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이 적진에서 2승을 따내며 대이변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김세진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는 지난 3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세트스코어 3-0(25-22, 25-20, 25-20)으로 제압했다.

큰 경기 경험도 부족하고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 OK저축은행은, 젊음을 앞세워 '거함' 삼성화재를 적지에서 두 번이나 꺾었다. 이번 시즌 우승팀이 결정될지도 모를 양 팀의 3차전은 오는 4월 1일 OK저축은행의 홈구장인 안산 상록수 체육관에서 열린다.

삼성화재의 노련함 제압한 OK저축은행의 패기

1차전 패배, 그것도 안방에서의 패배는 삼성화재에게 낯선 장면이다. 신치용 감독은 레프트에 류윤식 대신 고준용, 리베로에 곽동혁 대신 이강주, 센터에 고희진 대신 지태환을 선발 출전시키며 선수기용에 변화를 줬다.

OK저축은행은 1세트 초반 김규민과 로버트 랜디 시몬의 블로킹을 앞세워 경기를 리드해 나갔다. 이민규 세터는 시몬에게 의존하지 않고 송명근과 김규민, 송희채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이민규 자신도 기습적인 2단 공격으로 공격에 합류했다).

삼성화재는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가 부진한 틈을 타 이선규의 속공과 김명진의 라이트 공격으로 점수 차이를 좁혔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22-22에서 시몬의 속공과 송명근의 C속공으로 다시 승기를 잡았다. 결국 1세트는 선수들을 다양하게 활용한 OK저축은행이 가져갔다.

삼성화재는 2세트에서도 초반 OK저축은행의 기세에 밀렸지만 김명진의 블로킹 2개로 경기를 대등하게 이끌어갔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2세트 중반 되살아난 시몬의 공격과 송희채의 서브득점, 류윤식의 범실을 묶어 순식간에 스코어를 4점 차이로 벌렸다.

OK저축은행은 김세진 감독이 작전 타임 때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을 정도로 여유 있는 경기를 펼친 끝에 2세트를 가볍게 따냈다. 삼성화재는 부상 중인 곽동혁 리베로와 군에서 전역한 최귀엽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넘어간 흐름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OK저축은행은 3세트에서도 삼성화재의 서브리시브가 흔들리는 틈을 타 송명근과 시몬의 공격이 불을 뿜으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경기 초반 다소 위축됐던 시몬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살아나며 공격과 서브에서 모두 위력을 발휘했다.

삼성화재는 세트 중반 주전 세터 유광우 대신 황동일을 투입하며 6점까지 벌어졌던 점수 차이를 3점으로 좁혔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레오의 서브범실과 시몬의 백어택으로 다시 점수를 벌렸고 이민규의 2단 공격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선규-지태환 콤비에 밀리지 않은 김규민의 깜짝 활약

김규민은 정규리그에서 속공 5위(58.46%), 블로킹 10위(세트당 0.54개)를 차지했다. 198cm 92kg라는 좋은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경험이 다소 부족해 준수한 공격력에 비해 블로킹에서는 썩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전력과의 플레이오프에서 김규민에 대한 평가는 뒤바뀌었다. 한국전력의 노련한 블로커들에 막혀 속공성공률은 37.5%에 그친 반면에 블로킹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7개를 잡아낸 것이다.

그리고 삼성화재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김규민은 '완성형 센터'로 진화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1차전에서 66.7%의 공격성공률과 함께 9개의 유효블로킹(자기팀의 수비로 연결되는 블로킹)을 기록했던 김규민은 2차전에서도 블로킹 2개를 포함해 8득점을 올렸다.

OK저축은행의 센터진은 당초 이선규, 고희진 등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삼성화재 센터진에 비해 다소 뒤진다고 평가 받았다. 김규민의 맹활약으로 인해 오히려 삼성화재를 압도하고 있다. 루키 박원빈 역시 서브득점 2개와 블로킹 1개로 3득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이 밖에 시몬이 서브득점 2개, 블로킹 2개를 포함해 24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토종거포 송명근도 공격으로만 14득점을 올렸다. 무엇보다 삼성화재를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고 다양하게 공격을 배분한 이민규 세터의 안정된 토스워크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화재는 레오가 21득점, 김명진이 9득점, 이선규가 7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서브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유광우 세터 특유의 노련한 경기운용을 선보일 수가 없었다. 이로써 삼성화재는 남은 3경기 중 한 경기만 패해도 V리그 8연패가 좌절되는 위기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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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김세진 감독 김규민 이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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