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챔프전 무대를 밟았던 기업은행이 2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지난 31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세트스코어 3-0(25-15, 25-23, 25-19)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기업은행은 창단 4년 만에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신흥 명문의 이미지를 확고히 다졌다. 반면 정규 리그 우승팀 도로공사는 챔프전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고 말았다. 특히 수비의 핵심 김해란 리베로의 부상 공백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정규 리그 6라운드부터 이어진 기업은행의 연승 행진

기업은행은 정규리그 6라운드 시작부터 플레이오프, 챔피언 결정 2차전까지 무려 9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반면 도로공사는 지난 7일 정규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후 4연패의 늪에 빠지며 벼랑 끝에 몰렸다.

토종 공격수 황민경과 문정원의 경험이 적은 도로공사는 어쩔 수 없이 외국인 선수 니콜 퍼셋에게 공격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반면 기업은행은 왼쪽에 박정아, 중앙에 김희진, 오른쪽에 데스티니 후커로 이어지는 강력한 삼각 편대를 보유하고 있다.

니콜은 1세트에만 6득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했지만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4개의 범실을 저지르고 말았다. 기업은행은 데스티니와 김희진이 나란히 6득점, 박정아가 3득점을 보태며 여유 있게 1세트를 따냈다.

도로공사는 2세트에서 문정원의 강서브를 앞세워 경기를 대등하게 끌고 갔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세트 중반 김유리의 블로킹과 김희진의 서브득점, 데스티니의 백어택으로 주도권을 가져왔다.

도로공사는 문정원의 공격력이 살아나면서 20-20 동점까지 만들었지만, 세트 후반 집중력이 살아난 데스티니의 공격력을 막지 못하고 2세트마저 내주고 말았다. 박정아는 2세트에서 9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다.

마지막 경기, 마지막 세트에 몰린 도로공사는 수비집중력이 살아나며 세트 초반 흐름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박정아의 블로킹 2개와 정대영의 네트터치 범실, 고예림의 공격범실, 김희진의 서브 득점을 묶어 단숨에 스코어를 벌려 나갔다.

패색이 짙어진 도로공사는 다시 서브 리시브가 흔들렸고 니콜마저 공격범실을 저지르며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결국 기업은행은 압도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박정아의 공격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주전 대부분이 1990년대생, 기업은행 시대 열린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0년부터 창단 작업을 시작해 2011-2012 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했다. 지난 1970년에 창단해 45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도로공사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막내 중의 막내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V리그 참가 4번 만에 두 번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과 두 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중앙여고의 김희진, 부산남성여고의 박정아 등 역대급 신인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에 맞춰 창단 시기를 잡은 것이 기업은행 고속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실제로 기업은행이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젊음'이다. 챔프전 상대였던 도로공사가 42세의 장소연, 36세의 이효희, 35세의 정대영 같은 노장들이 주축이 돼 있는 반면에 기업은행은 김사니 세터와 남지연 리베로를 제외하면 1990년대에 태어난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대표팀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희진과 박정아 콤비는 기업은행의 자랑이다. 김희진은 '배구 여제' 김연경(페네르바체)이 해외에서 뛰고 있는 지금 V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루키 시즌 김희진을 제치고 V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던 박정아는 187cm의 장신임에도 레프트, 라이트, 센터까지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다재다능하다. 김희진과 박정아는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토종 득점 랭킹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노장듀오 김사니 세터와 남지연 리베로의 후계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은 기업은행의 장기집권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다음 시즌부터는 이소진 세터와 노란 리베로의 출전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사실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팀이다. 중간에 약간의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기업은행은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기업은행은 김연경,황연주(현대건설)가 뛰던 시절의 흥국생명 같은 '독주 시대'를 노리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IBK기업은행 알토스 이정철 감독 데스티니 후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