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향한 집념이 꼭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독들 또한 연승을 하게 되면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의 경기에서, KIA는 국내무대 데뷔전을 치른 선발 스틴슨의 6이닝 8탈삼진 무실점 호투와 4회에 터진 필의 결승타를 앞세워 SK를 3-0으로 누르고 개막 후 3연승을 달렸다.

반면 KIA와의 홈 개막전을 염두에 두고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김광현 카드를 아껴두었던 SK는 믿었던 김광현이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실리도 명분도 다 잃고 말았다.

광주 홈 팬들에게 개막 2연승을 선물하고 인천으로 올라온 김기태 감독은 경기 전 덥수룩한 수염을 선보이며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가고자 했다. 특히, 상대선발이 왼손투수인 김광현이었음에도 왼손타자가 많은 타선에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는 정공법을 선택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회까지 아홉 명의 타자가 김광현의 구위에 눌려 다섯 개의 삼진을 당할 때만 하더라도 이 모든 징크스는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김광현이 누구인가? 2007년 프로입단 후 8시즌 동안 KIA를 상대로 30경기에 등판해 17승(7패) 평균자책 2.91을 기록한 '호랑이킬러'였기에  KIA가 김광현의 시즌 첫 승 재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개막 2연승의 흐름을 탄 KIA의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0-0으로 맞선 4회 최용규가 2루타로 포문을 열자 다음 타자 필이 좌익수 앞 안타로 3루에 있던 최용규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0의 균형을 깼다.

계속된 찬스에서 KIA는 최희섭이 볼넷으로 걸어 나가자 이범호의 우익수 앞 안타 때 2루에 있던 필이 홈을 밟으며 추가점을 올렸고 6회에는 나지완의 내야안타와 상대실책을 묶어 한 점을 더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 전 투구수를 90개 전후로 정해놓았던 김광현은 결국 6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자신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던 KIA를 상대로 시즌 첫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KIA는 3-0으로 앞선 7회 선발 스틴슨의 투구수가 100개를 넘자 박준표와 최영필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리며 굳히기에 들어갔고 9회에는 윤석민이 마운드에 올라 세 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고 시즌 2세이브째를 수확했다.

시즌 전 약체로 평가받았던 KIA는 개막 후 3연승을 달리며 시즌 초반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에서도 드러났듯 득점권 상황에서의 집중력이 몰라보게 좋아졌고 강한울과 최용규로 구성된 키스톤 콤비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팀의 연승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면도까지 거부하며 새로운 징크스를 만들어낸 김기태 감독이 언제까지 수염을 기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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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김기태 KIA 타이거즈 김광현 개막3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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