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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사드가 뭐야. 사스 아니야? 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라는……."

농담 같지만 실제로 이런 말들이 오간다. '사드'와 '사스'는 어감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스는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많이들 인지하고, 또한 대비책도 강구할 것이다. 하지만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는 명칭에도 보이듯 일반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개념이다. '종말단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라는 한글명칭으로 바꿔도 그 뜻이 단번에 납득되지 않는다.

MD체계에서는 하늘을 3등분... 마지막단계가 종말단계

사드는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핵심이라 불린다. MD 시스템에서는 상대국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하늘을 3등분 한다. 이륙(Boost) - 중간궤도(midcourse) - 종말(terminal)로 구분 짓는데 실제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구간은 중간궤도 이후 단계부터다.

이론상으로는 이륙단계부터 요격할 수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측이 친절하게(?) 발사 시각을 알려주겠는가? 탄도미사일 공격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되기에 요격을 할 수 있는 실제적인 시각은 중간궤도 이후부터가 되는 것이다.   

탄도미사일은 곡선을 그리며 비행하기에 가장 고도가 높은 지점은 중간궤도 부분에 위치해 있다. 이런 개념을 일반 사람들이 들으면 혼란스러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사드가 고고도라며? 그럼 최고점도 종말 단계에 있어야 하지 않아? 고고도, 종말 서로 어울리네..."

MD체계의 마지막 구간인 종말단계는 말 그대로 탄도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마지막 영역이다. 그래서 미국은 종말단계를 고(高)고도와 중(中)고도로 세분화하였다.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만큼 중간궤도보다는 더 촘촘히 빗장을 걸어둔 것이다.

MD체계 개념도
▲ 미사일방어체계 MD체계 개념도
ⓒ 위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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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로 총알을 잡는다?

중고도를 담당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사드 미사일도 역시 명중률이 문제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구비했는데 명중률이 낮다면 그거 곤란한 일이 아닌가?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사는 사드의 명중률을 80% 발표했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이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탄도미사일 발사는 발사 당사자가 친절하게 사전 고지를 하지 않는다. 차량에 실린 이동발사대는 계속 움직일 것이다. 만약 발사 모체가 잠수함이면 사전 탐지가 더욱더 어려울 수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명중실험도 기습적인 상황 하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수송기인 C-17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타깃으로 사용되는 등 실전과는 다른 명중 실험이었다. 탄도미사일은 대기권 밖에까지 치솟아 올랐다, 정점을 찍고 다시 지구 궤도로 급강하한다. 그럼 물리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미사일은 중력가속도가 붙어 엄청난 속도로 지구표면에 낙하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수송기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그런 중력가속도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한편 그런 엄청난 낙하속도 때문에 '총알로 총알을 잡을 수 있나?'라는 말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더미(dummy) 탄두 문제도 있다.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로켓에 인공위성을 하나만 싣지는 않는다. 각국에서 실려 온 각양각색의 인공위성들이 하나의 로켓에 실려 우주로 쏟아 올려 진다. 하나라도 더 실으면 발사국은 금전적으로 더 이득을 볼 것이다.

인공위성 발사 로켓과 동일한 하드웨어를 가진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탄두를 하나만 장착하지 않고 여러 개를 동시에 탑재한다. 일정 지점에서 탄두가 여러 개로 쪼개지면 공격은 더 극대화되는 반면 방어는 더욱더 어려워진다는 건 자명한 일이다. 더미 탄두는 이때 이용된다. 기만책으로 '거짓' 탄두를 탑재시켜 진짜 탄두를 찾아내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사드 미사일은 더미탄두 문제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사스는 피해야 하고, 사드는 알아야 한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처럼 사드는 북한 견제용이라기보다는 대 중국 견제용이다. 일본이 북한을 '지렛대' 삼아 자위대의 확장을 꾸준히 이룩한 것처럼, 사드 문제도 미국이 북한을 '지렛대' 삼아 동북아지역에서 MD 체계를 확장시키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그토록 사드를 포함한 MD 문제에 민감할까? 중국 측도 사드미사일이 요격율이 낮다는 걸 잘 알 듯한데... 필자가 보기에는 미국과의 정보 비대칭을 우려하는 것 같다. 사드에 핵심 장비 중에 하나인 X-밴드 레이더가 남한에 설치된다면 중국의 동부 해안지역은 실시간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은 어디에 레이더를 설치하여 정보를 얻을 것인가? 캐나다 혹은 쿠바? 꿈같은 소리다. 중국은 우리 해군의 초계기인 PC-3의 서해 상공 초계 비행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정도로 동부 해안지역은 중국이 빗장을 꽁꽁 걸어두고 싶은 핵심적인 지역인 것이다.   

사드가 북한 방어용이든 중국 방어용이든, 그것이 실전에 사용되는 순간 남북한은 모두 석기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어찌 보면 참 중요한 일이 한-미-중 간에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너무 그런 문제에 둔감해 있는 듯싶다. 사스는 피해야 하지만 사드는 낱낱이 따져봐야 하는 한다. 그것이 필자 이 글을 쓴 이유다.    

덧붙이는 글 | 길 위의 인문학 역사트레킹

http://blog.daum.net/artpunk



태그:#MD, #THAAD, #미사일방어체계,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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