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텍스트(Text)에는 맥락(Context)이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100% 정치적인 예술이 존재할 수 없듯이, 100% 순수한 예술도 없습니다. 문화 공연을 때로는 인문학적으로, 때로는 사회과학적으로 읽어봅니다. 마음에 안 들면 신랄하게 태클도 걸어보고, 재미있으면 '우쭈쭈' 칭찬도 합니다. 공연을 정치·사회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을 겁니다. 시도가 비록 재미(Fun)는 없더라도, 최소한 '뻔'한 리뷰는 쓰지 않으려 합니다. [편집자말]

"가라앉는 날 붙잡아줘, 더 늦기 전에
내게 용길 줘 일으켜줘, 나를 깨워줘.
네게 끌러 빠져버렸어, 널 사랑해.
하지만 넌 떠났어, 내 곁을 떠났어."

여기 서로를 사랑하는 두 남녀가 있다. 남자는 반년 전 떠난 연인을 아직 잊지 못하고 연인을 위해 노래를 부르던 청소기 수리공이다. 여자는 자신을 버리고 고향에 머물러 있는 남편을 기다리는, 어린 딸을 둔 젊은 엄마이다.

각자 그리움의 대상을 따로 붙잡고 있던 그들은, 더블린의 주점에서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들이 만난 지 단 며칠 만에, 서로는 서로에게 누구보다도 큰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서로를 견인하며 서로를 구원했다.

맞붙은 이마, 가까워진 입술 하지만 둘은 주먹만 꼭 쥔 채 그대로 떨어진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마음만 확인한 채 헤어진다. 그들 사이에 남은 음표와 선율만,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빈 공간을 채운다.

저예산영화계의 혁신 <원스>,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재탄생

 뮤지컬 <원스>에서 남녀 주인공 역을 맡은 윤도현과 전미도 배우. 윤-미도 페어는 이번 <원스> 공연에서 가장 사랑 받은 페어였다. 전미도의 노래와 연기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뮤지컬 <원스>에서 남녀 주인공 역을 맡은 윤도현과 전미도 배우. 윤-미도 조합은 이번 <원스> 공연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페어였다. 전미도의 노래와 연기는 별다른 코멘트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신시컴퍼니


지난 2014년 12월 3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연 뮤지컬 <원스>가 지난 3월 29일 마지막 공연을 마쳤다. 뮤지컬 <원스>는 지난 2007년 국내 개봉했던 86분짜리 영화 <원스>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유사하다. 아일랜드 토박이 남자와 체코 출신 이민자 여자가 음악으로 서로 교류하고 사랑하는 이야기가 작품의 주요 스토리다. 남자의 옛 연인이 있는 곳이 런던이 아니라 뉴욕으로 바뀐 정도이다.

하지만 영화 <원스>가 그대로 뮤지컬로 옮겨져 왔을 거라 기대하면 안 된다. 우선 작품의 톤 자체가 다르다. 영화는 차분하고 절제된 감정 속에서, 단조롭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뮤지컬은 영화보다 훨씬 밝고 발랄하다.

영화보다 긴 140분의 공연 시간 속에서, 뮤지컬 <원스>는 보다 곁가지를 풍성하게 변화시킨다. 영화 속에서는 단역에 불과했던 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등장한다. 아예 없던 배역도 새로이 창작했다. 이들이 끌어내는 서사는 다소 전형적이다.

두 주인공에만 집중하며 힘 있게 나가던 이야기는 다소 흐트러진다. 영화 특유의 아우라도 보다 대중적 정서로 바뀌었다. 원작에 깊이 매료됐던 팬이라면 분명 실망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보다 너그러운 자세로 바라본다면, 뮤지컬 <원스>는 단점 이상의 많은 장점을 지닌 작품이다.

각자 악기를 들고 무대를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배우들의 모습은, 마치 12명의 세션이 버스킹(거리 공연)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기타와 피아노뿐만 아니라 만돌린과 아코디언에 탬버린까지 이국적 악기가 수없이 교차하며 다양한 선율을 만든다.

여자 주인공 '걸(Girl)'의 캐릭터는 확연한 변화를 겪는다. 영화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씩씩하다. 이민자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마치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는 외국인마냥 어설픈 발음과 억양을 구사하며 거침없이 단어를 내지른다. 묘한 매력을 지닌 여자 주인공의 분위기는 작품 전체를 화사하게 채색한다.

별 갈등 없이 평이하게 흘렀던 원작에 비해, 뮤지컬은 훨씬 솔직하고 격정적으로 배우들의 감정을 드러낸다. 주인공을 제외한 인물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도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이는 프리쇼, 오케스트라를 배제하고 모든 배우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음악의 힘은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더 좁은 공간의 무대에서 관객과 더 깊이 있게 호흡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영화와 마찬가지로 뮤지컬 <원스>에서도 음악의 힘은 관객의 심장을 강타하는 '한 방'을 가지고 있다.

사랑과 용기 그리고 음악에 관한 이야기

 뮤지컬 <원스>에서 남녀 주인공 역할을 맡은 이창희, 박지연 배우. <레 미제라블>부터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박지연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아우라를 뽐내며 역을 멋지게 소화한다. 이창희의 가이는 기대 이상이었다. 윤도현에 비해 연주나 노래는 약간 아쉬움이 남지만, "날 것 같은" 매력을 맘껏 뽐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이다.

뮤지컬 <원스>에서 남녀 주인공 역할을 맡은 이창희, 박지연 배우. <레 미제라블>부터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박지연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아우라를 뽐내며 역을 멋지게 소화한다. 이창희의 가이는 기대 이상이었다. 윤도현에 비해 연주나 노래는 약간 아쉬움이 남지만, "날 것 같은" 매력을 맘껏 뽐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이다. ⓒ 신시컴퍼니


원작과 마찬가지로 뮤지컬에서도 두 주인공의 사랑은 이어지지 않는다. 남자는 자꾸만 자신을 밀어내는 여자를 향해 소리친다. 처음 이 음악을 만든 건 떠난 그녀를 위해서였지만, 지금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 여자를 위해서라고 말이다. 여자 역시 직접 표현은 못하지만, 체코말로 그에게 고백한다. "밀루 유 떼베",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그럼에도, 여자는 결국 뉴욕으로 같이 가자는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자는 자신을, 남자의 옛 연인에게 투사한다. 그리고 남자를 자신의 남편에 대입한다. 여자는 믿고 있다. 아직 자신과 남편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한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수 없음을 말이다. 그래서 "우리 이미 시작한 것 같다"는 남자의 말을 거부한다. 우리가 이미 시작했다면, 남편과 자신은 이미 끝난 사이로 매듭지어져야만 한다.

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였다. "기타만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었"던 그에게, 연인과 삶의 동기를 동시에 잃었던 남자에게, 여자의 등장은 그 자체가 구원이었다. 음악을 하고, 삶을 지속할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욕망한다. "황금처럼 빛나는 그녀", "황금을 줘도 안 바꿀 그녀"를 갖고 싶다.

여자의 엄마(바르슈카)가 남자에게 얘기하는 '쬐끄만 남자 이야기'도 결국 용기에 관한 이야기다. 삶을,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용기였다. 그럴 용기가 없다면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못한 채 두려움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뿐이다. 그 죽음 속에서 자신을 끄집어내 준 여자를 붙잡고 싶지만, 여자는 끝끝내 남자의 입술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자는 떠나기 전, 자신을 위해 아버지가 챙겨준 돈을 여자를 위해 쓴다. 뉴욕에 가서 "용기가 생길" 거금을, 여자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피아노를 사는 데 쓴다. 피아노를 연주하기 전에 피아노에게 인사하던 그녀에게, 빨간 리본을 매단 피아노를 남겨주고 그는 뉴욕으로 떠난다. 용기를 위해서다. 그녀를 갖고 싶었지만, 결국 갖지 못한 그가 뉴욕으로 날아가기 위해 필요했던 용기는 그 피아노에 의해 발휘된다.

뉴욕으로 떠난 그는 헤어진 옛 연인과 행복하게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더블린으로 날아 온 옛 남편과 함께 여자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이전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갈지, 아니면 그 이야기의 끝을 장식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지는 관객의 상상 속에 달려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멈춰 있던 두 사람의 삶은 서로의 용기를 자양분 삼아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소수자도 사랑할 수 있는 도시 더블린... 대한민국은?

 뮤지컬 <원스>에서 주인공 '가이(Guy)'로 출연한 윤도현. 아르페지오와 스트로크를 오가는 그의 기타 연주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관된 연기톤은 다소 아쉽지만, 그가 노래를 하는 순간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어느새 뇌리에서 잊혀진다.

뮤지컬 <원스>에서 주인공 '가이(Guy)'로 출연한 윤도현. 아르페지오와 스트로크를 오가는 그의 기타 연주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관된 연기톤은 다소 아쉽지만, 그가 노래를 하는 순간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어느새 뇌리에서 잊혀진다. ⓒ 신시컴퍼니


뮤지컬 <원스>에 등장하는 인물 중 '주류'는 아무도 없다. 주인공 남자는 가난한 청소기 수리공이다. 스튜디오를 빌리기 위한 2000유로(약 240만 원)도 은행에서 빌려야 하는 처지이다. 주인공 여자는 체코 출신 이민자이자, 아빠 없이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싱글맘'이다. 피아노를 살 돈이 없어서 점심시간마다 피아노를 치기 위해 주점을 찾는다.

주변 인물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리시 펍의 주인인 빌리는 스페인의 피가 섞인 혼혈이다. 장사가 안 되는 가게 때문에 은행에서 빚 독촉을 받느라 골치가 아프다. 비정규직 '햄버거 보이'인 안드레이도, 결혼할 사람을 찾고 있는 레자도 마찬가지다.

극 중 유일하게 '주류' 취급을 받는 건 은행원이다. 서울의 강북이나 다름없는 노스 스트랜드 출신 남자에게 마음을 쉽게 열었던 빌리는, 서울의 강남과 비슷한 코크 출신 은행원이 기타를 들고 가게를 찾자 "부르주아"라며 그를 비난한다. 그러나 그 은행원조차도 사실은 게이였다. 결국 <원스> 속 모든 이들은 아일랜드에서 사회·경제적 소수자이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소수자라는 유사점 외에 한 가지 공통점이 더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아일랜드 더블린을 사랑한다. 뮤지컬 <원스>의 인물들은 더블린을 향해 강한 애착을 드러낸다. 주인공은 더블린이 그리울 것이라고 말한다. 밤새 스튜디오 녹음을 마친 인물들은 아침 해가 떠오르는 더블린을 바라보며 참 "아름다운 도시"라고, "더블린은 사랑할 수밖에 없어"라고 외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계속 꿈을 꾸고 있으니까" 가능하다. 더블린은 소수자를 배제하고 밀어내는 도시가 아니다. 그들 모두를 품에 안고, 그들이 꿈을 꿀 수 있는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도시이다. 지역매니저 면접에서 떨어져도, 장사가 잘 되지 않아도, 때로 실패하고 좌절하도 재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이들은 더블린이라는 공간에서 꿈꾸고, 사랑하며,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하나될 수 있다. 이들에게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음악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여유가 있다. 더블린이 이들을 소외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민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홍대 입구에 모여들었던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여기저기로 쫓겨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들이 아름답게 가꾸고 예술혼을 꽃 피웠던 공간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잠식당하고, 예술가들은 갈 곳을 잃는다. 다른 곳에 모여들어 다시 그 공간에 발붙일 때쯤, 또 다시 자본은 그 자리를 점령한다. 서울은 예술가를 자꾸 외곽으로, 구석으로 밀어내고 있다. 비단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수자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외국인 노동자, 성 소수자, 가난한 비정규직이 마음 붙일 곳은 자꾸만 줄어간다. 도시 전반에 퍼진 반다문화, 반외국인 정서가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위협하고 있다. 성 소수자 인권 조례는 무산됐고, 가난한 이들은 스스로의 가난을 증명하지 않고는 아이들 밥 한 끼도 제대로 챙겨줄 수 없는 사회이다.

뮤지컬 <원스>의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더블린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들을 모두 안았기 때문이다. <원스>는 주류의 음악만을 하지 않는다.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지 않고, 여러 악기를 통해 각자의 공간에서 해왔던 방식의 음악을 하나의 큰 흐름에 부어 넣는다. 아일랜드의, 체코의, 스페인의 음악이 어우러진다. 12명의 배우들이 각자 다양한 악기를 통해 협연하는 음악은, 불협화음이 아니라 듣는 이를 감동시키는 하모니이다.

대한민국 사회도, 언젠가 더블린에 울려 퍼지는 <원스>의 감동적인 음악처럼, 소수자들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부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아직은 요원해보여 가슴이 아프다.

유종의 미 거두지 못한 뮤지컬 <원스>, 신시컴퍼니의 황당한 원칙

3월 29일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뮤지컬 <원스>는 막을 내렸다. 지방공연 계획도 따로 없기에, <원스>를 다시 보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년을 손꼽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신시컴퍼니의 어설픈 운영 탓에 <원스>는 유종의 미를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팬들은, 보통 한 작품을 한 번만 보지 않는다. 다른 캐스팅의 배우가 해석하고 소화하는 작품을 보러, 특별한 이벤트에 참여하러, 심지어 같은 배우여도 회차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라이브의 면모를 즐기러 여러 번 관람하는 게 통상적이다.

특히 마지막 공연은 뮤지컬 팬들에게 특별하다. 한 번 막을 내린 뮤지컬 작품을 다시 보기 위해서는 짧아야 1년, 보통은 2~3년, 길면 10년까지도 기다려야 하는 게 대한민국 뮤지컬 시장의 현 주소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작품의 끝을 기억하기 위해, 많은 팬이 마지막 회차의 공연을 찾는다.

기획사에서도 마지막 회차의 공연에는 더 정성을 쏟는다. 배우와의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하고, 캐스팅 됐던 모든 배우가 무대에 올라와 관객에게 무대인사를 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커튼콜 촬영을 허용하지 않던 작품도, 마지막 회차에는 관객에게 추억을 쌓을 기회를 주기 위해 사진 및 영상 촬영을 허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대 인사 촬영 허가 여부 두고 혼선 빚어져

뮤지컬 <원스>도 마지막 공연에 배우들의 무대 인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지난 3월 27일, 뮤지컬 <원스>의 기획사인 신시컴퍼니에 전화를 걸어 무대 인사의 촬영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기획사는 "논의 중이며, 홍보팀에서 공지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지막 공연인 3월 29일 당일까지, 신시컴퍼니 홈페이지나 공식 SNS 어디에도 무대인사 촬영에 관한 공지는 올라오지 않았다. 뮤지컬 관련 커뮤니티에는 마지막 촬영이 허용되지 않았음에 아쉬움을 표하는 팬들의 글이 올라왔다. 기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촬영 장비를 들고 공연장을 찾았다.

그러나 티켓팅 창구의 직원은 "촬영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어쩔 수 없이 DSLR과 망원렌즈 등의 촬영장비를 물품보관소에 맡기고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은 훌륭하게 진행됐고, 드디어 마지막 커튼콜과 함께 무대인사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런데 웬걸, 일부 관객들이 핸드폰과 카메라를 꺼내 무대인사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극장 내 직원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직원들의 만류가 없자 나머지 팬들도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원스> 배우들의 모습을 담았다.

직원의 말을 듣고 촬영장비를 맡겼던 기자는 아무런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다소 황당한 마음에 극장을 나오면서 어셔(안내원)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었다. 그러자 안내원은 "촬영 허가에 대해 따로 공지하지는 않았지만, 오늘 촬영을 특별히 제지하지 말라고 기획사에서 알려왔다"며, "촬영 허가 여부를 묻는 관객에게는 가능하다고 안내했었다, 해당 사안은 (티켓팅 창구의) 기획사 직원에게 물어봐라"고 답했다.

창구로 돌아가 직원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해당 직원은 "하우스 직원에게 뭐라고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는 안 되는 것이 맞다"며,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관객을 제지하지 않은 것뿐, 원래는 안 된다"고 대답했다.

원래는 안 되는 데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는 말이, 촬영을 허가한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지 따져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그러면 처음 문의 때 왜 촬영하지 말라고 안내했는지 물었으나 "원래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자와 비슷한 처지에 처했던 한 관객은 "황당하다, 말장난 하지마라"고 항의했다.

무대인사는 특별했다. 이반카를 연기했던 어린 배우들은 장난을 쳤고, 박지연 배우는 눈물을 흘렸다. 배우들은 돌아가며 각자에게 이번 공연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관객에게 인사했고, 마지막으로 모두가 함께 앙코르 공연을 진행했다. 모두가 즐거워하고 있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기자만 제대로 그 순간을 즐기지 못했다.

뮤지컬 <원스>가 언제 또 돌아올지, 신시컴퍼니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명료하게 공지했으면 될 일을, 이상한 원칙을 내세워 관객에게 혼선을 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관객이 최대한 작품을 즐기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기획사가 할 본연의 역할이다.

뮤지컬 <원스> 포스터 2014년 12월 3일부터 2015년 3월 29일까지 관객을 맞은 뮤지컬 <원스>의 포스터 중 이창희-박지연 페어 버전. 지방 공연이 취소되며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 뮤지컬 <원스> 포스터 2014년 12월 3일부터 2015년 3월 29일까지 관객을 맞은 뮤지컬 <원스>의 포스터 중 이창희-박지연 페어 버전. 지방 공연이 취소되며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 신시컴퍼니



뮤지컬 원스 윤도현 전미도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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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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