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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기업의 어려움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경제 기업으로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사회적경제야 말로 자본주의의 대안이라며 장밋빛 이야기를 하지만, 아직 자본주의는 굳건하며, 사회적경제는 미약하기만 하다.

우선 2012년 12월 관련법이 발효된 지 2년 하고도 꽉 찬 4개월이 지난 협동조합을 보자. 그 동안 전국의 협동조합은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현재까지(2015년 4월 기준) 그 개수만 6889개로, 산술적으로 하루 평균 약 8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있는 중이다.
계속해서 늘고 있는 협동조합.
▲ 협동조합 현황 계속해서 늘고 있는 협동조합.
ⓒ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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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화려한 외향처럼 협동조합의 상황이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다. 2013년 11월 기획재정부는 협동조합 실태조사에서 그 많은 협동조합 중 거의 절반에 이르는(45,6%) 수가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 비율은 시간이 흐른 지금 현상 유지되거나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본 기자가 일하고 있는 서울시 강동구 역시 신고 되어 있는 50여개의 협동조합 중 실질적으로 일하는 협동조합이 30~35여개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협동조합보다 이른 시간에 법적으로 정비된 사회적기업의 형편은 좀 나을까? 비극적이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어쨌든 하나의 기업으로서 지속가능을 위해 수익을 내어야 하고, 거기에다 소셜미션까지 챙기다 보니 사회적기업 역시 생존만 해도 다행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많은 예비사회적기업들이 인증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재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지원할 방법이 뚜렷이 없다는 점이다. 혹자들은 자금을 풀어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지원해 주면 되지 않느냐 이야기하지만 이는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개념이 막 우리 사회에 들어왔을 때 적지 않은 기업들이 지원금에만 기대다가 지원이 끊기자 곧바로 폐업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현재 정부나 지자체들은 사회적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보다 간접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에게 인건비, 사업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교육이나 컨설팅 등이 바로 그 예인데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모아 장터를 여는 사업 역시 그 중의 하나이다.

그들에게는 판로가 필요하다

작년 뜰장의 모습
 작년 뜰장의 모습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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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관람 중
 공연관람 중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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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장터가 사회적경제 기업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결국, 사회적경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그들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일반 대중들에게 팔려야 하는데, 현재 그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판로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유통망을 보자. 온오프라인 대부분을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다행히 먹거리 분야와 관련해서는 사람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생협이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특수한 경우일 뿐, 먹거리 분야를 제외하고 나서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곳은 전무에 가깝다.

이는 사회적경제 기업 대부분이 소기업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적경제 기업이 가지는 특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사회적경제 기업은 태생적으로 이윤의 극대화보다는 가치나 소셜미션 등을 중요시 할 수밖에 없는데, 어느 분야보다도 마진율에 민감한 유통시장에서는 그런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구조적으로 환영받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뭐 살 게 있을까?
 뭐 살 게 있을까?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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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
 꿈은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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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사회적경제 기업들에게 사회적경제 장터는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무엇보다 물건을 팔거나 조직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터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일반 소비자들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그래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위한 또 다른 지원방식인 공공구매의 경우를 보자. 공공기관들은 의도적으로 그들을 배려하여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만, 장터에서는 그와 같은 배려가 없다. 대중들은 일반 시장의 제품들과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제품을 비교하여 선택할 것이며, 이는 그들에게 가장 확실한 피드백이 될 것이다. 장터를 통해 매출신장만이 아니라 성장의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강동에는 뜰장이 있다

4월4일(토) 10시 뜰장
 4월4일(토) 10시 뜰장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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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맥락으로 현재 서울시는 지역 곳곳에 사회적경제 장터를 장려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희망나눔장터는 물론이며, 각 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간지원조직들을 독려하여 사회적경제 장터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의 경의선 폐선로 구간에 상설시장으로 들어선 늘장이나, 은평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리는 풀장 등이 그 대표적 예인데 적지 않은 지역에서 그들을 벤치마킹하여 사회적경제 장터를 열고 있는 중이다.

돌아오는 토요일(4일) 10시 강동구 고덕역 근처 경희대학교 병원 앞에서 열리는 사회적경제 장터 '뜰장'은 바로 이와 같은 장터의 강동구식 버전이다.

강동구사회적경제지역특화사업단은 지난해 5월부터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벼룩시장 옆에서 조그맣게 사회적경제 장터를 진행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아예 벼룩시장과 함께 장터를 개최하여 지역 주민들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 확산을 꾀한다. 이에 벼룩시장 시작 전에 뜰장을 먼저 열어 주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킬 예정인데, 뜰장에는 강동도시농부, 25개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참여하여 장터를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지역특화사업단이 내걸고 있는 '뜰장'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해가 먼저 떠서 '뜰장' : 강동구는 서울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으로서, 암사선사유적지 등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었던 지역입니다. 사람이 모이면 '장'이 서기 마련, 뜰장은 거래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만남을 통해 신뢰를 쌓고, 그 신뢰를 기반으로 조금 더 든든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장'입니다.

사회적경제가 떠서 '뜰장' : 사회적경제는 이 시대의 화두입니다. 경쟁과 이윤 추구의 논리가 지배적인 척박한 토양 위에서 사회적경제는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습니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 시민들의 필요에 응답하고, 시민들의 생활을 뒷받침하는 물품과 서비스를 탐욕적인 이윤 추구의 목적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기초해서 만들어내는 사회적경제. 뜰장에는 그 사회적 경제가 있습니다.

돈벌이 경제와 맞장 떠서 '뜰장' : 뜰장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돈벌이 경제가 아니라, 총체적인 삶의 영위를 위한 살림살이 경제를 지향합니다.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나누고 베풀면서 호혜와 연대를 실천합니다. 뜰장에는 시장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 그리고 사람이 있습니다.

사회적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열 걸음이 아니라 열 사람의 한 걸음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주인의식을 가질 때 사회적경제는 발전할 것이며, 앞서 언급했던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주말에 여유가 있으면 한번쯤 주위를 둘러보아 가까운 사회적경제 장터에 참여해 보시길.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지 않는가.

뜰장에서의 마술공연
 뜰장에서의 마술공연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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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사회적경제, #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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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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