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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전주 남부시장에서 열린 야시장
 2014년 전주 남부시장에서 열린 야시장
ⓒ 청년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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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주 남부시장은 전형적으로 쇠퇴해가는 지역 전통시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1년부터 남부시장 '청년몰'에 서식한 청년장사꾼들이 조금씩 변화를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이곳의 풍경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청년몰에 입점한 보따리단과 이들을 지원한 사회적기업 이음, 그리고 시장의 재생을 원한 남부시장 상인번영회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였다. 이들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버려진 공간을 청년몰로 재탄생시켰다. 현재 33개의 이색적인 가게가 입점해 있는 청년몰은 한옥마을과 더불어 전주의 손꼽히는 관광명소가 됐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힘은 다름 아닌 '협동의 리더십'이었다.

지난달 28일(토) 이른 오후, 취재를 위해 방문한 남부시장의 분위기는 아직 한산했다. 시장 한편, 청년몰로 통하는 계단을 오르자 "레알뉴타운-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라는 슬로건이 먼저 눈에 띄었다. 기자가 만난 사람은 청년몰이라는 씨앗에 물과 거름을 주며 이곳 청년장사꾼들과 3년을 동고동락한 장터기획자, 양소영(29)씨이다.

아래는 양씨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패기와 열정, 문화와 지역을 생각하는 장사꾼을 원한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모습, "만지면 사야합니다"라는 재치있는 문구가 눈에 띈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모습, "만지면 사야합니다"라는 재치있는 문구가 눈에 띈다.
ⓒ 청년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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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는 청년몰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공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부에 있다 보면,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청년몰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는 2011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전주 남부시장의 낙후된 2층 상가 공간에 청년들이 들어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로 카페 하나가 들어왔죠. 이를 시작으로 몇 년 간 청년몰은 발전을 거듭했고, 지금은 33개의 매장이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 이곳에서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대학 졸업 전후로 서울에 있는 사회적기업 지원 기관에서 일했는데, 당시에는 제 역량의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마침 전주에 있는 사회적기업 '이음'에서 제안이 들어와, 2010년 12월 입사해 지금까지 일해오고 있습니다.

- 줄곧 서울에서 생활하시다가 지방에 내려오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전주라는 지역과 사회적기업 이음의 어떤 모습에 매력을 느끼셨나요?
"이음은 당시 사회적기업 중에서도 주목받던 기업이었습니다. 구성원의 대다수가 20~30대 젊은 층이었고, 한 지역에서 10년 이상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무모한 일(웃음)을 10년이나 해왔다는 점이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한편으로는 당시의 서울 생활이 너무 팍팍해 염증을 느끼고 있었어요. 이런 타이밍에 우연히 이음의 김병수 대표를 만나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 사회적기업 이음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초반에는 청년 인큐베이팅 사업에 참여하면서 관련 사업 계획서를 쓰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 문전성시 사업 2년 차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 사업이 바로 청년몰 사업이었죠."

- 청년몰에 독특하고 재미있는 가게들이 많은데요. 입점을 위한 상인 선정 과정이 궁금합니다.
"1년에 한 번 공개적으로 입점 신청을 받습니다. 선정에 엄격한 기준은 없지만, 청년답게 패기와 열정이 넘치고, 문화와 지역을 생각하는 장사꾼을 원합니다. 또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색다른 아이템이나, 시기별로 필요하거나 어울리는 아이템을 선정하기도 합니다."

-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전주 남부시장이 이렇게 사람들이 북적대는 지역 관광 명소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2000년 초반부터 정부가 지원하는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이 많아졌죠. 할머니들과 바느질 디자인을 함께 하거나 공방을 만드는 등 장터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습니다. 지금은 흔한 일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예술가들이 시장에 들어가 지역 주민과 교류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지원 사업은, 예산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에 지속성을 담보받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습니다. 청년몰은 지역재생의 지속성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찾은 하나의 해법이었습니다."

- 대부분의 지역 재생 프로젝트가 지속가능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남부시장의 경우는 어떤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했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낀 점은 단순히 수익모델이나 재원 공급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시장이 활동력 있는 상인들의 힘을 모아 변화하는 데 반해, 남부시장의 구성원들에게는 변화를 이끌어 나갈 추진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남부시장의 생태계를 다시 만들어야겠다'라는 판단을 내렸고, 청년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건 시장의 다음 세대를 키우는 문제이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갈 주체를 형성하는 일이었습니다."

낙후된 상가, 놀고 싶은 청년들에 의해 탈바꿈하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전주 남부시장 청년장사꾼들의 모습
 옹기종기 모여있는 전주 남부시장 청년장사꾼들의 모습
ⓒ 청년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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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몰의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알려지지 않은 노력과 투자가 선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청년몰을 벤치마킹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때마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기반을 닦는 데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입니다. 청년몰은 금세 이루어졌지만, 약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상인들과 끊임없는 교감을 통해 신뢰를 쌓아왔었죠. 그동안 이음은 한옥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문화를 매개로 한 도심 재구성을 꾸준히 시도해왔습니다. 이러한 준비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따르는 방식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이음은 오랜 시간동안 남부시장에서 많은 시도를 했고, 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정부에서 주도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인 '문전성시 프로젝트'로 연결되었고, 이 사업을 통해 청년몰이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문전성시 사업에서 청년몰의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청년몰을 시작할 때는 두 가지 사업목표가 있었습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대안적 청년생태계의 조성이죠. 다만, 우리의 목적 사업을 위해 청년들을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방향성을 함께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대안적 청년생태계라는 말이 다소 추상적이긴 한데, 우리는 청년들이 청년몰에 와서 단순히 사업하고 돈만 벌고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삶을 실험하기도 하고,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슬로건을 공유하며 함께 공동의 문화를 만들어가길 원했습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러한 목표는 계속해서 견지되고 있고, 결과적으로도 이 두 가지 목표가 어느정도 성취되었다고 봅니다."

- 상인에서 정부기관 담당자까지 여러 입장의 의견을 조율하고 협력하는 데 있어서 갈등이 생길 소지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행정부처와의 대화는 대부분 실적과 서류로 진행되니 관련 역량을 쌓으면 해결됩니다. 중요한 것은 상인회와의 대화였죠. 보통 지역주민들은 기금을 받아 일시적인 사업을 하고 빠져버리는 기업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음은 지역주민들과 그동안 쌓아 온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사업을 제안하고 동의를 얻는 소통의 과정이 비교적 원활했습니다."

- 남부시장에 청년들을 모으는 일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지금은 남부시장에 입점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아주 많지만, 3년 전만 해도 이곳은 시장 구석에 위치한 낙후된 상가였습니다. 넓은 공간에 덩그러니 식당 1~2개만 입점해 있을 뿐이었고 이 공간을 매력적으로 여기는 청년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방법을 고민하던 중,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부시장에 씬(장면)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단발적이지만 다양하고 연계성이 있는 활동들을 계속해나가면, 청년들이 이곳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여길 거라 생각했죠.

그렇게 진행된 프로젝트 중에서도, 특히 야시장은 초기에 주력했던 사업입니다. 전주는 시골이 아닌 나름의 소도시지만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밤 문화가 없었죠. 밤에 막걸리를 먹는 것 이외에는 딱히 놀거리가 없었고, 숙박시설인 한옥마을도 오후 8시 이후에는 카페 몇 곳을 제외한 대부분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밤에 놀고 싶은 청년들을 위해 야시장을 열었습니다. 미숫가루나 화덕에 구운 피자, 수공예 액세서리를 파는 등 익숙하지만 신선한 여러 시도들은 청년몰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해 나갔습니다. 고생도 많았지만 정말 재미있었죠. (웃음) 야시장에 모인 사람들을 통해남부시장이 청년들에게 재미있고 매력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 야시장 외에 다른 전략은 어떠한 것들이 있었나요?
"창업 아카데미도 중요한 사업이었습니다. 지난 2011년 3월에 창업아카데미를 수료한 청년에게 점포를 준다는 공고를 냈고, 5~6명 정도가 지원했습니다. 이들은 시장에 대한 의지를 품었다기보다, 지원금에 대한 관심이나 지인의 소개를 통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창업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보통 야채나 생선을 팔고 싶어 하지는 않는데,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두 달의 교육기간 동안 아카데미 수강생들은 직접 물건을 팔아보기도 했습니다.

장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에 뭐든 재미있게 한 것 같습니다.(하하) 청년들과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남부시장은 한옥마을과 횡단보도 하나 차이인데 왜 물건이 잘 안 팔릴까' 라는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이런저런 시도를 했고, 대표적인 것이 앞서 언급한 '씬 만들기'였죠. 다양한 미션들을 거치며 아카데미 참여자 중 최종적으로 2개 팀이 남아 점포를 열었습니다. 그 중 한 팀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카페 나비' 입니다. 청년몰 1호점 '카페 나비'는 청년몰이 '또 다른 씬 만들기'에 성공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점포라고 할 수 있죠."

- 청년몰 사업 첫 해는 힘들었다고 했는데, 2년 차 이후 변화가 있었나요?
"1년간 청년몰을 운영해본 결과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는 바로 사업설명회를 열고 입점 신청자를 받았습니다. 2년 차에는 두 번에 걸쳐 입점 공고를 냈는데 총 60팀이 지원했습니다. 첫 해에 6팀이었으니까 전년도의 10배가 된 셈이죠. 그 중에서 12팀을 선발했습니다. 남부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만으로도 운영자인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12팀이 들어오고 나니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문화 마케팅을 위해 입점자들에게 체험프로그램 개발 비용을 지원했고, 사회적기업인 '문화로 놀이짱'의 도움을 받아 전반적인 공간 리모델링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새로 입점한 가게의 청년들은 처음에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청년들 중에는 사회초년생이나 30대 초반이 많았는데, 전문적인 기술이 없을뿐더러, 훈련되고 준비된 사람들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함께 청년몰을 만들어 나가면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성장 속도는 달랐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살아남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협동마케팅'을 지속했죠. 인접해 있는 한옥 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고, 피켓과 팸플릿을 제작해 직접 길거리 홍보에 나서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사업비를 지원했고, 청년 장사꾼들은 발로 뛰면서 청년몰을 알렸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는 자생력이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젊으니까 느긋하게 생각하려 한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장터기획자 양소영씨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장터기획자 양소영씨
ⓒ 양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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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몰을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뭘 몰라 그냥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순수하기도 했고,(웃음) 청년몰을 유토피아 같은 곳이라 생각하기도 했죠. 하지만 막상 만들고 나니 마음과는 달리 각각의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슬로건에 맞는 나름의 큰 기준을 세워 놓고 조금씩 사람들의 욕망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런 관계 하나 하나를 조절해 나가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이야기를 듣다 보니, 청년몰에는 카리스마 있는 누군가가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해나가는 리더십. 즉 협동 지도체가 존재하는 느낌이네요.
"사회적기업 이음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음은 사업을 시작할 때 큰 그림만 그려놓고 길은 부딪치면서 만들어가죠. 청년몰도 같은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혼란스러웠죠. 우리가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처럼 보이니 입점한 청년들도 헷갈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1년 반쯤 지나자 청년들의 이야기가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나 혼자 삽질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언젠가부터 청년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영차영차' 하는 모습을 보니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슬로건에 다들 동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이곳에서 계속 일할 생각이신가요?
"청년몰이 자생하는 모델로 발전하면서 처음보다 운영하기 편해졌고, 한편으로는 제가 없어도 청년몰이 잘 운영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해요. 개인적으로는 자극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전주를 거점으로 다른 활동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조언도 있고, 다른 지역에서 지역재생 사업을 하는 친구들과 파견 근무를 1년씩 해보자는 이야기를 신나게 나눈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그림은 없어요. 아직 젊으니까요. (웃음) 느긋하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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