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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 4월 5일, 감리교의 아펜젤러와 장로회의 언더우드가 제물포항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알려진 날이다. 올해 4월 5일은 부활주일이며, 기독교 선교 130돌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130년은 그리 길지 않은 세월일 수도 있으나, 기독교선교 초기 한국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뿐만 아니라 근현대사에서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큰 역할을 하며 이 사회의 주류종교로 자리 매김을 한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분단이데올로기의 일상화가 가져온 피해

130년 절반 세월인 65년, 올해는 한국전쟁 65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고 해방 70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해방의 의미는 곧 분단의 세월을 의미하기도 한다. 소위 역사적인 죽음이다. 이 분단의 세월동안 남북한의 민중은 질곡의 세월을 살아가야 했으며, 서로서로 증오하며 살아가도록 강요당했고, 오로지 남북의 지배자들만이 분단이데올로기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권좌를 지키는 데 이용해 왔다. 분단은 열강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됐지만, 분단의 상황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들은 늘 있었다. 이것은 소위 정치권에서뿐 아니라 종교계에도 같게 나타났다. 특히 '보수' 혹은 '우익'을 자처하는 보수종교들을 중심으로 물질을 바탕으로 대형화를 곧 축복인 것처럼 믿는 종교인들을 양산해 내었다.

부활주일을 맞이하는 한국교회의 현실

최근 마크 리퍼트 대사가 피습을 당하자 미국대사관 앞에서 부채춤을 추고 무릎을 꿇는 기독교인들의 미국숭배와 보수기독교인들의 극단적인 반공이데올로기는 진보적인 세력에 종북딱지를 붙이는 일조차도 신앙적인 일로 생각한다. 130년 기독교선교역사에서의 부정적인 측면들은 이미 1989년 다미선교회의 휴거소동에서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1950년 대부흥운동 이후 급격하게 양적으로 발전하던 한국교회는 그 돌파구를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슬로건에서 찾았다. 미국식 근본주의에 바탕을 둔 이런 슬로건은 타 종교에 대한 배척과 증오뿐 아니라 사회구원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가족까지도 포기하는 개인구원에 치중하는 신앙인들을 양산해 내었다.

한국기독교의 불행은 한국전쟁 이후의 대부흥운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물적인 기반이 파괴된 상황에서 이성적이고 정상적인 신앙을 형성하기란 쉽지 않았으며, 기복신앙과 개인구원, 현세의 축복 내지는 내세의 축복 같은 것들이 연결되면서 미국식 근본주의 신앙이 자리를 잡게 되었던 것이다. 미국식 근본주의 신앙이란 요약하자면 '문자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오늘날 '성경우상숭배'에 이르기까지 발전했으며, 극단적인 종교의 한 형태가 되어 종교 간의 분쟁을 일으키는 독버섯 같은 존재가 되었다. 급격한 부흥과 성장이 가져온 부작용이다. 문자적이고 표피적인 신앙에 머무는 신앙인을 양산해 내면서, 소위 종교지도자들은 기독교의 본질과는 다른 사설들과 기복적이고 미신적인 행위들을 퍼트렸다. 이젠, 건강한 상식을 가진 종교지도자들이 오히려 이상한 취급을 당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부활의 전제조건조차도 갖추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죽었으나, 한국교회 스스로는 여전히 자신들이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여기서 부활의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죽음이 없는 부활은 없다. 한국교회가 부활하려면 죽었다는 자각이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스스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말하고, 나아갈 바를 제시하는 이들을 이단시하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덫을 씌우고 자기들만의 왕국을 형성하여 무지한 교인들의 단순하고 미천한 신앙적인 헌신을 도둑질하는 이리가 되어버린 현실이다.

2008년 금강산 총격사건을 시작으로 2010년 천안함 침몰사태, 연평도 해안 포격사태 등이 줄지어 터지면서 남북관계는 경색되었다. 더군다나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세습체제로 이어지는 과정은 그간의 남북평화통일을 위한 기반들이 거의 초토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남북 모두의 미숙한 행동의 결과였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교회와 조선그리스도교 연맹의 남북 간의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도 침체하였다.

보수대형교회뿐 아니라 소위 진보교회조차도 타락했다

더군다나 한국의 보수교회는 조선그리스도교 연맹의 존재나 북한 교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게다가 남한의 진보운동단체에 '종북딱지'를 붙이는 일을 즐기고, 반공집회를 주도하고, 조찬기도회 등을 통해서 권력만 쥐고 있으면 부정부패 권력이라도 축복해 주는 일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소위 진보진영의 기독교 단체들조차도 그런 보수기독교의 부정적인 면들을 극복하지 못했다. 단지 규모만 작을 뿐, 그들이 비판하는 보수대형교회나 단체와 다를 바 없는 행태들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교회는 진보나 보수할 것 없이 부활의 전제조건인 '죽음'의 단계에 이르지도 못한 것이다.

소경이나 소경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한국교회, 생명을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생명을 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교회, 여기서 부활의 근거는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수년간 보수기독교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맹(한기총)과 진보진영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한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해 왔다. 최근 몇 년간 연합으로 모인 부활절연합예배가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일치운동은 한계에 봉착했고, 올해는 부활절연합예배를 함께하지 않는다. '교회'라는 명칭을 갖고 있으며, '한 하느님'을 섬기는 이들끼리도 서로 연합하지 못하는 현실은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이다.

2015년 부활절 남북/북남 공동기도문

그럼에도, 2015년 부활주일을 맞이하여 남북/북남 부활절 공동기도문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선그리스도교련맹(KCF)'이 발표했다.

기도문에서는 분단 70년을 맞이하는 심경을 밝히고, 그 분단의 세월동안 서로 용서하지 못하고 불신하고 있었음에 대해 고백한다. 용서와 화해의 불길이 온 겨레 방방곡곡에 타오르기를 염원하며 남북의 교회가 협력할 수 있길 기원하는 기도문이다. 기도문에 현재 남북의 상황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없지만, 큰 틀에서 남북한 교회가 분단의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함을 천명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매년 부활절마다 남북한 교회가 함께 '공동기도문'을 발표해왔다. 그럼에도, 2015년 부활절을 맞이하며 발표한 남북공동기도문이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KNCC가 보수기독교단체들과의 연합활동과 일정 거리를 두고, 다시금 이전에 대사회적인 역할들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KNCC는 구심점을 많이 잃어버린 상황이다. 그러나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랐던 것처럼 정도를 걸어간다면, 다시금 한국교회를 부활시킬 수 있는 어린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2015년도 부활절이 되길 기대하면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선그리스도교련맹(KCF)'의 부활절 공동기도문 전문을 소개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선그리스도교련맹(KCF)의 부활절 공동기도문
온전하지 못한 해방의 기쁨이 분단의 아픔으로 이어진지 70년,
부활의 기쁨을 기억하는 아침에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음성이 다시 우리 가슴을 울립니다.

70년의 그 세월이 지난 지금도 분열의 문화가 기승을 부리고
군산복합의 죽음의 세력이 지배하는 오늘의 현실 앞에
행함 없이 입술로만 고백해온 우리들의 연약한 믿음을 회개합니다.

용서하기에 앞서 서로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자신을 십자가에 매달라고 외치던 군중들에게 죄를 묻지 않으시고
용서하심으로 인류구원의 길을 보여주신 예수님을 따라
분단 70년, 이제 용서와 화해의 불길이 온 겨레 방방곡곡에 타오르기를 기도하오니,
주님, 저희들이 가는 길을 이끌어 주옵소서.

이웃의 변화를 주장하기에 앞서,
증오와 분노, 폭력성으로 얼룩진 우리 자신을 먼저 정화하게 하소서.
우리들에게 지난 역사의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내적 용기를 허락하시어,
숨겨진 진실과 마주하게 하시고,
지난 역사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과 화해케 하소서.

연약한 우리에게 성령을 내려 주시어
용서와 화해와 통일의 달음박질을 포기하지 않게 하시고
죽음의 절망 가운데 부활로 큰 희망을 보게 하셨으니,
죽어가는 이 땅에 부활의 새 생명이 태어나게 하소서.

야곱이 야뽁강을 건너 에서를 만나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었듯이,
용서의 마음으로 증오와 반목의 강을 건너 남과 북이 화해함으로
이산의 아픔을 씻어내고
우리 후손들에게는 살아있는 하나 된 조국을 선물하게 하소서.

우리는 이 여정이 민족을 살리고 인류에게 희망이 되는 길임을 믿습니다.
언제나 우리를 부활의 경험으로 초대하고 계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하나이다. 아멘.

                                 2015년 4월 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조선그리스도교련맹(KCF)


덧붙이는 글 | 2015년 4월 5일은 한국교회가 지키는 부활주일입니다.



태그:#부활주일, #남북공동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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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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