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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배상·보상안에 반대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정부의 배상·보상안 발표에 대해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선체인양을 촉구하는 여론을 잠재우고 돈 몇 푼 더 받아내려고 농성하는 유가족으로 호도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정부의 형태에 분노한다"며 "정부가 참사 1주기 이전에 해야 할 일은 배보상이 아니라 선체인향을 통한 실종자 완전 수습과 철저한 진상규명이다"고 말했다.
▲ 세월호 유가족 단체삭발 "배·보상 절차 전면 중단하라" 세월호 유가족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배상·보상안에 반대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정부의 배상·보상안 발표에 대해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선체인양을 촉구하는 여론을 잠재우고 돈 몇 푼 더 받아내려고 농성하는 유가족으로 호도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정부의 형태에 분노한다"며 "정부가 참사 1주기 이전에 해야 할 일은 배보상이 아니라 선체인향을 통한 실종자 완전 수습과 철저한 진상규명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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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일 오후 9시 30분]

"예은아, 아빠 머리 깎는다. 웃기지? 너희들은 웃어도 돼. 대신 아빠가 울게. 우리 아빠 엄마들은 너희들이 왜 죽었는지 알아낼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야. 끝까지 지켜봐줘."

'예은아빠' 유경근 4·16세월호 가족협의회(아래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하늘을 보며 말했다. 이발기에 전기가 들어오자 아빠의 머리카락이 잘려나갔다.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 위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머리가 하얘지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예은아빠 옆으로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찬호아빠, 유민아빠, 성호아빠 등의 머리도 하얘졌다. 이발사가 스펀지로 머리카락을 털어내고 이마에 노란 머리띠를 묶었다. 띠에는 검은색 글자로 '진실규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음악이 광화문광장에 흘러 나왔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널 기다리는 나의 품으로. 아가야, 보고 싶은 내 아가야. 금요일엔 돌아오렴."

광화문광장 52명·진도 4명, 총 56명... 분노의 삭발식

세월호 유가족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배상·보상안에 반대하며 단체삭발을 진행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이들은 정부의 배상·보상안 발표에 대해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선체인양을 촉구하는 여론을 잠재우고 돈 몇 푼 더 받아내려고 농성하는 유가족으로 호도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정부의 형태에 분노한다"며 "정부가 참사 1주기 이전에 해야 할 일은 배보상이 아니라 선체인향을 통한 실종자 완전 수습과 철저한 진상규명이다"고 말했다.
▲ 세월호 유가족 삭발에 눈물 바다된 농성장 세월호 유가족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배상·보상안에 반대하며 단체삭발을 진행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이들은 정부의 배상·보상안 발표에 대해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선체인양을 촉구하는 여론을 잠재우고 돈 몇 푼 더 받아내려고 농성하는 유가족으로 호도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정부의 형태에 분노한다"며 "정부가 참사 1주기 이전에 해야 할 일은 배보상이 아니라 선체인향을 통한 실종자 완전 수습과 철저한 진상규명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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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세월호 가족협의회(아래 가족협의회) 소속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생존자 가족이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배·보상 절차 강행 등에 항의하는 의미로 집단 삭발했다. 광화문광장에서만 52명, 같은 시각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도 4명 등 총 56명이 머리를 밀었다. 가족협의회는 오는 4일에도 2차 삭발식을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일 제1차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를 열어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지급기준을 의결했다. 해수부는 단원고 학생(250명)은 평균 7억2천여만 원, 교사(11명)는 10억6천여만 원, 일반인 희생자는 소득과 연령에 따라 4억5천만 원에서 9억 원까지 지급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가족협의회는 현 시점에서는 배·보상보다 참사 1주기를 맞아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삭발을 통해 정부를 규탄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하나둘 광화문광장으로 집결했다. 부모들은 삭발에 앞서 머리를 단정히 했다. '영석엄마' 권미화씨는 광장 인근 커피숍 화장실에 들러 머리를 감았다. '영석아빠' 오병환씨도 지하철5호선 광화문역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았다.

부모들은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었다. 긴 머리를 추억하기 위해서다. 한 어머니는 "머리 길려면 1년은 있어야 해, 그때 되면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하고 혼잣말을 했다. 뒷배경은 단원고 희생자들의 영정이 걸려 있는 플래카드였다.

"이대로 못 죽어"... 유가족들의 눈물·통곡·한숨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재욱 학생의 어머니 홍영미 씨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배상·보상안에 반대하며 유가족과 함께 삭발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수녀와 시민들이 마음 아파하고 있다.
▲ 세월호 유가족 위로하는 시민들 "자식 잃은 부모 삭발까지 해야 하나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재욱 학생의 어머니 홍영미 씨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배상·보상안에 반대하며 유가족과 함께 삭발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수녀와 시민들이 마음 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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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희생자 오영석 학생의 어머니 권미화 씨가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배상·보상안에 반대하며 유가족과 함께 삭발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시민들이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 집단삭발한 세월호 유가족 "아이들에 미안하지 않게 해달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오영석 학생의 어머니 권미화 씨가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배상·보상안에 반대하며 유가족과 함께 삭발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시민들이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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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가 되자 가족협의회 소속 부모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들었다. 총 150여 명의 부모들이 삭발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호성엄마' 강부자씨는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대한민국에 대통령이 있습니까? 대통령이 있으면 나와(고함). 내 새끼 살려내. 내 새끼 진도 앞바다에 수장시켜놓고 이제는 부모들까지 죽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이렇게 울부짖고 있는데, 진실을 밝혀달라고 하는데, 돈 한 푼 준다면서 '이거나 먹어라' 하는 게 이게 말이 됩니까.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내 새끼 왜 죽었는지 똑바로 알고 죽어야겠습니다."

'찬호아빠' 전명선 가족협의회 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돈 몇 푼 더 받아내려고 농성하는 유가족으로 호도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참으로 무례한 정부다, 정부의 행태에 분노하고 또 분노한다"고 밝혔다.

또 "책임은 회피하고 돈으로 희생자와 피해가족들을 능욕하는 정부가 진정 대한민국의 정부란 말인가"라며 "참사 1주기 전에 해야할 일은 배보상이 아니라 선체인양을 통한 실종자 완전 수습, 철저한 진상규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시행령 폐기 ▲선체인양 선포▲배보상절차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생존자, 생존학생 아빠, 일반인 유가족도 동참

세월호 유가족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배상·보상안에 반대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삭발하는 세월호 유가족 "올바른 사회 만들도록 도와주세요" 세월호 유가족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배상·보상안에 반대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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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배상·보상안에 반대하며 단체삭발을 진행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세월호 유가족 삭발에 눈물 흘리는 시민들 세월호 유가족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배상·보상안에 반대하며 단체삭발을 진행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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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11명의 아빠가 의자에 앉았다.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학생 가족인 장동원씨, 화물기사 생존자 최은수씨, 일반인 희생자 가족 방기삼씨도 함께 했다. 하늘로 간 아들·딸 이름이 호명됐고 이발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랜 농성으로 얼굴이 새까매진 아빠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를 지켜보는 100여명의 시민들도 울음을 터뜨렸다.

머리가 하얘진 아빠들은 마이크를 잡았다. '성호아빠' 최경덕씨는 "4월달은 우리 아이들의 기일이 있는 달인데도 정부가 몰상식하게 돈 얘기를 했다"며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아직도 분노가 풀리지 않는데, 내 새끼에게 미안해서 어떻게 사냐"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함 마음 안 들게 제발 사람 같이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서 10명의 엄마와 실종자 가족인 '다윤아빠' 허흥환씨가 차례로 앉았다. 머리가 잘리기도 전에 엄마들은 눈물을 흘렸다. 일그러진 얼굴에도 이발사들은 이발기를 부지런히 움직였다. 긴 머리가 잘리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얀 머리가 드러나자 엄마들은 통곡했다.

마이크를 잡은 '영만엄마' 이미경씨는 "머리는 자르면 또 나지만 뭘 해도 우리 아이들은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며 "매일매일 목을 빼고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다"며 통곡했다. 이어 이씨는 "그동안 저희들이 몸부림 치며 왜 이렇게 살았는지 제발 모든 게 다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 머리) 이쁩니까" 하고 웃은 '재욱엄마' 홍영미씨. 홍씨는 삭발하는 동안 아들이 곁에서 말을 걸었다며 대화를 소개했다.

"삭발하는데 재욱이가 옆에서 그러네요. 엄마가 내 손잡아주고 만져주지 못해도 엄마가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엄마의 아들이었다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오늘은 삭발까지 하시네요. 여기 있는 우리 친구들 엄마 아빠 피눈물나지 않게 사는 모습 정말 보고 싶어요. 여기서 응원할테니까 마음껏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저희는 여기는 눈 시퍼렇게 뜨고 엄마 지켜보겠습니다. 재욱이가 그렇게 말했어요. 응원하고 지지하겠다고 했어요. 국민들도 함께 움직여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이날 삭발 참가자 52명의 명단이다.

실종학생 단원고 2-2 허다윤 아빠 허흥환
화물피해기사 대표 최은수
희생일반인 고 구춘미 형부 안상기
희생일반인 고 방현수 아빠 방기삼
생존학생 단원고 2-1 장애진 아빠 장동원
희생학생 단원고 2-1 고 김수진 아빠 김종기
희생학생 단원고 2-1 고 김주아 아빠 김칠성
희생학생 단원고 2-1 고 문지성 아빠 문종택
희생학생 단원고 2-1 고 박성빈 아빠 박영우
희생학생 단원고 2-1 고 한고운 아빠 한복남(팽목)
희생학생 단원고 2-2 고 김소정 아빠 김정석
희생학생 단원고 2-3 고 김소연 아빠 김진철
희생학생 단원고 2-3 고 김시연 엄마 윤경희
희생학생 단원고 2-3 고 박영란 아빠 박덕순
희생학생 단원고 2-3 고 박예슬 아빠 박종범
희생학생 단원고 2-3 고 신승희 아빠 신현호
희생학생 단원고 2-3 고 유예은 아빠 유경근
희생학생 단원고 2-4 고 강승묵 아빠 강병길
희생학생 단원고 2-4 고 슬라바 아빠 어성태
희생학생 단원고 2-4 고 임경빈 아빠 임락주
희생학생 단원고 2-4 고 최성호 아빠 최경덕
희생학생 단원고 2-4 고 한정무 아빠 한상철
희생학생 단원고 2-5 고 김건우 아빠 김광배
희생학생 단원고 2-5 고 김건우 아빠 김정윤
희생학생 단원고 2-5 고 김민석 아빠 김우홍
희생학생 단원고 2-5 고 XXX  아빠  XXX
희생학생 단원고 2-5 고 조성원 아빠 조영현
희생학생 단원고 2-6 고 권순범 엄마 최민옥
희생학생 단원고 2-6 고 서재능 엄마 강춘향
희생학생 단원고 2-6 고 신호성 엄마 강부자
희생학생 단원고 2-6 고 이영만 엄마 이미경
희생학생 단원고 2-6 고 정원석 엄마 박지민
희생학생 단원고 2-7 고 김상호 아빠 김유신
희생학생 단원고 2-7 고 오영석 아빠 오병환
희생학생 단원고 2-7 고 오영석 엄마 권미화
희생학생 단원고 2-7 고 이민우 아빠 이종철
희생학생 단원고 2-7 고 전찬호 아빠 전명선
희생학생 단원고 2-7 고 정동수 아빠 정성욱
희생학생 단원고 2-8 고 고우재 아빠 고영환(팽목)
희생학생 단원고 2-8 고 김영창 아빠 김래현
희생학생 단원고 2-8 고 백승현 엄마 임현실
희생학생 단원고 2-8 고 이재욱 엄마 홍영미
희생학생 단원고 2-8 고 전현우 아빠 전상준
희생학생 단원고 2-8 고 조찬민 아빠 조인호(팽목)
희생학생 단원고 2-9 고 임세희 아빠 임종호
희생학생 단원고 2-9 고 진윤희 삼촌 김성훈(팽목)
희생학생 단원고 2-10 고 구보현 엄마 김경애
희생학생 단원고 2-10 고 김민정 아빠 김병준
희생학생 단원고 2-10 고 김민정 엄마 정정임
희생학생 단원고 2-10 고 김유민 아빠 김영오
희생학생 단원고 2-5 고 서동진 엄마 김동녀
희생학생 단원고 2-7 고 이정인 아빠 이우근


태그:#세월호 참사, #유가족 삭발, #세월호 배·보상, #시행령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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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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