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영웅' 차두리의 아름다운 피날레와 '새로운 영웅' 이재성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분명히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그 외에 경기 자체로만 보면 아쉬움이 더 많이 남았던 A매치 2연전이었다.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41분 터진 이재성(전북)의 결승 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다.

결정력 문제 여전히 반복

슈틸리케 감독은 1-1로 비겼던 지난 우즈베키스탄 전과 비교해 선발 명단에서 무려 9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킨 선수는 손흥민과 한국영이었다. 박주호가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고 구자철 대신 남태희가, 이정협 대신 지동원이 선발 투입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우즈벡 전보다 베스트에 더 가까운 라인업이었다. 차두리는 자신의 마지막 경기에서 기성용 대신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왔다.

전반적으로 한국이 초반부터 경기 주도권을 장악하는 플레이를 펼친 것은 우즈벡 전과 비슷했다. 하지만 결정력 문제도 여전히 반복됐다. 한국은 전반 뉴질랜드의 측면을 공략하며 여러 차례 코너킥 찬스를 얻어냈지만, 세트피스에서 김주영-기성용의 헤딩슛이 골 포스트를 벗어나는 등 정작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 슈팅은 드물었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전반 38분 손흥민의 PK 실축이었다. 기성용의 전진 패스를 이어 받은 한교원이 문전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뉴질랜드 마리노비치 골키퍼가 공을 걷어내려다가 파울을 범했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으니 골문 왼쪽을 노린 슈팅이 방향을 읽은 마리노비치의 선방에 막혔다.

1분 뒤에는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PK 실축을 만회하는 개인기로 뉴질랜드 수비를 무너뜨리며 공간을 열었다. 손흥민에서 한교원을 거친 크로스가 지동원의 헤딩슛으로 이어졌지만, 다시 골문으로 들어가기 바로 직전 뉴질랜드 수비가 아슬아슬하게 걷어냈다.

오히려 한국은 전반 종료를 앞두고 뉴질랜드의 역습에 아찔한 실점 위기를 맞았다. 골키퍼 김진현이 골대를 비우고 달려나왔지만, 수비수와 호흡이 맞지 않아 충돌하며 공이 뒤로 흘렸다. 완벽한 노마크 상황에서 뉴질랜드 선수가 가볍게 골문으로 공을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주심은 뉴질랜드의 차징 파울을 선언했다. 리플레이 상황을 보면 한국 선수들끼리 충돌한 상황이었고, 뉴질랜드 측의 정당한 골이었다. 홈어드밴티지라고 위안하기에는 다소 무리했던 판정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을 대폭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전반 막판 차두리를 김창수와 교체한 것을 시작으로 후반에는 구자철-곽태휘-김보경-이재성-이정협 등 평가전에서 쓸 수 있는 교체 한도를 최대한 활용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이재성의 슛 지난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뉴질랜드의 경기.

▲ 이재성의 슛 지난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뉴질랜드의 경기. ⓒ 연합뉴스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던 후반 41분 마침내 터진 골은 교체 멤버들의 합작품이었다. 최전방에서 이정협의 적극적인 압박으로 가로챈 공이 김보경의 슛으로 이어졌고, 골키퍼가 일단 막아냈지만 측면에서 쇄도한 이재성이 2차 슈팅으로 공을 밀어넣으며 마무리에 성공했다. 선수들은 은퇴하는 차두리에게 달려가 세리머니를 선사하며 대선배의 마지막 길을 예우하기도 했다.

한국은 이로써 3월 A매치 2연전을 1승 1무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2무라고 봐야한다. 우즈벡 전은 비겼지만 후반에 졸전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쳤고, 뉴질랜드전은 내용 면에서는 더 좋아졌으나 상대의 골이 인정받지 못하는 등 심판 판정의 수혜를 입은 장면이 몇 차례 있었다.

미드필드진 선수층 확장 소득

특히 수비 불안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A매치 2연전에서 골키퍼와 포백라인에 모두 다른 조합을 선보였다. 실점은 적었으나, 내용상 합격점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시간 상의 제약으로 인한 조직력의 한계를 감안해도 위험 지역에서 쓸데없는 패스 실수나 볼 처리 미숙이 너무 많았다.

피지컬을 바탕으로 선굵은 공격을 구사하는 팀에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 고민 거리. 한국은 우즈벡과 아시아 무대에서 언제든 다시 마주할 수 있고, 뉴질랜드와 비슷한 스타일은 호주를 상대로도 아시안컵에 고전한 바 있다. 고질적인 중앙 수비는 이번에도 최상의 조합을 찾는 데 실패했고, 은퇴한 차두리와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된 김진수의 공백이 느껴지는 좌우 풀백도 새로운 고민을 안게 했다.

골 결정력 문제 개선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아시안컵의 '신데렐라' 이정협은 활발한 압박과 연계 플레이로 슈틸리케 감독의 재신임을 받았으나, 우즈벡 전에서 당한 부상으로 출장 시간이 짧았던 게 아쉬웠다. 또 다른 원톱 후보였던 지동원은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에서의 부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듯 내내 최전방에서 고립되거나 겉도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손흥민 역시 시즌 후반기들어 체력저하와 함께 이번 A매치 2연전에서는 특유의 날카로움이 많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전반적으로 공격수 보강의 필요성만 남긴 2연전이었다.

그나마 미드필드진에서는 다양한 조합을 통해 선수 층을 넓힌 게 소득이었다. 구자철이 이번 A매치 를 통하여 화려하게 부활하는 모습을 보였고, 김보경의 복귀와 이재성의 가세로 2선의 가용폭이 한층 넓어졌다. 김보경은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이재성은 장기적으로 기성용의 대안 혹은 경쟁자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주장 기성용의 패스 센스와 경기 운영 능력은 여전했다.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이청용의 빈 자리에도 한교원, 남태희 등 새로운 옵션들이 기회를 노림에 따라 2선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