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홈런이 주는 묘미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짜릿한 것은 9회말 승부를 결정짓는 역전 끝내기 홈런일 것이다.

지난 29일 광주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와의 경기에서 KIA는 최희섭의 부활포와 9회말 터진 필의 끝내기 홈런을 앞세워 LG에 7-6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KIA는 이 승리로 개막 2연전을 쓸어 담았다. 반면 LG는 이틀 연속 KIA의 홈런포에 무너지며 씁쓸히 서울로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팀 득점의 시작과 끝 모두 필의 방망이에서 터져 나왔다. 3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장한 필은 팀이 0-2로 뒤지던 3회 1사 1·2루 상황에서 LG선발 임지섭의 4구째를 왼쪽담장 너머로 보내며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3회 1사까지 특별한 위기 없이 마운드를 지켰던 임지섭은 필의 홈런 한방에 씁쓸히 마운드를 내려가야만 했다.

하지만 한 번 달아오른 필의 방망이는 쉽게 식지 않았다. 필은 팀이 5-6으로 뒤지던 9회 무사 1루 상황에서 LG 마무리 봉중근의 초구를 결대로 밀어 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며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시즌 두 번째 끝내기 홈런이자 KBO리그 개인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최희섭도 이날 부활포를 쏘아 올리며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최희섭은 팀이 4-6으로 뒤지던 7회 정찬헌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큼지막한 솔로포를 터뜨리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611일 만에 홈런이자 개인으로서는 챔피언스필드 첫 홈런이었다.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가 홈런타자를 경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분위기'다.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역전홈런을 허용할 경우 야수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후반에는 이 홈런 한방으로 인해 사실상 승부가 결정될 수 있다.

3회에 터진 필의 홈런은 단순히 LG선발 임지섭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것이 아니라 경기 초반부터 차곡차곡 점수를 쌓으며 분위기를 잡은 LG 덕 아웃에 찬물을 끼얹었다. 7회에 터진 최희섭의 홈런은 재역전을 허용하며 위축되었던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추격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전날 경기에서도 KIA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되던 경기를 이범호의 홈런 한 방으로 뒤집어 놓았다. 6회까지 소사의 구위에 눌려 확실한 득점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KIA는 7회 터진 이범호의 홈런 이후 김원섭-최용규의 연속 안타와 김주찬의 희생타를 합쳐 2점을 더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틀연속 경기 후반 터진 홈런으로 승부를 결정지으며 기분 좋은 2연승을 달린 KIA, 앞으로도 지난해와 다른 달라진 뒷심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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