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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마다 아이들의 소소한 다툼은 항상 있는 일입니다.

꿈키움학교에서도 3월 초에 아이들의 다툼이 있었습니다. 올해 들어 첫 다툼이었고 3월 18일에 이를 두고 공동체 회의가 열렸습니다.

공동체 회의를 소개하자면, 매주 수요일 5~6교시에 '꿈터'라고 하는 공간에서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모이는 시간입니다. 학교 현황에 대해 함께 토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공간입니다.

아이들의 발언권과 선생님의 발언권은 동일합니다. 학생회 아이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안건은 꿈키움공동체면 누구나 제안할 수 있습니다.

싸운 아이들끼리 '돌탑' 쌓기로 결정... 함께 싹 트는 우애

함께 탑을 쌓는 아이들
 함께 탑을 쌓는 아이들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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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의 안건 주제는 2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다툼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공동체 회의에서 주의할 점은, 자칫 잘못하면 '처벌'의 형태로 회의가 흐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의를 하는 목적은 친구들을 벌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공동체의 안전을 흐트러뜨린 책임을 묻는 형태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벌은 누구나 줄 수 있습니다. 처벌만 가지고는 변화가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다툼은 누구나 생길 수 있습니다. 주로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 다툼을 개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하면 우리 공동체는 안전할 수 없습니다. 친구들의 관계, 그 관계에서의 분노에 대해 우리가 함께 하지 못한 책임이 큽니다. 오늘 이 친구들을 벌주려고 하지 말고 책임을 묻는 형태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당시 일에 연관되었던 3명의 학생에게는 공동체 회의에서 다양한 아이들의 질문과 방안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세 학생에게 묻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지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나요?"
"친구들의 사이가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어떤 형태로 책임을 묻는 것이 좋을까요?"
"감정일기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만날 때마다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게 하지요."
"함께 30cm이상의 돌탑을 쌓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일주일간 밥을 같이 먹는 것은 어떨까요?"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다수의 의견을 물은 결과, 이 모든 제안을 함께 하는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3명의 학생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동의를 했습니다. 다음날인 19일, 돌탑 쌓기 미션에 바로 들어갔습니다. 저와 아이들은 함께 리어카를 끌고 정문으로 나가 돌덩이를 모아 왔습니다. 모두가 잘 보이는 중앙현관 입구에 돌탑을 쌓았습니다.

호전된 아이들 관계, 공동체도 성장한다

아이들이 함께 쌓은 다용지탑
 아이들이 함께 쌓은 다용지탑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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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갑게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나름 즐거워하며 돌탑을 쌓았습니다.

"선생님. 생각보다 너무 쉬운데요."
"더 높이 쌓아요."
"이야 멋져요. 탑 이름을 정해요."
"우리 3명의 이름 중 한 글자씩 따서 '다용지탑'이 어때요?"
"오 재미있는데, 탑 이름을 쓰자. 그리고 너희가 졸업한 후에도 와서 보자. 그럼 재미있겠는데?"

이 날 꿈키움학교 중앙현관 옆에는 '다용지탑'이 섰습니다. 물론 이러한 이벤트를 한다고 아이들의 관계가 단번에 나아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공동체 생활 속에서 나의 다툼이 공동체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은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탑을 쌓은 후 10일 정도가 지났습니다. 아직 탑은 건재합니다. 세 아이의 관계도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탑을 쌓을 때 많은 아이들이 주위에 몰려와 구경을 했습니다.

"선생님 저도 쌓고 싶어요."
"탑을 쌓으려면 싸워야 해. 너, 나랑 싸울래?"
"싫어요. 헤헤."

꿈키움학교의 공동체 문화는 이렇게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용만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대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경남꿈키움학교, #다용지탑, #공동체회의,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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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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