부사장으로부터 투자의향서를 받았다.

두바이투자청은 투자의향서를 전달하면서 투자 조건으로 검단신도시 기반시설 확충을 시에 요구했다. 또한 검단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외국자본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기존 경제자유구역도, 영종과 청라지구는 송도에 비해 개발이 더딘 상태다. 게다가 용유·무의지구 에잇시티처럼 경제자유구역에서 실패한 부동산개발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일부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했다. 게다가 인천에 경제자유구역 추가지정은 영호남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게 뻔하다. 어떻게 검단신도시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또, "두바이 오일머니가 국내 투자 의사를 밝혔다가 무산된 사례가 두 건이나 있다. 두바이 부동산개발회사가 2008년 제주, 2014년 경기도 파주에 스마트시티 조성을 추진했는데 무산됐다. 스마트시티가 곧 퓨처시티다. 두바이 자본의 신뢰성에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인천YMCA 등 16개 단체로 구성 된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3월 31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바이투자청의 검단 4조원 투자 유치 의혹을 밝히라’고 인천시에 요구했다.
▲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인천YMCA 등 16개 단체로 구성 된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3월 31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바이투자청의 검단 4조원 투자 유치 의혹을 밝히라’고 인천시에 요구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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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유치단이 아니라, 시장 비서실이 전담?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가 검단 4조 원 투자 유치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시가 공언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하지 못한 것과 더불어, 투자 유치를 상식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시는 4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면서 시의 전담 부서인 투자유치단을 가동하지 않았다. 이 투자유치단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 인천도시공사 투자유치처를 총괄하는 투자유치기획위원회도 가동하지 않았다.

유 시장은 투자 유치 컨트롤타워로 투자유치기획위를 지난해 11월 설치했다. 위원장은 경제부시장이다. 그러나 투자유치기획위는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에 시가 인천경제자유구역 미단시티에 홍콩 주대복 그룹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낼 때 투자유치기획위를 가동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또한 투자 유치 경험이 가장 많은 인천경제청도 유 시장의 두바이 출장 사실을 몰랐고, 이해관계가 가장 밀접한 인천도시공사의 경우 사장만 참석했을 뿐, 실무를 책임지는 투자유치처장은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시의 투자 유치 전담 부서인 투자유치단은 이번에 철저히 소외당했고, 시장 비서실과 경제특보가 진두지휘했다. 총체적 부실이 아닐 수 없다. 4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데 공식 조직을 통하지 않고 왜 비서실에서 추진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의혹을 유 시장이 직접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시는 이번 투자 유치를 지난해부터 준비한 것이라 했지만, 진행 상황과 현재 결과를 보면 수긍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일정에 맞춰 유 시장 비서실과 경제특보 주도로 급하게 준비하다보니 투자유치단이 참여할 틈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투자 유치 경험이 많은 투자유치단이 빠지면서 시와 두바이투자청 사이에 직접채널을 가동하는 대신 두바이투자청의 대행사와 시 사이에 실무협의가 이뤄진 탓에 투자의향서 체결 과정에 혼선을 초래했다.

유 시장은 출장을 떠나기 전에 구체적인 투자계획과 사업내용이 담긴 준계약서 수준의 양해각서 체결을 기대했다. 하지만 투자의향서를 전달받는 수준에 그쳤고, 그것도 두바이투자청의 의장 또는 부의장이 아니라 자회사 부사장이 전달하는 것에 머물렀다.

이와 함께 투자의향서 접수 이후 투자 유치 관리도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투자의향서 접수까지는 대통령 순방에 맞춰 시장 비서실에서 급하게 진행한 것이라 해도, 투자의향서 접수 후 투자 유치 관리는 투자유치단이 맡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사후 관리에서도 투자유치단은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두바이 4조 원 투자 유치 건, 4.29 재선거 쟁점으로 부각

유 시장이 두바이로 출장을 갈 때 만해도 서구 검단1~5동이 속해 있는 서구·강화군<을> 선거구의 재선거는 확정되지 않았다.

유 시장이 출장을 다녀온 후 이 지역구 새누리당 안덕수 의원이 선거회계 책임자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재선거가 확정됐고, 그 뒤 검단 투자 유치 건은 이 지역 쟁점으로 부각했다.

검단신도시는 인천도시공사의 부채 8조 1600억 원 중 약 3조 원이 발생한 곳이다. 인천도시공사는 검단신도시 1지구(11.24㎢=약 340만평) 사업에 토지 등 보상비로 지금까지 약 2조 2000억 원을 투입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부채가 3조원이고, 하루 이자가 8억 원이 넘는다.

이에 유 시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사업 지분 조정을 제안했다. 검단신도시를 LH가 맡고, 영종하늘도시를 인천도시공사가 맡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LH는 시와 LH가 사업 지분을 절반씩 가지고 있는 루원시티 사업(조성원가 3.3㎡당 2120만원)을 시가 떠안으면 검단신도시를 자기네가 맡겠다며, 사실상 시의 요구를 거부했다.

지분 조정이 어렵게 되자, 시는 ▲'검단~장수'간 민자도로 건설로 3.3㎡당 3만 원 ▲저심도 도시철도 공법으로 3.3㎡당 7만 원 ▲공원·녹지율 축소로 3.3㎡당 10만 원, 도합 3.3㎡당 20만원의 조성원가를 줄이면 사업성이 있다고 여기고, 검단신도시 1지구의 약 16.7%에 상당하는 188만㎡(약 56만 8700평)를 1단계 시범사업지구로 정해 대물공사를 발주할 계획이다.

또한 중앙대학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인천지방법원 서북부지원과 인천지방검찰청 서북부청, 대형 유통시설 등 앵커시설을 유치해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검단~장수'간 민자도로의 사업비가 약 8000억 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돈을 투자해 조성원가를 3.3㎡당 3만원 낮추는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이 도로는 계양산에서 천마산과 원적산, 만월산으로 이어지는 인천의 녹지축을 모두 관통해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아울러 중앙대는 당초 인천캠퍼스에서 의과대학으로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등, 여전히 변수가 많고, 인천지법 지원과 인천지검 지청 등도 확정된 바 없다.

이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는 두바이투자청의 퓨처시티를 검단신도시에 띄웠다. 이는 재선거와 맞물려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의향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투자 양해각서보다 더 낮은 단계에 불과하고, 양해각서를 언제 체결할지, 체결할 수 있는 건지 모르는 상황이다.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양해각서만 바라보며 파산 위기에 처한 시와 인천도시공사의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두바이투자청의 4조 원 투자 유치가 검단신도시 사업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 구조조정을 위해 유 시장은 4조원 투자 유치의 진실을 밝히고, 검단신도시 사업 포기를 선언해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시 투자유치단장은 "투자 유치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하는 게 있고, 이번 두바이 투자 유치 건처럼 급하게 진행하는 것도 있다. 두바이 투자 유치는 '탑-다운(위에서 아래로)'방식으로 시장실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투자유치단에서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다. 사후(=투자의향서 접수 후) 투자 유치 관리도 시장실에서 맡아 현재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또한 "MOU 체결에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4월 말에 두바이로부터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유정복, #인천시, #제2 중동 붐, #두바이투자청, #검단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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