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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 후보 무함마두 부하리(오른쪽)의 당선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 후보 무함마두 부하리(오른쪽)의 당선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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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가 사상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나이지리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제1야당 범진보의회당(APC)의 무함마두 부하리가 득표율 52.4%를 기록하며 43.7%에 그친 집권 인민민주당(PDP)의 굿럭 조너선 대통령을 꺾고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55년 동안 쿠데타와 부정 선거로 얼룩진 정권 교체로 악명이 높았던 나이지리아는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민주적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라이 무함마드 AP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나이지리아 역사상 집권당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권력을 내놓는 것이 처음"이라고 밝혔고, 조너선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약속했고, 지켰다"며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인구 1억7천만 명의 아프리카 최대 인구 대국이자,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평화적 정권 교체는 그 파급력이 남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외신은 199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인 최초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당선한 이후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가장 큰 정치적 사건으로 평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나이지리아는 이번 대선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민주주의가 성숙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조너선 대통령이 굳은 지도력과 정치력으로 민주적 절차를 지켰다"고 치켜세웠다.

'보코하람' 공포에 떠는 나이지리아

그러나 나이지리아가 사상 처음으로 평화적 선거를 통해 선택한 부하리가 30년 전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고, 독재자로 불리던 인물이라는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육군 장성 출신의 부하리는 1983년 12월 쿠데타를 일으켜 이듬해 1월부터 정권을 잡았다. 그는 나이지리아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선언하며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했지만, 집회와 언론의 자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통제 정치를 펼치며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집권 2년 만에 또 다른 쿠데타에 의해 실각하고, 철창 신세를 지기도 했던 부하리는 그동안 3차례나 대선에 도전해 고배를 마셨다가 이번 대선에서 마침내 승리를 거두며 '3전 4기'의 집념을 과시했다.

민주주의를 그토록 염원하던 나이지리아 국민이 쿠데타 경력이 있고 독재자로 불렸던 부하리를 선택한 것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슬람 신정 국가를 건설하겠다며 나이지리아 북부를 장악한 보코하람은 온갖 테러와 인신매매를 저지르며 지난 6년간 무려 1만 3천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특히 지난해 여중생 276명을 집단 납치해 노예로 팔아넘기거나 강제 개종시켜 국제 사회의 공분을 샀다.

이슬람국가(IS)에 충성 서약까지 한 보코하람의 잔혹함에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비록 민주주의를 훼손한 적이 있지만, 앞서 집권하는 동안 부패 없이 청렴한 이미지를 보여줬고, 강력한 지도력으로 보코하람을 몰아내겠다고 약속한 부하리의 손을 들어줬다.

CNN은 "나이지리아의 많은 국민이 30년 전 부하리 정권의 독재를 잊지 않고 있지만, 보코하람을 몰아내기 위해서라면 군부 출신의 지도자가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대선 결과를 분석했다.

부하리는 당선 확정 후 연설에서 "보코하람은 극단주의 세력을 반드시 퇴치하겠다는 나이지리아 국민의 강력한 의지를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테러를 물리칠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하리 정권은 보코하람 퇴치뿐만 아니라 국가 수입의 70%를 석유 수출에 의존하다가 최근 국제 유가 하락으로 휘청거리는 나이지리아 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어려운 임무를 앞두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변화'(change)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승리한 부하리가 과연 나이지리아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국제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태그:#나이지리아, #무함마두 부하리, #보코하람, #극단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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