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신예' 이재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뉴질랜드를 격파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 대표팀과의 친선 경기에서 이재성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국가대표 은퇴 경기에 나선 차두리는 전반 42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사흘 전 우즈베키스탄전 선발 11명 중 9명을 바꿨다. 최전방 공격수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앞세우고 좌우 측면에 손흥민(레버쿠젠)과 한교원(전북)을 배치했다. 2선 공격을 맡은 섀도 스트라이커로는 남태희(레퀴야)가 나섰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한국영(카타르 SC)이 손발을 맞췄고, 수비는 박주호(마인츠), 김영권(광저우), 김주영(상하이), 차두리(서울)로 이어지는 포백라인을 앞세웠다. 골키퍼 장갑은 슈틸리케호의 주전 수문장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차지했다.

차두리 "잘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하려고 했다"

2001년 이후 15년 만에 만난 뉴질랜드는 만만치 않았다. 한국은 뉴질랜드와의 역대 6차례 맞대결에서 5승 1무를 기록하며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지만, 이날 뉴질랜드는 예상보다 날카로운 공격을 뽐내며 한국을 위기에 빠뜨렸다.

한국은 중원에서의 패스 플레이로 60%가 넘는 공 점유율을 기록하며 기회를 노렸다. 반면 뉴질랜드는 공을 잡으면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공격을 전개하며 한국과 상반되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전반전만 놓고 보면 뉴질랜드가 더 강했다. 뉴질랜드는 공중볼 다툼에서 한국을 압도하며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전반 7분 크리스토퍼 우드가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지만, 한국은 골키퍼 김진현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서서히 반격에 나선 한국은 전반 20분 손흥민의 오른쪽 코너킥이 김주영의 머리에 정확히 맞았으나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3분 뒤 다시 얻은 코너킥에서 기성용이 몸을 날려 헤딩을 시도했지만, 이마저 골대를 스쳐 갔다.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공격의 수위를 높였고, 마침내 전반 38분 결정적인 기회를 얻었다. 역습 찬스에서 돌파를 시도하던 한교원이 상대 골키퍼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손흥민의 슛이 골키퍼 손에 막히면서 첫 골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곧이어 지동원의 헤딩마저 또 다시 골키퍼에 막히는 등 '골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전 약속대로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 차두리를 교체해 박수를 받으며 떠나도록 배려했다. 지난 13년간의 국가대표 활약이 떠오르는 듯 눈시울이 붉어진 차두리는 기립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차두리는 하프타임에 열린 은퇴식에서 "내가 한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다"면서 "나는 잘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하려고 애쓰는 선수였고, 그 노력을 여러분이 알아봐 주셔서 행복하게 대표팀을 은퇴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두리 가고, 이재성 떠오른 '슈틸리케호'

만족스럽지 못한 전반전을 마친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카드를 꺼냈다. 한교원과 김주영을 빼고 구자철과 곽태휘를 투입하며 공격과 수비 모두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교체 투입된 구자철이 과감히 공격을 전개했고, 김영권이 유효 슈팅을 날려봤지만 상대를 위협하지 못했다. 오히려 수비에서 어설픈 공 처리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한국은 후반 17분 손흥민이 올린 코터킥을 지동원이 헤딩으로 연결해 뉴질랜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심판은 공이 지동원의 손을 먼저 맞았다며 핸들링 반칙을 선언, 경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원에서의 압박과 패스가 좋아진 한국은 전반보다 더 많은 기회를 잡았지만, 고질적인 골 결정력이 발목을 잡았다. 박주호와 이재성이 잇따라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모두 골대를 벗어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6분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부상으로 일찍 교체된 이정협을 투입하며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꺼져가던 슈틸리케호의 불씨를 되살린 것은 이재성의 결승골이었다 .

한국은 후반 41분 김보경의 슈팅이 골키퍼에 막히자 이재성이 재차 슈팅을 날려 기어코 골망을 흔들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첫 선을 보인 이재성이 국가대표 데뷔 2경기 만에 골을 터뜨리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린 것이다.

이재성의 결승골로 한국은 뉴질랜드를 1-0으로 꺾었다. 이재성이라는 큰 수확을 거두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슈틸리케호는 오는 6월부터 시작되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예선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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