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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입니다. 춥고 어두운 겨울이 가고 드디어 봄이 왔습니다. 어떤 이들은 도심의 활짝 핀 봄꽃들을 보며, 혹은 행인들의 얇아진 옷을 보며 봄을 느낀다지만 저는 검단산을 오르며 봄을 느낍니다. 가끔 새벽녘에 오르는 그곳만큼 저와 자연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곳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젠 아주 일찍 일어나지 않는 이상 보기 어려운 풍경
▲ 검단산의 여명 이젠 아주 일찍 일어나지 않는 이상 보기 어려운 풍경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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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찾아온 봄의 풍경입니다
▲ 헬기장에서 바라본 검단산 정상 이제 막 찾아온 봄의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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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30분쯤 일어나 6시경부터 오르기 시작하는 검단산. 이젠 달빛에 의지할 필요도, 굳이 손전등을 밝힐 필요도 없습니다. 새벽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검단산의 산길은 무심히 걷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산짐승을 무서워할 필요도 없으며, 길을 잃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매일 아침 벌어지는 기적, 검단산에서의 일출을 보고 싶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조금 더 서두르셔야 합니다. 춘삼월의 해 뜨는 시각은 9월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기에, 6시가 조금 넘어서부터는 정상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어야 합니다. 저 멀리 두물머리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출의 절경은 날씨가 온화해진만큼, 이젠 조금 더 부지런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보상입니다.

3월 13일 검단산의 모습
▲ 마지막 설경 3월 13일 검단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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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군락
▲ 등산길에 마주친 봄 자연스러운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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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자 얼어붙어 있던 산길은 그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겨우내 가려왔던 세월의 흔적과 얼어 있던 대지 위로 말라붙은 아이젠 자국이 선명합니다. 비록 3월 중순 꽃샘추위와 함께 늦은 눈이 내려 다시금 흔적을 지우려 하지만, 태동하는 봄의 기운을 억누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길 위의 겹쳐진 셀 수 없이 많은 아이젠 자국들. 그것은 검단산에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는 하나의 증거일 뿐, 더 이상 내 발걸음의 지표가 되지 않습니다. 봄은 무한한 가능성의 계절입니다. 겨울처럼 선인의 발자국만을 따를 필요 없이 나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릇파릇 돋아다는 새싹
▲ 옅은 봄의 색깔 파릇파릇 돋아다는 새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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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산수유
▲ 산수유 노란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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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바른 곳의 산수유들
▲ 봄꽃의 향연 양지바른 곳의 산수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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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등산로 주변 곳곳에는 산수유가 꽃을 피워 봄을 알립니다. 도심에서 마주치는 산수유 보다는 성글고 볼품없지만, 산에서 마주치는 산수유는 그래서 더 반갑습니다. 거칠고 황량한 그대로의 자연 속에서 꽃을 피운 만큼 왠지 강인한 생명력과 날것의 야성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사람 보기 좋으라고 심어진 산수유와 오로지 생존을 위해 꽃을 피운 산 속의 산수유가 어찌 같을 수 있겠습니까.

어쩌면 우리가 봄을 항상 계절의 시작으로 인식하는 건 그 화사한 봄 속에 숨겨져 있는 강인한 생명력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항상 모든 일의 시작은 그렇게 미미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존재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꽃이 두 개의 꽃이 되고, 두 개의 꽃이 세 개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계절. 봄은 그래서 항상 우리의 마음을 설레고 가슴 벅차게 만듭니다.

휑하지만 따뜻합니다
▲ 봄기운 충만한 검단산 정상 휑하지만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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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봄의 기운이 충만합니다
▲ 검단산에서 바라본 창공 역시 봄의 기운이 충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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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검단산 정상입니다. 봄꽃이 피기 시작한 산 아래와 달리 정상은 아직 황량합니다. 그러나 마냥 춥지 않습니다. 또 쓸쓸하지도 않습니다. 따뜻한 봄 햇볕 기운이 대지를 달구고, 저 밑으로 보이는 도심에서 봄을 맞이한 사람들의 설렘이 전달되어 올라오기 때문인 듯 합니다.

검단산에도 봄이 왔습니다.

검단산에서 마주친 봄
▲ 검단산의 산수유 검단산에서 마주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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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검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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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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