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 없이 홀로서기를 한 연아키즈들이 세계선수권 대회를 마치고 귀국했다. 박소연(신목고), 김해진(과천고), 이준형(수리고)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돌아왔다. 귀국 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세 선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더욱 성장할 것임을 다짐하며 평창을 내다봤다.

박소연-김해진 "아쉬움 많았던 세계선수권"

 피겨 유망주 김해진(왼쪽), 박소연(오른쪽)이 2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피겨 유망주 김해진(왼쪽), 박소연(오른쪽)이 2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 박영진


여자싱글의 희망 두 선수는 입을 모아 아쉽다고 털어놨다. 박소연은 "두 번째 세계선수권이었는데 처음에는 많이 긴장이 됐다. 자신감을 얻으려 노력했지만 연습한 만큼 실력발휘가 안 돼 아쉬웠다"며 "이번에도 또 한번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해진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같이 경기해 긴장을 했지만 쇼트프로그램은 나름 만족스러운 연기를 펼쳤다"며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 원하는 만큼 연기를 하지 못한 것이 속상했다"고 얘기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두 선수는 배울 점도 많았다고 얘기했다. 김해진은 "확실히 시니어 선수들이 노련미가 있는 것 같다"며 "상황대처나 얼음적응을 빨리하는 것부터 시작해 성숙한 연기에서도 그런 부분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박소연 역시 "이번에 공식연습을 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연기를 보고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에게 이번 시즌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영원한 우상이었던 김연아가 은퇴한 뒤 처음으로 '홀로서기'를 한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김해진은 "항상 함께하던 언니라 든든하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긴장은 됐지만 앞으로 우리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기에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연은 "항상 연아 언니의 도움으로 많은 시합을 나갔는데, 이제는 저희가 스스로 국제대회 티켓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면서 "그래도 계속해서 발전하면서 후배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며 선배로서의 책임감을 말했다.

김해진은 "작년에 스케이트 문제로 많이 불안했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많았다,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잘 대처했더라면' 하는 마음이 남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 클린연기를 선보였던 박소연은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 전 마음을 다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작년에 했던 연기를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지만 긴장이 됐던 건 피할 수 없었다. 제가 깔끔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다"며 "실수가 나와 많이 아쉬웠지만,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소연의 값진 성과-김해진의 물오른 표현력

 박소연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그랑프리, 세계선수권 티켓을 자력으로 확보했다. 사진은 국내대회에서의 모습

박소연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그랑프리, 세계선수권 티켓을 자력으로 확보했다. 사진은 국내대회에서의 모습 ⓒ 박영진


박소연은 이번 시즌 뜻깊은 결과를 여러 차례 냈다. 그랑프리 1,4차 대회를 출전해 모두 5위를 기록하면서, 김연아 이후로 이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또한 국내 랭킹전과 종합선수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면서 챔피언의 자리에도 올랐다.

박소연은 "시니어 그랑프리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처음 출전해서 많이 떨렸지만 부담감을 이겨냈고, 실수는 있었지만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내 만족스럽다"고 얘기했다. 또한 그녀는 2년 연속으로 차기 시즌 세계선수권 출전권 2장과 그랑프리 출전권 2장을 자력으로 지켜냈다. 이에 대해 박소연은 "사실 쇼트프로그램 끝나고 '티켓이 줄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했다. 다행히 티켓을 유지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기뻤다"며 웃었다.

김해진은 올 시즌 한층 더 성숙되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쇼트프로그램으로 선보인 '포기와 베스'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호평을 받았다. 그녀는 "이번 시즌에는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처음 이 프로그램을 받았을 때부터 매우 마음에 들었다, 시즌 초반에 실수가 잦아서 아쉬웠지만 정이 많이 들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성장통과 부상으로 고생을 한 그녀는 이제는 회복됐다며 밝은 미소를 보여줬다. 그녀는 "부상이 길어지다 보니 심적으로 힘든 게 많았다. 그러나 선수라면 누구나 부상은 항상 있기 마련이고, 비시즌 기간 꾸준히 회복해서 다음 시즌은 시작부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좋은 컨디션으로 맞이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두 선수는 모두 차기 시즌에 새로운 모습으로 무대에 오를 것을 다짐했다. 김해진은 "아직 정확히 결정은 못했지만, 프리는 올 시즌과 다른 분위기로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소연은 "좀 더 성숙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고, 이번 시즌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준형, 4회전 점프와 클래식 프로그램 선보일 것

 남자피겨 유망주 이준형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10위권에 진입했다.

남자피겨 유망주 이준형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10위권에 진입했다. ⓒ 박영진


이번 대회에 남자선수로는 홀로 출전한 이준형은 최종 19위를 기록해 지난해 김진서(16위)에 이어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후 숨을 가쁘게 몰아쉰 것을 얘기하자 그는 수줍게 웃으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준형은 "여전히 세계의 벽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소감을 말했다. 특히 그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정말 많은 차이를 느꼈다. 주니어와는 다르게 점프 성공률도 높고, 스피드에서 많은 차이를 느꼈다"고 얘기했다.

국내 피겨는 아직까지도 여자선수층에 비해 남자선수층이 얇은 것이 현실이다. 끊임없이 홀로 부딪혀야만 하는 것에 대해 그는 "홀로서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시니어 그랑프리 티켓 한 장을 따야 하다 보니, 긴장이 됐고 쇼트프로그램에서 약간의 실수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시즌 매우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내며 파이널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준형은 "이번 시즌 얻은 게 많아 좋은 한해였다"며 "다음 시즌부턴 시니어 무대에 서야 하니 하루 빨리 4회전 점프를 완성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스핀에서 점수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서 보완해야 하고, 챌린지(B급) 대회에 출전해 꾸준히 포인트를 쌓을 것"이라고 계획을 말했다.

박소연, 김해진과 마찬가지로 이준형 역시 새 시즌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각오다. 그는 "이미 (다음 시즌 프로그램에 대한) 방향을 생각했다. 최근 2~3년간 쇼트를 재즈 음악으로 사용했다. 다음 시즌에는 재즈가 아니라 클래식에 가사가 들어간 음악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준형은 오는 4월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트리글라브 B급 대회에 한번 더 출전해 값진 경험을 쌓을 예정이다. 이 대회는 김연아가 노비스 시절 우승을 한 대회로, 이번에는 이준형을 비롯해, 국내 유망주 안소현(목일중), 최다빈(강일중)도 함께 출전할 예정이다.

3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들의 날갯짓이 다음 시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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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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