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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재즈아카데미, Los Rumberos.
 서울재즈아카데미, Los Rumberos.
ⓒ 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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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를 생각하면 원색이 떠오른다. 플라멩고를 추는 여인의 탐스런 붉은 치마, 판초 입은 사내의 검은 콧수염, 아이들의 그을려 까무잡잡한 피부. 로스 룸베로스 드 메사추세츠
(아래 로스 룸베로스)의 첫인상도 원색에 가까웠다. 꾸밈이나 수줍음 따윈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이, 있는 그대로의 색. 라틴음악을 소개하고자, 일주일가량의 짧은 일정이나마 서울을 찾은 멕시코 3인조 밴드 로스 룸베로스를 지난달 27일에 만났다.

로스 룸베로스는 누구인가

로스 룸베로스는 두 명의 기타리스트 Lito(리또)와 Angel(앙헬), 퍼커셔니스트 Paul(빠울)로 이루어진 3인조 밴드이다.

세 사람은 모두 19살까지 멕시코에서 자랐고, 음악인의 길을 걷기 위해 버클리 대학에 입학했다. 멕시코 출신인 세 사람은 자연스레 친해졌고, 밴드를 꾸리게 된다.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의 경계가 모호한 그들의 첫 공연은 5살 꼬마의 생일파티였다.

데낄라만 있다면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다는 그들의 너스레야말로 음악을 대하는 로스룸베로스의 태도를 가장 잘 보여준다. 로스룸베로스는 멕시코뿐 만 아니라, 미국, 스페인, 라트비아 등 다양한 국가를 다니며 공연했다.

그들의 음악이 라틴음악, (그 중에서도) 룸바와 플라멩고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감안할 때, 다양한 국가에서 연주하는 것이 쉽게만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라틴민족의 색과 흥이 묻어나는 음악일 테니까. 빠울이 말했다.

"투어를 떠나면 첫째 날은 혼돈에 빠져요.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라는 어이없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죠. 그러나 다음날이면, 관객과 함께 춤을 추고 있고, 음악으로 모두가 연결되어 즐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요."

라틴음악

한국에서의 첫 공식 일정이었던 라틴음악 마스터 클래스에서 그들은 꽤 긴 시간 라틴음악에 대해 강의하고, 기본리듬을 연주했다. 강의 후 자신들의 곡을 3곡 밖에 연주하지 않아, 아쉬웠던 마음을 전했더니 '라틴음악과 문화를 이해해야 자신들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로스 룸베로스의 음악은 라틴음악이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라틴음악의 기본 요소를 명확하게 알려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들의 대답이다. 라틴음악은 기본적으로 '치열한 삶을 대한 위로'이다. 식민정책 이후 남미지역에 다양한 인종들이 뒤섞여 살게 되었고, 속국으로 끝없이 반복되는 노동에 메말라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은 음악이었다. 남미 사람들은 일을 끝나고, 고단한 하루 끝에 서로 모여 파티를 하며 춤추었다. 음악이 주는 흥(興)이야말로 내일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원주민, 유러피안, 흑인 노예까지 모두가 섞여 살아가는 라틴지역은 그야말로 음악의 '용광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살사 룸바, 보사노바, 삼바, 칠레나 등 라틴음악은 셀 수도 없거니와,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흥'이 있다. 따라서 그 '흥'만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라틴음악의 모두를 알게 된 것과 다를 바 없다.

로스 룸베로스 음악들

인터뷰 중인 Los Rumberos.
 인터뷰 중인 Los Rumberos.
ⓒ 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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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음악 중에는, 이미 대중들의 인식 속에 다른 장르의 음악과 허물없이 어우러진 장르들이 있다. 보사노바와 재즈의 관계랄까? 그러나 로스 룸베로스는 흔히 춤으로 더 알려진 룸바와 플라멩고 중심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

젬베 경우, 기분에 따라 좀 달라지지만 기타의 경우엔 룸바와 플라멩고 리듬이 기반으로 연주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장르의 무게보다 즐거움을 주는 음악, 즐거움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것이 로스 룸베로스의 목표이자 지향점이다. 그들이 인터뷰 내내 했던 말은 "Having fun, Having Good times(즐겁고, 좋은 시간이 되었다)"였다.

삶은 곧 음악

그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니 느껴지는 장단점에 대해 물었다. 좋아하는 일도, 직업으로 삼으면 싫어진다는 말을 한두 번 들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낯선 곳을 여행하며 음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즐겁다고 했다. 레이블 없이 활동 중인 로스 룸베로스는 체계적이고 경제적인 도움보다, 자신들끼리 부딪히며 배우는 것을 더 즐기는 듯 보였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배우고, 연주하며 배우고 놀면서 배우는 그들은 매 순간 배우고 있었다.

10년 후엔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묻자마자, 커다란 스타디움에서 월드컵과 같이 큰 행사를 위해 공연하고 싶다며 웃었다. 물론 2장의 앨범을 더 내고, 여러 가수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며, 가르치는 일도 해보고 싶다는 현실적인 답도 했다.

그러나 처음 뱉은 대답이 가장 그들답다는 생각했다. 인터뷰 말미에 10년 후엔 많은 것들이 달라지겠지만, 새로운 음악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은 절대 놓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들은 분명 정말 신나게 놀고 있지만, 정말 진지하게 자신들의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안정적인 삶보다, 그들이 꿈꾸는 삶은 훨씬 강렬했다. 그들의 음악을 향한 집념 때문인지, 자유분방하고도 확고한 삶 때문인지 분간할 수 없었으나 그들은 첫인상보다 인터뷰 후에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빨갛고 또렷하게 느껴졌다.

Tip! 로스룸베로스 멤버들이 추천하는 라틴음악
Lito, Corazón espinado - maná santana
Angel, Como la flor – selena
Paul, Juan Luis Guerra - Bachata en Fukuoka


태그:#라틴음악, #서울재즈아카데미, #LOS RUMBE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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