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가 끝난 후 돌아온 윤석민의 보직을 두고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KIA의 코칭스태프는 장고를 거듭했다. 윤석민이라는 선수가 선발로 뛸 때의 가치와 불펜투수로서의 필요성 모두가 컸기 때문이다.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28일과 29일 광주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개막 2연전에서 KIA는 지난해 4강 팀 LG를 상대로 기분 좋은 2연승을 달렸다.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센터라인에 대한 공백을 호수비로 증명한 것은 기대이상의 성과였다. 반면, 불펜은 극과 극을 체험하며 여전히 물음표로 남았다.

28일 깜짝 호투한 KIA 불펜, 29일 무너지다

28일 0-0으로 맞선 7회. 선발 양현종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임준섭은 이병규와 채은성, 최경철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직구와 변화구 모두 제구가 완벽했고, 완급조절 또한 지난해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임준섭에 이어 8회부터 공을 넘겨받은 최영필과 심동섭 또한 이진영과 오지환을 각각 우익수 뜬공과 유격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원 포인트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다했다. 불펜진의 호투가 이어지자 8회 2사 후 정성훈과 박용택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1실점한 윤석민이 불안해 보일 정도였다.

KIA는 윤석민의 보직을 마무리로 확정하면서도 윤석민을 올려보낼 때까지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걱정이었다. 그러나 시즌 첫 경기에서 불펜진들의 완벽한 투구는 구단으로서도 매우 만족할만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튿날, KIA의 불펜은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29일, 팀이 4-2로 전세를 뒤집은 5회, 선발 험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임준혁은 1루수 필의 수비도움으로 두 차례나 실점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선두타자 정성훈과 박용택에게 연속안타를 맞으며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고, 6회에도 선두타자 정의윤에게 2루타를 얻어맞으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임준혁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임준섭은 더욱 심각했다. 전날 3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대를 모았던 임준섭은 이날 최경철-손주인-오지환에게 연속 3안타를 맞으며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임준섭의 공을 넘겨받은 박준표도 정성훈과 박용택에게 연속안타를 맞으며 승계주자의 실점을 막지는 못했다.

다행히 박준표가 7회부터 안정을 되찾았고,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심동섭과 최영필도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아 팀의 역전승에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매 이닝 주자를 내 보내는 모습을 보이며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시즌 전, 야구전문가들이 KIA를 한화나 kt와 함께 하위권으로 분류했던 이유는 김선빈과 안치홍, 이대형이 떠난 공백과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불안한 뒷문 때문이었다.

다행히 윤석민이 마무리 보직을 수락하며 뒷문에 대한 고민은 없어졌지만, 문제는 윤석민이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승리를 지켜줄 '필승조'이다. 개막 2연전을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을 보인 필승조는 임준섭-최영필-심동섭으로 정리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임준혁과 김태형도 그 역할을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 동안 KIA를 하위권으로 추락하게 만들었던 고질병이 바로 불안한 뒷문이었다.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던 전임 선동열 감독도 해결하지 못했던 불펜 문제를 김기태 감독은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윤석민 김기태 불펜투수 KIA 타이거즈 KBO 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