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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행정관을 가득 채운 학생들이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해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31일 행정관을 가득 채운 학생들이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해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 건국대 영화학과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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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황우여 교육부장관 발 '취업중심', '산업수요중심' 대학 학사구조개편으로 대학사회가 단기적 취업 학원화가 되고 있다는 사회적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마침내 대학생들의 불만이 폭발하기 시작했다(관련 기사: 기초학문 대학생들 "누가 우릴 '문송'하게 만드나요?").

건국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31일, 학교 행정관 앞에서 '학과구조개편'에 반대하는 농성을 진행했다. 현재 전 총장 비리혐의로 검찰 압수수색과 관계자 줄소환을 겪고 있는 중앙대 학생들도 같은 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타 대학 학생회, 연예인, 심지어 해외대학 학생들까지 구조개편 반대 지지성명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대학의 정체성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양상이다.

건국대 학생들 행정관 점거... 총장에게 구조개편 보류 약속 받아내



"학교 본부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전공공부 해놨더니 학과 통폐합이 웬말이냐!"
"졸속행정, 규탄한다! 규탄한다!"

3월의 마지막 날, 건국대 행정관을 가득 채운 수백 명 학생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건국대는 지난달 22일, 취업 등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학과 통폐합과 학부제를 대형 학과제로 전환하는 구조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마침내 폭발했다. 자본논리로 학문 지향성이 다른 학과들을 '유사중복'으로 묶어 이에 반발하며 소통을 요구해온 터에(관련 기사: "'맑스돌' 혜리까지 동참, 예술인들 공감한다는 뜻"), 구조개편 시한이 임박하자 마침내 집단행동에 나선 것.

행정관을 점거한 학생들은 장시간 농성을 진행하며, 구호를 외쳤다.
 행정관을 점거한 학생들은 장시간 농성을 진행하며, 구호를 외쳤다.
ⓒ 건국대 영화학과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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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본부 대표 : "(총장 면담을) 이틀 안에 잡을게요."
총학생회장 : "저보다 여기 계신 각과 학생회장과 학교 구성원 학우분들께 말씀해주십시오."
학생들 : "총장님이 직접 말씀해주십시오!"
총장 : "……."
총학생회장 : "저희가 총장님과 면담하기 전까지 절대 도장을 찍지 않는다고 말씀해주십시오"
총장 : "……."
학생들: "이틀 안에 도장 찍으면 아무 소용 없는 거 아닙니까!"

건국대 정환희 총학생회장과 구조조정 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은, 송영희 총장에게 면담을 요구하며, 면담 전까지 구조개편안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송 총장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학생들은 농성을 풀지 않고 답변을 요구하며 이전에도 학교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을 주장했다. 농성을 지속하자, 학교 측은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약속했으며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농성을 해제했다.

현재 학생들은 학교 측이 갑작스럽고 일방적으로 학사 구조개편 계획을 알려왔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농성은 약 9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면담 외에 2일 학생총회를 열기로 했다.

중앙대 학생들 기자회견... "전 총장 비리혐의, 구조조정과 무관치 않아"

한편, 중앙대는 신입생 모집단위를 단과대로 광역화해, 재학 중 학과 선택을 하겠다는 학칙개정안을 공고하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정책으로 취업이 잘 되는 전공으로 '쏠림현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기초학문 고사(枯死) 우려까지 불러오고 있다.

입학 정원이 학과 단위 별로 할당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을 덜 받는 학과가 눈에 띄게 되면 없애는 명분이 되지 않으리란 걸 누가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중앙대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수석의 중앙대 특혜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이 들어왔다. 박 전 수석은 중앙대 전 총장으로 재임한 바 있다.
 지난 27일, 중앙대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수석의 중앙대 특혜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이 들어왔다. 박 전 수석은 중앙대 전 총장으로 재임한 바 있다.
ⓒ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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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중앙대 전 총장이었던,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직권남용 의혹을 수사하며 중앙대와 교육부를 압수 수색하고 관계자들을 소환하고 있다. 현재 박 전 수석은 2011년 청와대 재직 당시 이아무개 전 교육비서관을 통해, 중앙대 본분교 통합과 적십자간호대 인수 등에 개입한 혐의를 수사받고 있다.

또한, 박 전 수석의 딸의 중앙대 조교수 채용과정과 양평 중앙국악예술원 토지 소유권 논란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관련 기사: '박범훈 외압' 중앙대·교육부 관계자 줄소환).

31일 중앙대 영신관 앞에서 열린 학생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31일 중앙대 영신관 앞에서 열린 학생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 중앙대 학생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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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명예 바닥에 떨어뜨린 본부 관계자는 사과하라!"
"학내 혼란과 분규 불러올 일방적 구조조정 강행 중단하라!"

이에 학생들은 지난달 31일, 중앙대 영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학생들은 이번 압수수색 사태가 그동안 진행된 학사구조개편 추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박 전 총장의 중앙대 특혜의혹이 "개인적 일탈 문제가 아니"라며, 마치 "교육부 정책이 바뀌기도 전에 이를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이사회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는 '정황'들이 쌓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교 본부가 유난히 강조하던 '학교의 명예'가 말 그대로 땅에 떨어져 버렸"음에도, "학내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사과도 아무런 설명도 하고 있지 않다"며 학교 본부를 질타했다.

그 뿐만 아니라 "(비리수사와) 구조조정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며 "특혜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캠퍼스 통합'은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의 정원 조절을 (구조조정에 용이하게) 가능하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현재 학생들은 "학교가 대외적으로 구조조정안이 마치 크게 양보하고 후퇴한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그 실상은 다르다"며 "학내외의 기초학문 홀대, 탄압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킬 어떠한 대안과 안전장치도 명시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본부가 '외연의 성장', '과정보다 결과' 만을 바라보고 강행했던 일련의 조치들이 어떤 결과를 불러 왔는지 다시 생각해볼 시점입니다."

연예인, 외국 대학생들까지 구조개편 반대 지지동참

프랑스 3대학 학생들이 한국 대학생들의 구조조정 반대를 지지했다. 이들의 피켓에는 "프랑스 학생들은 한국 대학생들의 투쟁을 지지합니다"라고 적혀있다.
 프랑스 3대학 학생들이 한국 대학생들의 구조조정 반대를 지지했다. 이들의 피켓에는 "프랑스 학생들은 한국 대학생들의 투쟁을 지지합니다"라고 적혀있다.
ⓒ 건국대 영화학과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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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구조개편이 진행 중인 대학들이 많아지면서, 동병상련을 느낀 타 학교 학생들이 잇달아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관련 기사: '여러분 대학이나 개혁하세요' 중앙대 현수막의 정체는?).

또한 '맑스돌' 혜리, 샤이니 '준호', 배우 고경표, 김유정 등도 건국대 영화과 구조개편 반대 운동에 동참하는 등 많은 연예인까지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달 29일에는 시카고 컬럼비아 대학 학생들이 한국 대학의 구조개편 정책에 반대하고, 한국 대학생들을 지지하는 편지와 서명을 보내오기도 했으며, 30일에는 프랑스 3대학 학생들도 지지 입장을 밝혔다.


태그:#중앙대, #중앙대학교, #건국대, #건국대학교,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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