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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함께합니다. 그가 품는 희망은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너무나 아파서 가슴이 막막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오며, 작기만 했던 가능성은 어느덧 기대 이상으로 실현됐습니다. 그리고 삶의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 과정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중심에는 '사람은 상처 받고 고통만 당하기엔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약 24년(1991~2014년) 동안 조카와 함께 울고, 웃던 나날들의 경험이, 어떻게 풍성한 열매로 자리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자 말

요즘에 나는 목 디스크를 앓고 있다. 증상으로는 목과 등을 중심으로 왼쪽 어깨, 팔, 팔꿈치, 왼쪽 손가락 중에 가운데 손가락 등이 저린 통증이 온다. 컴퓨터를 하려고 해도 10분 정도 하다가 왼팔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툭툭 몇 번 정도 털고 나서 다시 작업을 하곤 한다. 겨우 이런 정도의 통증에 고통을 느끼다 보니, 전신에 경기가 일어났던 덕이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싶어 가슴이 아프다.

때마침 덕이가 학교에서 경기를 일으켰던 내용을 기록하려는 차에, 목 디스크로 그 고통을 조금이나마 실감하는 계기가 되니 이 또한 놀랍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을 때부터 경기를 일으키던 덕이가 눈에 선해서 많이 주저된다. 쉽게 글로 옮기기조차 가슴이 절여온다. 지금은 완전히 경기가 사라진 지 11년이 지났음에도….

또 한편으로, 그 당시 선생님께서 충분히 애써주셨음에도 혹시나 이 글로 인하여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 분명한 것은 그 당시,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누구나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하여 적당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해가 된다.

담임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전화, "덕이가 쓰러졌어요"

덕이의 "난 못해요"가 지나가고 있을 즈음에, 담임선생님은 집으로 전화를 했다. 할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덕이가 교실에서 쓰러져서 경기를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놀란 할머니는 그 길로 가까이 살던 덕이 막내고모를 불러 함께 학교에 갔다.

그때까지 차가운 교실 바닥에 누워있던 덕이를 데리고 집으로 오셨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일반 성인의 걸음으로 10분 거리였으나 할머니는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수술을 하신 후여서 20분이상이 걸렸다. 먼저 달려간 막내고모가 덕이를 안았다.

유치원 때까지는 1년에 많아야 2회 정도 경기를 일으켰었는데, 학교에 다니고부터는 2개월에 한 번 정도 경기를 일으키고 있다. 덕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거란 예상은 했으나 좀 더 알아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덕이에게 물어볼 수 없는 일이었다.

덕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거란 예상은 했으나 좀 더 알아보고 싶었다.
 덕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거란 예상은 했으나 좀 더 알아보고 싶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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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을 물어볼 때면 뭔지 모를 편하지 않은 느낌만을 전달하면서 나를 말똥말똥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일단은 덕이에게 더 이상 물어보지 않는 것이 덕이를 돕고 보호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에 대하여서는 전문가를 찾기로 했다. 치료가능 여부를 구체적으로 알아 보고 싶었다. 전문가 선생님은 발달장애를 지닌 아이들은 보통 경기를 일으키며, 학교에서 스트레스가 심하면 더 자주 일으킨다고 말씀하셨다. 어떻게 덕이를 도울 수 있는지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건강할 수 있도록 음식을 골고루 잘 먹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약 잘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현실적으로 덕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원인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보았다. 만4세 때부터 덕이는 사람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까 일단 누구에게든 쉽게 다가간다. 그 사람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것은 나중 일이었다. 같은 반 아이들이나 학원에서 함께 하는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상대 아이들의 생각으로는 덕이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짝지어 이행하는 학습에서도 문제가 생기니 좀 피했던 것 같다. 새 학기여서 아이들도 제 각각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다보니까 덕이를 챙길 수도 없었다.

거기에서 오는 소외감과 학습을 적절하게 이행하기 못함으로, 아직은 완전히 덕이의 몸과 정신에서 빠져나가지 않은 "난 못해요"가 덕이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해서든지 사람들에게 상처를 덜 받으면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선생님을 '사탕만큼' 사랑한다던 덕이

고모 : "덕아, 사랑하는 덕아∼ 덕이는 학교 선생님을 얼마만큼 사랑할까?, 하늘만큼, 아니면 수박만큼 또는 사탕만큼?"

보통 덕이와 유사한 친구들에 질문을 할 때에는 "상대가 너를 얼마나 사랑해주니?"보다는 "너가 상대를 얼마나 사랑하니?"라고 바꾸어 물어본다. 덕이가 부담 없이 말하게 되고, 덕이가 느끼는 만큼 상대도 애정정도를 알 수 있다. 이런 질문 방법은 몇 년 동안 덕이를 잘 관찰 한 결과에서 온 효과였다.

덕이의 대답은 "사탕만큼"이였다.

고모 : "응~그러면 덕이는 짝꿍친구는 얼만큼 좋아하니? 사탕만큼? 아니면 수박만큼∼"

나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한다.

덕이 : "하늘만큼"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착하고 나름 힘 있는 친구를 덕이의 짝꿍으로 해주셨다.

고모 : "와우∼그렇구나! 덕이는 좋겠다. 그런 짝꿍이 있어서 나도 저번 날에 덕이 짝꿍 만났을 때 좋았었는데... 덕이도 그 짝꿍을 좋아하는구나?"
덕이 : "좋아요"

고모 : "그러면 짝꿍하고 선생님 말고 반에 다른 친구들은 덕이를 얼만큼 좋아할까?"
덕이 : "싫어해요"

고모 : "반 친구들이 덕이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니?"
덕이 : "싫어해요"

고모 : "아이구 저런 덕이는 반 친구들을 좋아하고 싶을텐데 반 친구들이 싫어해서 어쩌지?"
덕이 : "몰라요, 싫어해요"

이쯤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왜 싫어한다고 생각하니', '아이들이 덕이에게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니?' 등의 심각한 질문들은 잠시 멈추었다. 내가 심각하게 물어보면 덕이가 큰 문제라고 인식하게 될 수 있다.

가끔 사람들은 본인의 궁금증이나 호기심 때문에 상대가 더 이상 말하길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그 상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정으로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한다면 상대의 입장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더 이상 내가 궁금한 점들은 덕이에게 물어보지 않고, 자기표현 잘하고 착해 보이는 짝꿍에게 물어보기로 하고 덕이의 감정만 풀어주었다.

고모 : "고얀것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이렇게 멋진 덕이를 싫어한단 말이야, 나중에 덕이가 태권도 관장님이 되면 어쩔려고 그치?"
덕이 : "응, 태권도 관장님 될거야."

고모 : "나중에 태권도 관장님이 되면 다 혼내줄까?"
덕이 : "좋아."

고모 : "고모 어렸을 때도 덕이처럼 반 아이들이 고모를 싫어했었는데 지금은 그 친구들이 고모를 좋아한단다. 덕이도 건강하게 태권도 열심히 해서 친구들이 좋아하게 해 볼까요?"
덕이 : "응"

누구나 자기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본인과 같다고 할 때에 갖게 되는 안도감. 아마도 내일부터는 덕이의 짝꿍에게 자주 로비해야 할 것 같다. 덕이를 위해서….


태그:#학교와 학원, #보물과 사랑, #친구와 왕따, #아픔과 치료, #정신과 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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