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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방파제에 걸려있는 노란 리본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추모등과 국화꽃은 차가운 날씨에도 하염없이 팽목항을 바라보고 있다.
▲ 제대로된 진상규명! 조속한 세월호 인양! 팽목항 방파제에 걸려있는 노란 리본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추모등과 국화꽃은 차가운 날씨에도 하염없이 팽목항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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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팽목항은 여전히 겨울이었다. 3월 25일, 봄이 한창인 시기임에도 놀랄 만큼 춥고 어두웠다. 따스한 봄볕과 살랑대는 봄바람도 차마 이곳만은 점령할 수 없었던 것일까. 인적이 드문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는 스산한 바람만이 흩날렸다.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이 어두운 낯빛으로 분향소를 지키고 있었다. 까칠한 피부와 바싹 말라버린 몸은 그들의 새카맣게 타들어간 속내를 대변했다. 다가오는 4월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아이들과 갖가지 사연을 집어삼킨 진도 앞 바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다. 저 태연한 검은 바다 속 세월호에 9명의 실종자가 있다. 진도 앞바다는 파도가 거세, 인양을 하려면 4~6월이 적기다. 인양 결정이 3월에는 내려져야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정부는 경제적 이유 등을 들어 묵묵부답이다. 진상규명을 위한 예산도 오히려 감소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이 날로 타들어가는 이유다.

"왜 죽었는지 알려달라고 피눈물 토해도 정부는..."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과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장 법일 스님은 지난해 참사 이후부터 꾸준히 호남지역 사찰들과 연계해 세월호 가족들의 곁을 지켜왔다. 지난 227일 동안 하루 13시간의 기도를 한 데 이어 4월16일까지 매일 오후2시와 6시에 30일간 기도를 드린다.
▲ 30일 기도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과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장 법일 스님은 지난해 참사 이후부터 꾸준히 호남지역 사찰들과 연계해 세월호 가족들의 곁을 지켜왔다. 지난 227일 동안 하루 13시간의 기도를 한 데 이어 4월16일까지 매일 오후2시와 6시에 30일간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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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에서 만난 유해종씨는 세월호 희생자 고 유미지(단원고 2학년)학생의 아버지였다. 그는 정치인들을 아무리 비판해도 부족한 심정이다. "정치를 하면서 국민들을 보살펴야 하는데 이해관계만 따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아무런 힘도 없어요. 평생 열심히 일하고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 애들 키우다가 수학여행 간다고 해서 잘 다녀오라고 했는데…. 자식을 잃고 부모가 무슨 생각을 할 수가 있겠어요. 왜 죽었는지 이유라도 알려달라고 아무리 피눈물을 토해도 정부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아요."

단원고 고 김주하 학생의 어머니 정유은씨는 곁에서 눈물부터 머금었다.

실종자 가족에 대한 안타까움도 크다. 모든 일을 접고 가족의 시신이라도 확인하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리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정씨는 "나라가 제일 아픈 사람을 어루만져줄 생각은 없고 꼭대기에 있는 사람만 신경 쓴다"며 "참사로 자식을 잃고서야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은 나라가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3월25일, 진도 팽목항은 여전히 춥고 어두웠다. 팽목항 법당은 지난 3월16일 다시 문을 열고 4월16일까지 매일 두 차례, 오후 2시와 6시에 기도를 이어가고있다.  비구니 법전 스님이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있다.
▲ 30일의 기도 3월25일, 진도 팽목항은 여전히 춥고 어두웠다. 팽목항 법당은 지난 3월16일 다시 문을 열고 4월16일까지 매일 두 차례, 오후 2시와 6시에 기도를 이어가고있다. 비구니 법전 스님이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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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조계종이 운영하는 팽목항 법당이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조계종재난구호봉사단이 문을 열었고 지난해 12월 수륙재 봉행을 마지막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임시법당은 지난 3월 16일 진도사암연합회 주도로 다시 문을 열고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과 향적사 주지 법일 스님 등을 중심으로 매일 두 차례, 오후 2시와 6시에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 1주기인 4월16일 회향하는 '30일 기도'다.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고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 그리고 상처받은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행보다. 매주 한 차례는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풍등을 띄운다.

금강 스님은 "아무런 변화 없이, 사회적으로 잊힌 채 1년을 맞이하는 것이 너무 슬프다는 유가족들의 말이 가슴을 울렸다"며 "한달이라도 기도를 이어가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거제도와 지리산, 경기도 등 전국 각지에서 스님들이 찾아와 마음을 보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중 한 명인 다윤이 엄마는 뇌종양으로 몸이 아픕니다. 입원도 거부한 채 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요. 딸을 찾기 전에는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해요. 더 늦어져서 수술 시기를 놓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랍니다. 그런데 아무 상관도 없대요.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이 그런 거겠지요."

스님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희생자 가족과 이곳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운영되는 식당도 아무런 지원 없이 일부 후원과 가족들이 모은 금액으로 간신히 운영되고 있다. 정부의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진도 향적사 주지 법일 스님과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천주교 광주대교구 팽목항 전담사제최민석 신부님이 세월호 참사 대책을 이야기 하며 정부의 조속한 세월호 인양과 국민의 관심을 부탁하고 있다.
▲ 아픔에 종교는 따로 없다. 진도 향적사 주지 법일 스님과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천주교 광주대교구 팽목항 전담사제최민석 신부님이 세월호 참사 대책을 이야기 하며 정부의 조속한 세월호 인양과 국민의 관심을 부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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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광주 대교구 팽목항 전담사제 최민석 신부도 "진도군에 신설된 세월호과가 세월호에 관련된 유가족을 돕고 협력하는 돕는 방식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이후 농어촌 피해 조사를 하고 중앙정부와 보상문제를 정부와 협의하는 방식이어서 놀랐다"며 "종교인, 신앙인들이 진실 앞에 숨지 말고 세월호 인양과 세월호 특위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나서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팽목항을 뒤에 두고 나오는 길, 길가에 노란 리본이 흩날린다. 1년새 낡고 빛이 바랬다. 저 리본에 담긴 마음들이 흩어지기 전에 9명의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길 발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법보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세월호, #팽목항, #팽목항 법당, #1주년,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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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자이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계기로 불교계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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