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방송된 SBS < K팝 스타 시즌4 >에서 노래하는 이진아

지난 29일 방송된 SBS < K팝 스타 시즌4 >에서 노래하는 이진아 ⓒ SBS


대한민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 슈퍼스타K >가 지난 2009년 방송된 이후 어느새 6년여가 흘렀다.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은 제작되고, 사랑받고 있으며,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은 연예계 그리고 음악계에 꽤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천후 스타가 된 서인국, 엄청난 음원 파괴력과 더불어 연금송의 전설을 만들어낸 버스커버스커, 음원을 발매할 때마다 1위를 차지하는 이하이, 악동뮤지션, 예능에서 대활약 중인 존박, 정준영 등이 활약하고 있다.

좋은 인재를 발굴했다는 점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닌 최고의 미덕일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대중에게 선보일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이들이 너무나 많다. 가요계 또한 더욱 획일화됐을지도 모른다. 버스커버스커 같은 팀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증명되지 못했을 것이다. <슈퍼스타 K 시즌2>에서 장재인이 기타를 친 이후에 실제 기타 판매가 증가하고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을 봐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름의 미덕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악덕 또한 분명하다. 바로 음악으로 줄을 세운다는 것이다. 음악에 순위가 존재하고,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를 선 긋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당연해진다. 음악에는 절대가 없고,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명제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묻힌다. 이는 <나는 가수다>와 같은 프로그램이 지닌 폐해이기도 했다. 누군가 내게 임재범과 윤종신 중 더 나은 가수를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윤종신을 선택할 텐데, 그때 누군가는 '임재범이 훨씬 노래를 잘해'라고 말하며 내 주관에 딴지를 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음악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이 당연해지면 이런 현상이 만연해진다.

 지난 29일 방송된 < K팝 스타 시즌4 >에서 이진아의 무대를 보는 심사위원 박진영

지난 29일 방송된 < K팝 스타 시즌4 >에서 이진아의 무대를 보는 심사위원 박진영 ⓒ SBS


< K팝스타 >의 이진아 또한 이런 악덕의 한 부분에 존재한다. 그녀는 가창력 부족으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누군가는 그녀의 보컬을 좋아하고 만족한다고 하지만, 보컬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녀에 대한 불호를 강요하는 이들도 많다. 가수를 뽑는 거면 무조건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래를 잘한다는 것의 기준이 완벽한 고음과 바이브레이션, 리듬감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면 이런 평가에 대해 인정할 수 있지만, 그 기준이 누군가가 그 노래를 듣기 좋아한다는 것이라면 이런 평가는 꽤 위험하기도 하다. 음악은 다분히 주관성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헤비메탈의 샤우팅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듣기 거북해 할 수도 있다.


그런 지적에도 이진아는 음악성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초반에는 그녀의 음악성이 도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하냐며 심사위원의 판단에 불만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녀의 음악성에 대한 설명이 나오면서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음악성이 모두에게 인정받을 필요는 없다. 노래는 결국 내가 듣기 좋으냐 안 좋으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음악성이 좋아도 내가 듣기에 별로면 별로다.


다만 박진영이 이진아에게 100점을 주고, 이진아의 음악성이나 연주 실력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꽤 긍정적인 일이다. 노래를 평가하거나 감상하는 기준 자체를 넓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고음만 올라가면, 엄청난 바이브레이션을 하면 노래를 잘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시절이 있었다. 그런 유행에 따라 모두 같은 방식의 노래를 부르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 시절, 그런 창법과 평가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이제 다양한 방식의 보컬이 인정받게 됐다. 그렇게 음악을 접하는 방식과 음악을 듣는 다양한 기준이 생겼고, 대한민국 가요계는 더욱 풍요로워졌다. 이진아를 향한 논란은 노래와 가수를 평가하는 기준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있으며, 이 또한 가요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펼치는 음악적인 기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게 됐으며, 음악을 듣는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오디션 프로그램이 음악에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정하는 역할만 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뿌리내리게 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은 더이상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진아의 경우처럼 새로운 음악과 이를 듣는 다양한 방식을 소개하는 미덕을 잃지 않는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은 여전히 제작될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다양한 음악과 새로운 가수를 선보이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한다. 이진아와 박진영은 < K팝스타 >가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의 미덕을 다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trjsee.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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