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하늘에서 내려다 본 땅은 어떤 모습일까? 늘 궁금하다. 논이 대규모 비닐하우스가 되면서 호수처럼 느끼는 새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심지어는 비닐하우스를 물인 줄 알고 착륙하다가 부딪혀 죽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만들어 낸 시설물들은 종종 생태계에 착시현상을 만들어 낸다. 

그 때문에 많은 시설물에 의한 생물의 사망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그 주된 피해자가 조류다. 버드스트라이크가 대표적인 예이다. 대도시인 대전에서도 종종 버드스트라이크가 발생한다. 이를 막기위해 버드세이버(맹금류모양의 스티커)를 설치하지만, 아직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버드세이버의 모습
▲ 맹금류모양의 버드세이버 버드세이버의 모습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이런 버드세이버를 차에도 붙여야 할 판이다. 금산 지략리에서 우연히 만난 검은등할미새의 모습에 한참을 웃다가 느꼈던 생각이다. 지난달 22일에 만난 검은등할미새는 아주 좋은 차의 사이드 미러에 앉아 있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모습에 흠칫 놀라 검은등할미새를 지켜봤다.

검은등 할미새가 앉아 있는 모습
▲ 사이드 미러에 앉은 검은등할미새 검은등 할미새가 앉아 있는 모습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꼬리를 움직인다"고 하여 할(움지일 할)미(꼬리 미)새로 이름 붙여진 검은등할미새는 연신 차량 창문을 보고 흔들고 있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창문을 공격하고 있었다. 검은등할미새는 발과 부리로 약 10여 차례 이상 유리창을 공격했다. 번식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영역권에 들어온 다른 할미새인 줄 알고 공격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자신의 영역권을 지켜내야 번식의 성공률이 높기때문에 필사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영역권 안에 다른 수컷이 있다면 암컷에 대한 경쟁과 먹이 경쟁도 해야 되기 때문에 자신의 번식 영역권에서 몰아내기 위한 행위이다. 하지만 유리창에 비친 모습이 자신인 줄 모르는 검은등할미새는 쓰러지지 않는 자신을 10회 이상 공격한 것이다.


처음에 그 모습이 너무 웃겼다. "역시 새머리는 다르구나!"라는 감탄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멈출 것 같지 않게 달려드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걱정되었다. 창문에서 미끄러지듯이 반복해서 공격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본능에 충실한 모습에 웃다가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든 생각이 씁쓸함이었다.

진하게 썬팅되어 거울처럼 비친 차량 유리가 새들에게는 저런 불편함을 만든 것이 씁쓸했다. 이러다 차량에도 버드세이버를 붙이자고 해야겠다는 과대망상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인간의 편리는 자연에 불편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이 다시 생각되었다. 나는 바보 같은 행위를 말리기 위해 검은등할미새를 쫓아내었다. 쫓아내고 멀리서 지켜보니 다시 창문을 향해 돌진하지는 않았다. 웃기기도 했고 씁쓸하기도 했던 검은등할미새모습 다시는 보지 않기를 바라며 내 차창에는 버드세이버를 설치하리라 결심했다.


태그:#검은등할미새, #버드세이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