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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해진 지난 21일 오후 대구 북구 관음동에 위치한 양지마을을 지나 산자락 아래 어느 깊숙한 동네를 찾았다. 마을 입구를 지났을 뿐인데 새로운 차원을 빠져나온 듯 조금 전까지의 아파트 숲은 온데간데없고 전형적인 시골풍경이 펼쳐졌다. 길을 지나는 양쪽 편으로, 주말을 맞아 텃밭을 손질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했다. 

봉사랑 모임의 양봉 농장에는 현재 9통의 벌통이 있다.
 봉사랑 모임의 양봉 농장에는 현재 9통의 벌통이 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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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화창한 주말 오후에 이 깊숙한 동네까지 찾아간 이유는 바로 이날이 봉사랑 회원들이 벌통 교체작업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봉사랑은 함께 벌을 키우는 모임이다. 이른바 도시양봉 동호회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꽤 많은 지역에서 도시양봉이 시도되고 있고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새로운 트렌드인 것이다.

이날은 마침 새로운 벌통으로 벌을 옮기는 날이었다.
 이날은 마침 새로운 벌통으로 벌을 옮기는 날이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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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마침 벌통을 교체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긴 했는데, 예상치 못한 환영이벤트가 벌어졌다. 벌통 가까이 가보기도 전에 벌에 쏘인 것이다. 다른 부위도 아닌 뒤통수에 쏘여 잠시 동안이지만 그야말로 식겁했다. 회원 한분이 건네주신 안전망을 머리에서 허리까지 뒤집어 쓴 후에야 안심하고 취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봉사랑 회원은 현재 3명이다. 그 중 한 명인 차상륜씨는 이미 양봉 고수다. 벌써 수년째 집 마당에서 양봉을 하고 있다. 지난해 차씨의 양봉에 관심을 보인 다른 두 사람까지 몇 차례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요즘 각광 받는 도시농업처럼 양봉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도시양봉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대구에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만 하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었다. 일단 셋이서 시작하면서 키워보기로 했다."

칸칸이 벌들이 가득 들어서있다.
 칸칸이 벌들이 가득 들어서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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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작년 말까지 계획을 의논하고 벌통을 놓을 부지를 수소문 했다. 본격적인 활동은 올 1월부터 시작했다. 각자 초기 비용을 출자하고 각종 장비도 구입하고 벌을 분양받아 오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차상륜씨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현재 이들이 키우고 있는 벌은 모두 9통이다. 이날 있었던 벌통 교체는 처음 구입해왔던 임시 벌통을 좀 더 크고 안정적인 벌통으로 교체하는 작업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개화시기에 맞춰 벌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이날 꺼내서 보여준 벌들은 이미 벌통 안을 가득 채우며 바쁜 모습이었다. 날씨가 쌀쌀했던 기간 동안 매주 방문해 물과 먹이를 주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벌을 꺼내 확인하는 중이다. 날씨가 풀리면서 벌들의 활동이 하루가 다르게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벌을 꺼내 확인하는 중이다. 날씨가 풀리면서 벌들의 활동이 하루가 다르게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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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양봉을 통해 수확할 수 있는 꿀은 2.4kg 꿀병 기준으로 연간 적게는 10병에서 17병 정도라고 한다. 올해는 처음이고 경험을 더 쌓아야 해 10병 정도만 예상하고 있다. 9통 모두 잘 관리만 된다면 90여병의 꿀이 생산되는 것이다. 이들은 이 꿀을 팔아 추가 장비 구입과 벌통 확장에 사용할 예정이다.

"당장은 9통으로 시작하지만 내년에는 30통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렇게 어느 정도 규모만 되면 주변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시범적으로 일부를 분양할 예정이다.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여왕벌이 자리잡은 판이다. 자세히 보면 가운데 조금 위쪽 쯤 여왕벌이 보인다.
 여왕벌이 자리잡은 판이다. 자세히 보면 가운데 조금 위쪽 쯤 여왕벌이 보인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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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양봉이 아직은 우리에게 조금 생소하지만 이미 서울의 경우 도시양봉협동조합이 생겼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봉사랑 또한 향후에는 협동조합 등의 형태로 다른 주민들까지 포괄하는 모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봉사랑 회원 중 한 명이기도 한 이영재 북구의원은 앞으로의 계획을 이렇게 이야기 했다.

"지금은 세 명으로 시작하지만 끼리끼리 하는 모임으로 머물지 않고 내년부터 지역주민들과 가족이 함께하는 '봉사랑  공동체 모임'으로 확장해 갈 계획이다. 다른 지역에 이미 협동조합 방식으로 함께 도시양봉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 협동조합이든 아니든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면서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생태에 대한 관심도 나누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작업 중에는 이렇게 벌에 쏘이지 않도록 안전장비를 잘 갖추어야 한다.
 작업 중에는 이렇게 벌에 쏘이지 않도록 안전장비를 잘 갖추어야 한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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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게 아니라 단순한 취미로 보기에 양봉은 생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벌을 흔히 환경지표 생물이라고 한다. 벌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이라야 사람도 잘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도시농업과 함께 도시양봉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생태와 환경에 대한 고민도 담을 수 있는 취미생활인 것이다.

벌에 쏘인 머리가 조금 얼얼했지만 내년에 분양하면 꼭 참여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양봉농장을 나섰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달콤한 꿀맛을 보고 싶은 분들은 한 번 쯤 참여해보면 좋을 듯하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돌아오는 발걸음도 상쾌했다.

새로운 집으로 옮겨지고 있는 벌들
 새로운 집으로 옮겨지고 있는 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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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작은 언론인 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도시양봉, #벌꿀, #대구북구, #봉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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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아빠, 세상과 마을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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