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첫 방송된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두 MC 유재석과 김구라.

3월 31일 첫 방송된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두 MC 유재석과 김구라. ⓒ SBS


SBS 파일럿 예능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의 MC 유재석과 김구라. 이 두 사람의 진행 성격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는 것은 사실 시간낭비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진행자로서 긍정적이며 선한 이미지의 대표주자인 유재석, 그리고 그와는 아주 대조적인 이미지의 김구라. 지난달 31일, 엄청난 기대 속에 시작된 그들의 첫 방송이 이제 막 끝났다.

여타 예능과 차별화 지점 찾을 수 없어

<동상이몽>은 부모와 자녀가 갖고 있는 고민을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첫 회에서는 총 세 가족의 사연이 소개되었는데, 우리네 보통의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모-자식 간의 다양한 갈등 양상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뿐, 첫 방송임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동상이몽>은 사연의 해결과정, 진행,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 그 어느 것에서도 그리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타 예능과의 차별점을 전혀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 이 예능의 포맷은 요즘의 흔한 예능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 간의 별별 희한하며 구구절절한 사연들은 KBS <안녕하세요>나 JTBC <유자식 상팔자> 등의 프로그램에서 이미 질리도록 봐 온 것들이 아니던가.

그러한 것들에서 한발자국도 진화하지 못한 <동상이몽>이 던진 색다른 패는 그래서 아주 중요했다. 다른 프로그램들과 별반 차이 없는 이 프로그램의 포맷이 과연 무엇으로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를 제작진은 이미(!) 알고 있었을 테니까.

그 패는 바로 유재석과 김구라, 이 예능의 선봉에 선 걸출한 두 진행자였을 것이다. 그들의 뛰어난 예능감과 진행능력은 이미 수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바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상반된 이미지와 대조적인 진행방식이 새 프로그램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는 안팎으로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이 뚜껑을 열자, 웬일인지 갖가지 사연만 드러날 뿐, 두 사람의 존재감은 어디론가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선과 악으로 뚜렷이 구별될 것 같던 그들의 캐릭터는 안타깝게도 마구잡이로 배치된 패널들의 중구난방 이야기 사이로 함몰돼버리고 말았다.

진행자의 쓰임새, 문제의 해결방법 새로이 정립해야

 <동상이몽>의 한 장면.

<동상이몽>의 한 장면. ⓒ SBS


문제로 지적된 진행자들과 패널들의 배치야 새로이 조정하면 될 일이다. 보다 큰 문제는 진행자들의 쓰임새다. 이런 종류의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각 사연에 대한 진행자들의 입장 표명과 조정 능력이 아닐까.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는 능수능란한 애드리브와 임기응변으로 유명한 유재석의 주특기가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 아니, 그럴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적당한 표현일 것이다. 특히 방청석 가까이 배치되어 여러 패널들과 호흡을 맞춘 김구라보다는, 무대 위에 덩그러니 홀로 서 있어야만 했던 유재석의 포지션이 무척이나 애매하게 느껴졌다.

어수선한 분위기, 거의 모든 패널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려 하는 중구난방의 상황 속에서 그가 말할 기회를 찾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워 보였다. 탁월한 진행자가 그 장점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 그 해결책 찾기는 이제 유재석 자신은 물론, 제작진의 큰 숙제로 남았다.

그리고 또 다른 차별화의 지점은 각 사안들에 대한 깊이 있는 해결 방법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예능이고, 재미의 추구가 첫째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뭔가 색다른 시선과 탁월한 분석, 사연의 경중에 따른 진중한 해결의 방법론만큼은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마디로 예능에 깊이를 불어넣는 것. <동상이몽>, 제작진과 시청자가 꾸는 꿈이 크게 다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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