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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1일자 'The Indianapolis Star' 1면
 3월 31일자 'The Indianapolis Star' 1면
ⓒ The Indianapolis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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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디애나 주의 대표적 지역 신문인 <The Indianapolis Star>의 경고가 실현됐다. 3월의 마지막 날, 이 매체는 자사 신문 1면을 검은 바탕에 세 단어로 채웠다. 'FIX THIS NOW'(당장 법을 고쳐라). 나흘 전, 마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가 서명한  <종교 자유 회복에 관한 법>(the Religious Freedom Restoration Act)을 고치라는 것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마크 펜스(Mark Pence) 주지사가 한 법안에 서명하자 미국 전역이 들끓었다. 인디애나 의회가 하루 전 통과시킨 이 법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슬람 같은 타 종교, 게이나 레즈비언 같은 다른 성향의 사람들에게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에 관한 법이다. 식당이나 호텔 같은 업소는 물론이고 성당이나 교회에서도 이들의 결혼식을 거부할 수 있다. 서비스를 거부한 쪽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오는 7월 1일 이 법이 시행되면, 꽃집 주인은 손님이 동성애자란 이유로 꽃을 팔지 않을 수 있다. 인종과 나이, 피부색, 성적 다름 등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는 연방 법인 <차별 금지법>과 정면 배치되지만 정치 기반인 '보수 공화당 기독교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다.

그러나 대내외 전면적이고 집요한 공세에 마크 펜스 주지사는 항복했다. 서명 후 닷새 만에 문제의 법을 고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인디애나의 선례를 눈치 보고 있던 다른 보수 주들도 처신에 바쁘다.

"나는 우리 주가 차별이 아닌 관용의 주로 알려지길 바란다."

인디애나 주의 법과 같은 법안에 서명하려던 공화당 소속 알칸사스의 아사 허친손(Asa Hutchinson) 주지사가 4월 1일 기자회견을 했다. 인디애나에 이어 두 번째 법률 통과가 예상되던 주였다. 그는 노동조합에서 일하는 자신의 아들도 이 법에 반대했다며 수정을 위해 법안을 의회로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여론에 만신창이 된 인디애나가 반면교사가 됐음이 분명하다.

'차별법'에 대한 미국 전역의 적극적인 저항

초기 펜스 주지사는 강경했다. 일요일, 미국 ABC 방송의 <THIS WEEK>에 마크 펜스 주지사가 연결됐을 때만해도 그는 이 법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어떠한 수정도 없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훨씬 혹독했다. 지난달 27일, 인디애나 주지사의 차별법 서명 소식에 인디애나폴리스 청사 앞에는 수 백 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반 역사적인 법안에 대한 항의였다.

이들 손엔 '예수님도 모두에게 봉사하셨다', '증오는 비싸지만 사랑은 공짜', '모든 후티스(인디애나 사람들)에게 자유를' 같은 피켓들이 들려 있었다. 지역 언론도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도시의 상점들도 빠르게 동참을 표시했다. '우리 가게는 그 누구도 거부하지 않는다', '모두 환영' 같은 스티커를 업소마다 붙이며 주지사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음을 선언한 것이다.

인디애나 소재 상점들의 민첩한 반대 스티커 운동에는 다음 주 열릴 큰 행사 탓도 있다. <3월의 광란>이라 불렸던 전미 대학 농구 4강전이 다음 주 4월 4일과 6일 이곳 인디애나 폴리스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작년 텍사스에서 열린 4강전의 관객은 15만8천682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인디애나의 상점들은 기록 갱신이 예상되는 결승전 손님맞이로 들떠있던 와중이기 때문이다.

때맞춰 인디애나폴리스에 본부가 있는 '전미 대학 스포츠 협회(NCAA)'도 법안 통과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종교 자유라 명명했지만 결국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이들에 대한 혐오 법이 서명된 인디애나를 방문할 소속 선수와 스태프들의 신변이 걱정된다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NCAA 헤드쿼터를 인디애나에 계속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표출됐다.

여기에 세계 1위의 기업 고객 관리 솔루션 회사 세일즈포스도 가세했다. 인디애나 주의 행사와 출장을 전면 취소한 것이다. 자사 직원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조처라 했다. 인디애나 주에 위치한 1만여 종업원을 둔 대형 제약사도 이 차별적인 법안은 사업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 발표했고 최근 2800억 원에 인수된 한 소프트웨어 회사는 법안 통과 후 본사를 인디애나에서 다른 주로 옮길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인디애나 주의 종교 자유법을 폐지하라는 뜻을 분명히 밝힌 기업만 월마트, 애플, 엔젤 리스트, 디젤 엔진 메이커 커민스, 세일스포스, 엘리 릴리 제약에 달한다. 이 틈을 타, 시카고와 버지니아 주는 주지사들이 직접 인디애나에 본사를 둔 기업들을 상대로 발 빠른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폐쇄적인 문화의 인디애나가 아닌 열린 마인드와 환경으로 오픈된 자신의 주로 옮겨 오라고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와 시애틀 시, 코네티컷 주의 경우, 공무원들의 인디애나 출장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작하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공무원들의 '신분불안', 속내는 반 인권적이고 반 역사적인 법을 통과시킨 인디애나에 대한 '조롱'인 것이다.

대외적으로 조용한 리더십의 대표 주자, 애플 CEO 팀 쿡도 나섰다. 그는 3월 29일자 <워싱턴 포스트>지에 남부 침례교 신자로 자랐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얘기하며 자신이 배운 기독교는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고 했다. 종교의 이름으로 차별을 합리화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이 법이 수십 년 동안 피땀으로 이루어 온 진보를 한 순간에 후퇴시켰다며 함께 싸우겠다고 선포했다.

이런 전방위적인 공격은 결국 인디애나에 차별법이 도입되는 것을 저지했고 이어 알칸사스도 미리 백기를 들게 했다. 비슷한 법을 준비하던 다른 20여개 주에도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대선을 겨냥한 인디애나 주지사의 무리수

펜스 주지사는 TV 인터뷰에서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동에 정부나 법원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이 법의 요체라며 현재 시행되는 '차별금지법'을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구나 예상하는 두 법(종교 자유법과 차별 금지법)의 충돌을 펜스 주지사만 아니라고 하는 모양새였다.

같은 인터뷰에서 주지사는 동성애자를 차별하기 위한 법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인디애나 주민들을 앞세우며 차별보다 종교적 신념을 보호하려는 법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더불어 이 법은 1993년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명한 '종교자유회복법(RFRA)'과 같은 내용이라며 민주당에까지 그 책임을 전가하려 했다.

펜스 주지사가 보여준 무모한 도발, 그 이유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은 대부분 일치한다. 전국적인 반발이 예상됐던 이 '종교 자유법'에 서명한 것은 바로 2016년도 대선을 바라본 포석이라는 것이다.

미국 중서부 인디애나 주는 동부 대다수 주가 민주당인 것에 비해 거의 유일한 보수 공화당의 텃밭이다. 공화당 출신의 마이크 펜스 주지사는 전국적으로 자신을 드러나게 하기 위해 '종교의 자유'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 법안 서명으로 인디애나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과 일상의 폭력을 부추기는 문제 등이 우려됐지만, 반대로 보수 기독교와 공화당 쪽의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예상대로 인디애나 주지사의 서명 이후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로 나선 테드 크루즈와 유력한 예상 후보 전 플로리다 주지사 잽 부시가 앞장서 지지 발언을 했다. 전 국무장관 힐러리를 비롯한 민주당과의 전선이 그어진 것이다. 여기에 시사주간지 <타임>은 마크 펜스 주지사의 가장 큰 후원자로 코크 형제(Koch Brothers)를 거론했다. 억만장자 석유 재벌인 두 형제는 재산이 빌 게이츠보다 많은 공화당 최대 후원자다. 그들의 후원을 업은 펜스 주지사의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 출마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일명 <종교 자유법>은 공화당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런 정치 메커니즘에 따라 주지사가 서명한 법 하나로 인디애나는 순식간에 차별과 혐오를 상징하는 주가 되어 버린 것이다.

유명 스포츠 경기와 학회 등으로 유명했던 인디애나 주가 주지사의 서명 하나로 요 며칠 미국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인디애나 주가 미국 언론을 장식하던 그 무렵 우리 뉴스엔 경상남도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경남의 홍준표 지사가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며 무상급식을 끊은 게 문제가 됐다. 지금 경남도는 미국 인디애나처럼 학교에서 거리에서 언론에서 항의를 받고 있다. 인디애나 펜스 주지사는 대선 때문에 무리수를 걸었다 마지못해 접었다. 설마 홍준표 지사가 아이들 밥그릇을 가지고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건 아니길 빌어본다.

"부디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지 말자.
지금은, 숨쉬기도 미안한 4월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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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시민 기자. 현 오마이뉴스 북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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