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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일본에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지난 3월, 일본에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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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일 오후 1시 38분]

2014년 인도네시아 경제에 대한 관광산업의 기여도는 4.01%이며, 세계경제 포럼에서 인도네시아는 관광 분야 경쟁력 순위 70위에 올라 있다. 인근에 있는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관광대국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래관광객 유치를 통해 외화획득을 늘리고 이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정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취임 직후 발빠르게 관광부(장관 아립 야하)를 통해 인도네시아 관광발전을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한 것에서도 이 같은 의지가 읽힌다. 2014년 10월 취임 후 조코위 대통령은 관광중흥을 위한 정책들을 다수 발표하였다. 핵심사항은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등 30개국에 대한 무비자 방문 허용이다. 

2013년 세계 외래방문객 통계(출처 : WTO 세계관광기구)
 2013년 세계 외래방문객 통계(출처 : WTO 세계관광기구)
ⓒ 오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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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통계청은 2013년 외래 입국객 수보다 7.19% 상승한 943만5411명의 관광객이 2014년 한 해 동안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으며, 2014년 인도네시아 관광수입은 98억 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7.5% 늘었다고 발표했다.

조코위 정부는 2015년에 외국인 관광객 1천만 명, 외화수입 11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2014년 인도네시아 방문 외래관광객수 943만 명에서 약 10% 증가한 수치이다. 전년 대비 10% 성장은 두 자릿수 증가로 큰 외생변수가 없는 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면 실현 가능한 합리적인 목표치로 보인다. 문제는 조코위 정부가 임기가 끝나는 2019년까지의 외래관광객 유치목표를 2000만 명으로 발표했다는 점에 있다.

현재의 인도네시아 관광여건으로 볼 때 이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보인다. 2000만 명 유치는 2014년 943만명 유치에서 매년 18%씩 성장해야만 도달 가능한 수치이며 전 세계에서 이런 성장률을 5년간 기록한 국가는 아직까지 없다.

2019년까지 외래관광객 2000만 명 유치, 가능할까

인도네시아 도착비자
 인도네시아 도착비자
ⓒ 자카르타 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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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 명 유치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 발리나 바탐, 빈탄 등으로만 몰리는 외래관광객을 수도인 자카르타로도 유치해야 할 것이다. 수도에 외래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나라가 관광대국이 될 수는 없다. 이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이 수도권에 외래관광객이 몰리면서 관광대국이 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서울로 몰리는 외래관광객을 지방으로도 분산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반대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외국인 관광객들을 자카르타로 유치하는 데 성공할 수 있느냐가 2000만 명 유치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외래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숙박시설 및 관광지 조성 이외에도 교통, 안전, 보건 등 사회적 인프라가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외래관광객은 발리와 같은 자연휴양지로만 몰리고 있고, 수도인 자카르타에는 비즈니스 관련 출장자들이 주로 방문하고 있다. 이는 자카르타의 사회적 인프라 미비에 기인한다. 자카르타의 관문인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은 2014년의 경우 전년에 비해 0.2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왜 그럴까?

지난 2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서는 5대륙 50개 도시에 대해 치안과 안전도(디지털 안전도, 의료 안전도, 인프라 안전도, 개인 안전도 등)를 평가해 '세계 50개 도시 안전지수'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불명예스럽게도 가장 안전하지 않은 도시 1위로 자카르타가 뽑혔다.

게다가 자카르타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1~3월 중 자카르타에서만 뎅기열에 걸린 환자가 1000명을 훌쩍 넘고 이중 5명이 사망하는 등 보건 분야에서 인도네시아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자카르타 주지사마저 뎅기열에 걸릴 정도로 인도네시아의 보건, 위생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또한 지난 2월 자카르타는 영국 윤활류 회사 캐스트롤(Castrol)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교통 체증이 심한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시아, 호주,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등 전 세계 78개 지역에서 킬로미터 당 평균 시동-정지 수를 측정하여 그 수치에 또 다시 한해 동안 운전한 평균거리를 곱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카르타는 한 해 운전자 당 시동-정지 수가 3만3240회로,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게다가 자카르타는 외래관광객이 걸어다닐 수 있는 인도도 없다. 걸어서 시내관광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블루버드 택시 이외에는 외래관광객들이 안심하고 타고 다닐 변변한 대중교통수단도 없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꺼내든 카드, '무비자 시행'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관광부에서 꺼내든 카드가 외래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시행이다. 인드로요노 수실로 인도네시아 해양조정장관은 지난해 11월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호주 등 5개국 국민에 대해 2015년 1월부터 자국에 비자 없이 입국하도록 허용하기로 했다며, 이로 인해 연간 45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11월 발표는 무비자 허용 대상국가들과의 협의 없이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보이며, 심지어는 인도네시아 내 관련부처들 간에도 제대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혼선을 빚기도 했다. 

무비자 입국허용 1차 발표 미시행 문제가 정리되지도 않은 상황인데, 조코위 정부가 관광산업을 통해 외화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30개 나라로 확대할 방침이며, 이르면 4월 1일부터 시행될 전망이라는 소식이 3월 17일자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아립 야야 관광장관은 "단기 체류 관광객에 한해 비자를 면제해주는 국가와 도시를 현행 15개에서 45개 국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이 정책이 시행되면, 1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관광객이 평균 1200달러를 쓰면 12억 달러의 외화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비자면제가 검토되고 있는 국가들로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네델란드, 노르웨이 등이며 호주는 제외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외국인 가운데 호주인이 약 10%로 적지 않지만, 호주는 무비자 대상국에서 빠졌다. 양국 관계는 최근 인도네시아가 호주인 2명을 마약밀수를 이유로 사형을 선고해 악화됐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의 무비자 방문 허용에 대해 인도네시아에 있는 해당 국가들의 대사관에서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의한 바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한국인 포함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전까지와 동일하게 도착비자(VOA)를 받아야 하며, 도착비자 수수료로 35달러(한화로 약 3만8000원)를 지불해야 한다.

도착비자 수수료 35달러 면제보다 더 시급한 일

무비자 시행 2차 발표는 조코위 정부가 2019년 임기말까지 무리해서라도 2000만 명의 외래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정책이지만,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상대국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는 조코위 정부의 세련되지 못한 외교행태이다. 비자면제는 국제관례상 상호주의가 원칙이나, 1차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2차 발표 전에도 무비자 대상국가로 지목되는 해당 국가들과 상호협의를 과감하게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조코위 정부가 해당 국가들을 대상으로 무비자를 일방적으로 시행할 경우 말릴 수는 없겠지만 이는 외교적 관례를 벗어나는 것이다.

둘째는 상대국이 동의하지 않는 일방적인 무비자 시행이 인도네시아 건국이념과 상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초대대통령인 수카르노 대통령은 건국이념으로 발표한 트리삭티 (Trisakti), 즉 정치적 독립, 경제적 자립, 문화적 정체성 함양이라는 건국이념을 토대로 국민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자부심을 고취하는 외교를 펼쳐왔다.

인도네시아의 이민법 또한 '인도네시아에 비자없이 입국할 수 있는 국가의 시민들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비자를 요구하지 않는 국가여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어 인도네시아의 상호주의와 자존감이 잘 드러난다.

최근 인도네시아 해양경찰은 인도네시아 해양에서 불법으로 어획활동을 하는 인근 국가들의 어선을 폭파시키고 있다. 또한 마약을 밀수한 혐의로 인도네시아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호주인 2명에 대해 호주에서 사면이나 죄수교환 등의 방법으로 다각도로 구명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단호하고 일관된 태도로 사형집행 예정임을 천명할 정도로 대외 외교에 있어서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을 보여왔다. 비동맹 국가들의 모임인 반둥회의를 주도한 국가가 인도네시아인 것만 봐도 얼마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외교자세를 견지해 왔는지 알 수 있다.

무비자 시행은 상호주의가 원칙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인도네시아 국민들에 대해 무비자의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만 일방적으로 무비자를 시행할 경우 이는 인도네시아의 자존감을 높이는 외교와 상치되는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무비자 시행을 통한 외화획득이 부풀려져 있다는 점이다. 무비자의 가장 큰 효과인 외래관광객 유치증대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주로 선진국에서 상대적으로 국민 1인당 GDP가 떨어지는 국가에 대해 무비자를 시행할 경우이다. 이는 일본이 태국, 말레이시아 등을 대상으로 무비자를 시행한 후 이들 국가들로부터의 관광객 유치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무비자 시행은 인도네시아보다 국민 1인당 GDP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들인 한국,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도착비자 수수료가 절감된다고 이들 국가의 해외여행 예정자들이 여행 목적지를 인도네시아로 바꾼다고 장담할 수 없다.

물론 무비자를 시행하면 외래관광객들은 분명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인도네시아의 여건상 큰 폭의 증가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역으로 무비자 시행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이들 국가들의 관광객들로부터 받는 도착비자 수수료를 잃는 경제적 마이너스도 가정해 볼 수 있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2014년 인도네시아 방문 외국인수(출처 : 인도네시아 관광부 홈페이지)
 2014년 인도네시아 방문 외국인수(출처 : 인도네시아 관광부 홈페이지)
ⓒ 오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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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무비자 시행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도착비자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일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도네시아에 도착해서 도착비자를 받기 위해 30분에서 한 시간까지 긴 줄을 서서 관료들의 불친절과 무관심에 분통을 터뜨리는 불편을 해소해 주는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 정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오현재 기자는 한국관광공사 자카르타지사장입니다.



태그:#인도네시아, #무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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