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오늘 뭐 먹지?>의 두 MC 신동엽과 성시경.

올리브 <오늘 뭐 먹지?>의 두 MC 신동엽과 성시경. ⓒ CJ E&M


아마 강레오 셰프가 그들을 봤다면 "당장 앞치마를 벗고 키친을 떠나라"고 했을 것이다. 계란 껍데기가 들어가거나 국수를 삶다가 물이 넘쳐서 가스레인지 불을 꺼뜨리는 장면은 이제 놀랍지도 않고, 뜨거운 재료에 손을 데어서 격렬한 춤사위를 보여줄 때도 있다. 신동엽은 종종 공허한 눈빛으로 앞을 응시하는데, 까먹은 요리 순서를 커닝하기 위해서다. 이마저도 못하면 앞에서 제작진이 손짓 발짓으로 힌트를 주기도 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올리브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이하 <오늘 뭐 먹지?>)는 요리 프로그램이다. 다른 방송에서라면 NG가 될 법한 장면이 매일 등장하는데, 두 MC는 뻔뻔하게도 이 주방에서 6개월째 요리를 하고 있다. 제목과 같은 고민을 매일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주 시청 층으로 하는 <오늘 뭐 먹지?>에는 '요리 초보 신동엽 성시경도 저렇게 만들어 먹는데, 나는 오늘 뭐 먹지?'라는 말이 숨어 있다.

50회를 앞두고 지난 27일 CJ E&M 센터에서 만난 연출자 석정호 PD는 전문가가 아닌 두 사람을 섭외한 이유로 "많이 먹어본 사람이 흉내도 잘 낸다"고 운을 뗐다. "맛집이라면 먼 곳이라도 찾아가서 먹고야 마는 신동엽"과 "맥주 한 잔을 마시더라도 간단한 술안주를 직접 만들어 먹는 성시경"을 두고 그는 "시청자와 함께 요리를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진행자"라고 설명했다.

"'간귀' 성시경 요리, 신동엽 것보다 맛있는 이유는"

다이어트를 잊은 성시경 <오늘 뭐 먹지?> 석정호 PD는 "간만 잘 맞춰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며 "성시경 씨는 간을 맞추는 센스가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 다이어트를 잊은 성시경 <오늘 뭐 먹지?> 석정호 PD는 "간만 잘 맞춰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며 "성시경 씨는 간을 맞추는 센스가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 CJ E&M


주 2회 방송 중 월요일은 오롯이 둘이서, 목요일은 맛집의 대가에게 배우며 반년 동안 요리를 접한 덕분에 두 사람은 칼질부터 달라졌다. 기본적인 양념장도 만들 줄 알아서 여러 요리에 응용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성장한 건 실력만이 아니다. 등판이 점점 옆으로 자라나는 듯하던 성시경은 결국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석 PD는 "운동하고 저녁을 거르면서 열심히 살 빼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에서만 먹는다더라"라고 전했다.

간을 귀신같이 맞춘다고 해서 '간귀'로 불리는 성시경의 요리는 실제로 신동엽이 만든 것보다 제작진에게 인기가 높다. "맛을 내는 센스가 요리사 못지않다"고 성시경을 높이 평가한 석 PD는 "두 분이 같은 재료, 순서로 만드는데 맛이 다른 이유는 계량을 안 하기 때문"이라며 "보통 집에서 요리할 때 정확히 양을 재지 않는 것처럼 '손맛'을 강조하려 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한 번은 계란말이를 해야 해서 제가 시범을 보여준 적이 있어요. 시경 씨가 눈으로 대충 보더니 연습해보지도 않고 녹화에 들어갔는데, 정말 잘하더라고요. 방송에서 배운 요리를 집에서 만들어 보고, 응용도 한대요. 전에 이연복 셰프님이 알려준 찹쌀 등갈비찜을 삼겹살로 바꿔 해보더니 맛있다고 해서 저도 만들어봤죠." 

하지만 신선한 국산 재료를 엄선하고, 대가의 비법을 전수받아도 매번 성공적인 요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두 MC는 본인이 만들어 놓고도 별로면 오만상을 찌푸린다. 처음 출연을 제안했을 때 "맛있는 척하고 싶지 않다"던 신동엽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난다. 정말 맛이 없었던 요리로 신동엽이 만들었던 유부볶음밥을 꼽은 석 PD는 "얼마 전에도 두 분이 제작진에게 '빨리 와서 먹어보라'고 했는데, 아무도 선뜻 달려가지 않은 메뉴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두 사람 취향 반영한 메뉴, 모아 보니 술안주"

'커닝의 신' 신동엽 <오늘 뭐 먹지?> 석정호 PD는 "NG 없이 두 MC가 요리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으려 했다"며 "가끔은 '그래도 촬영인데 이렇게 넋놓고 봐도 되나' 싶다"고 말했다.

▲ '커닝의 신' 신동엽 <오늘 뭐 먹지?> 석정호 PD는 "NG 없이 두 MC가 요리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으려 했다"며 "가끔은 '그래도 촬영인데 이렇게 넋놓고 봐도 되나' 싶다"고 말했다. ⓒ CJ E&M


무려 9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는 신동엽은 방송에서 "<오늘 뭐 먹지?>가 가장 좋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저 웃고 떠들며 편하고 즐겁게 요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연출의 포인트"라고 강조한 석 PD의 말처럼 이 프로그램은 두 MC에게 맞춰져 있다.

"사실 올리브가 푸드채널인 만큼 위생과 청결에 신경을 많이 써왔거든요. 어느 날 성시경 씨가 시청자게시판에서 '입에 넣었던 수저로 맛보지 말라'는 등의 지적을 보고 오더니 그릇에 따로 덜어서 간을 보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내가 먹을 '집밥'이잖아요. 전문 요리사도 아닌데 몸에 익지 않은 걸 신경 쓰느라 흐름이 끊기는 것보다, 요리만 즐길 수 있도록 속박하지 않으려고요." 

메뉴를 선정할 때 두 사람의 취향을 적극 반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기본적으로 '집에서 해봄 직한 쉬운 요리'를 전제로 하지만, "맛있게 먹어야 설득력 있게 권해줄 수 있기 때문에" MC가 좋아하는 요리를 택하게 된다는 것. 석 PD는 "특히 둘 다 매콤한 걸 좋아하는데, 메뉴를 모아 보니 다 술안주다. 딱 한국 남자 '애주가'의 입맛"이라고 말했다.

소문난 애주가답게 알코올을 향한 참을 수 없는 열망에 사로잡힌 두 사람이 금기를 깨는 장면은 다른 요리 프로그램에서 상상 못 할 풍경이다. 레시피에도 없는 맥주를 넣어야 한다고 우기며 캔을 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거나, 잡내 잡으라고 준 청주를 입에 털어 넣고, 넉살 개그의 달인 신동엽은 "이모님이 들기름을 짜주셨다"면서 '이슬'을 머금은 녹색병을 살포시 꺼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석 PD는 "사실 방송에 술이 나가면 안 되는데, 많이 드시는 건 아니다. 심의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재밌는 코드로 살리고 있다"고 답했다.

"이모님이 들기름을 짜주셔서..." <오늘 뭐 먹지?>에서 종종 '들기름'으로 위장해 등장하는 소주.

▲ "이모님이 들기름을 짜주셔서..." <오늘 뭐 먹지?>에서 종종 '들기름'으로 위장해 등장하는 소주. ⓒ CJ E&M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재미는 워낙 친한 두 MC의 호흡에서 나온다. 석 PD는 "성시경 씨가 8살 많은 신동엽 씨를 너무 막 대한다고 불편해하는 시청자분들이 계시는데, 실제로는 샘이 날 정도로 형한테 잘한다"면서 "신동엽 씨도 친형제 이상으로 따뜻하게 대해주는데, 오죽하면 우리(제작진)끼리 '시경 씨한테 큰 빚을 진 게 아니냐'고 농담조로 의심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요리 프로그램은 좀 경직된 느낌이 있었죠. 전 음식이 '관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먹으면서 가까워질 수 있잖아요. 그런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즐거운 놀이처럼 담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오늘 뭐 먹지?> 주방에 평범한 가정집처럼 한정된 요리기구만 있어요. 심지어 오븐조차 없죠. 두 MC가 성장하면 요리 난이도도 높일 거예요. 언젠가는 신동엽 성시경 씨가 프렌치 가정식을 만들 날도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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