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골잡이 티에리 앙리가 아낌없는 박수를 쳤다. 현역 시절 같은 팀에서 뛰고 싶었던 스티븐 제라드의 정확한 패스를 받아보았기 때문이다. 비록 볼 터치가 조금 길어서 골키퍼 페페 레이나가 쉽게 잡아내는 공이었지만 두 선수의 팬 입장에서 정말 보고 싶었던 장면이었다.

리버풀 FC의 영원한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정들었던 팀을 떠나기에 앞서 한국 시각으로 29일 밤 11시 리버풀에 있는 안필드 스타디움에서 고별 자선 경기를 열었다. 스티븐 제라드가 선택한 팀과 리버풀에서 먼저 은퇴한 수비수 제이미 캐러거가 선택한 팀이 맞붙은 자선 경기였다. 결과는 사이좋게 2-2로 끝났다.

스티븐 제라드, 페널티킥으로 2골

이 경기의 공식 명칭은 리버풀 FC 재단이 주최하는 '리버풀 올 스타 자선 경기'이지만 아무래도 두 달 뒤면 정들었던 리버풀 FC를 떠나 북미 메이저 리그 사커 LA 갤럭시로 이적하는 스티븐 제라드에게 시선이 자꾸 갈 수밖에 없었다.

경기 시작 후 8분만에 캐러거의 팀 골잡이로 나온 마리오 발로텔리의 오른발 끝에서 선취골이 나왔다. 발로텔리 바로 앞에 스티븐 제라드가 수비하고 있었지만 그는 적극적으로 달라붙지 않았다.

그리고 발로텔리는 22분에 함께 뛰는 또다른 골잡이 디디에 드로그바를 빛내는 기막힌 찔러주기로 도움 기록을 올렸다. 드로그바는 이 패스를 받아 골키퍼 브래드 존스까지 따돌리며 왼발 슛을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이처럼 캐러거의 팀이 먼저 두 골을 달아나자 제라드의 팀 선수들도 그냥 구경만 할 수 없었다. 36분에 페널티킥을 얻어내 만회골 기회를 잡았다. 제라드의 찔러주기를 받은 제롬 싱클레어가 만든 것이다. 이 기회에서 스티븐 제라드는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오른쪽 톱 코너 쪽으로 차 넣었다.

이 경기가 더 큰 의미를 지닌 것은 선수 명단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유명 선수들만 불러온 것이 아니라 리버풀의 미래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유스 팀의 어린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한 것이다. 제라드 팀의 이 만회골 페널티킥을 얻어낸 날개 공격수 제롬 싱클레어가 가장 대표적인 유망주며 후반전에는 브래드 존스를 대신해서 어린 골키퍼 로렌스 비구루까지 들어왔다.

후반전, 토레스와 수아레스가 함께 뛰다

스티븐 제라드와 제이미 캐러거가 양팀의 주장으로 활약한 것 말고도 다시 보고 싶은 실력자 골잡이들이 이들의 초청으로 대거 안필드에 들어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아스널 FC의 전설로 활약했던 골잡이 티에리 앙리였다.

스티븐 제라드가 가게 되어있는 북미 MLS에서 뛰다가 은퇴한 티에리 앙리는 41분에 기막힌 현역 시절의 패스 기술을 선보여 수많은 안필드 팬들로부터 탄성을 이끌어냈다. 동료를 빛내는 패스 타이밍을 엇박자로 엮어서 디딤발 이중 동작으로 패스하는 놀라운 기술이었다. 아쉽게도 이 패스를 받은 라이언 바벨이 결정적인 동점골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앙리가 어떤 선수였는가를 잘 말해주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후반전에는 제라드 팀에서 티에리 앙리가 나가고 루이스 수아레스(FC 바르셀로나)와 페르난도 토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나란히 들어와 리버풀 팬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비록 이 둘이 골을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함께 뛰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루이스 수아레스는 68분에 빼어난 공간 움직임을 통해 제이미 캐러거의 잡기 반칙을 유도하여 페널티킥을 만들어냈다. 역시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스티븐 제라드였다. 그는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온 골키퍼 피터 굴라시가 방향을 읽었지만 정확한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낮게 차 넣어 점수판을 2-2로 끝냈다.

떠나는 스티븐 제라드를 향해 리버풀 팬들이 가슴으로 불러주는 공식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는 더욱 따뜻하고 특별하게 안필드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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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스티븐 제라드 고별 자선 경기(3월 29일 오후 11시, 안필드)

★ 팀 제라드 2-2 팀 캐러거 [득점 : 스티븐 제라드(37분,PK), 스티븐 제라드(69분,PK) / 마리오 발로텔리(8분,도움-존조 셸비), 디디에 드로그바(22분,도움-마리오 발로텔리)]

◎ 팀 제라드 전반전 선수들
FW : 제롬 싱클레어, 티에리 앙리, 라이언 바벨
MF : 케빈 놀란, 사비 알론소(32분↔주앙 카를로스 테이세이라), 스티븐 제라드
DF : 존 아르네 리세, 존 테리, 안소니 제라드, 글렌 존슨
GK : 브래드 존스

◎ 팀 캐러거 전반전 선수들
FW : 디디에 드로그바, 마리오 발로텔리
MF : 스튜어트 다우닝, 해리 큐얼, 존조 셸비, 루카스
DF : 존 플래너건(31분↔알베르토 모레노), 제이미 캐러거, 마틴 켈리, 알바로 아르벨로아
GK : 페페 레이나

◎ 팀 제라드 후반전 선수들
FW : 루이스 수아레스, 페르난도 토레스, 라이언 바벨
MF : 찰리 아담, 제이 스피어링, 스티븐 제라드(81분↔주앙 카를로스 테이세이라)
DF : 스테판 워녹, 애슐리 윌리엄스, 스코트 던, 글렌 존슨
GK : 브래드 존스(78분↔로렌스 비구루)

◎ 팀 캐러거 후반전 선수들
FW : 크레이그 벨라미
MF : 루이스 가르시아, 루카스(72분↔조 맥과이어), 존 플래너건, 크레이그 눈, 파비오 보리니
DF : 알베르토 모레노, 제이미 캐러거, 마틴 켈리, 가엘 클리시
GK : 페페 레이나(60분↔피터 굴라시)
축구 스티븐 제라드 제이미 캐러거 리버풀 FC YOU'LL NEVER WALK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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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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