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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눈물 흘리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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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9일, 세월호 참사 후 첫 대국민 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도 제안합니다."

그런데 29일 국회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세월호 특위)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석태 위원장은 "대통령의 진상규명 약속이 진실이었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며 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3월 27일 해양수산부(장관 유기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는 "해수부안에 의하면 세월호 특위는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라면서 '결사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조직·운영] 125명 → 90명으로... 주요 권한은 해수부 공무원에게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해양수산부의 특별법 시행령안 비교

이날 세월호 특위는 해수부안의 목적이 '특위 무력화'라고 선언했다. 첫 번째 이유는 조직의 축소다. 세월호 특위는 2월 13일 예산안을 확정하며 사무처 인원을 125명(상임위원 5명 포함)으로 정했으나 해수부는 90명으로 대폭 줄였다. 반면 파견 공무원 비율은 41.7%(50명)에서 46.7%(42명)로 늘렸고, 민·관의 비율이 엇비슷했던 6~7급 공무원의 숫자 역시 6급은 5대 18, 7급은 16대 8로 바꿨다. 사실상 정부가 특위를 주도하는 형태를 만든 셈이다.

상임위원들의 위상 역시 낮아졌다. 해수부안은 진상 규명과 안전사회 대책 마련, 각종 지원 업무를 맡은 세 개의 소위원회 역할을 사무처 산하로 옮겨 소위원회는 '위원장'만 존재하는 이상한 조직으로 전락시켰다.

또 '기획조정실장'을 새로 만들어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해수부에서 파견하는 기획조정실장은 예산과 운영,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할 뿐 아니라 위원회 업무 전반을 조정할 수 있으며 소위원회 구성에 관여할 수 있다. 세월호 특위는 "기획실장에게 이 권한들을 부여하면 위원장과 각 소위원회 위원장인 상임위원들은 무력화한다"고 지적했다.

[진상규명] 대상은 오직 정부조사결과? "진상규명 방해 시행령"

규모와 권한이 줄어들면 '진상규명' 활동은 힘을 잃기 쉽다. 29일 기자회견에서 권영빈 진상규명 소위원장이 유독 '강경발언'을 쏟아낸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해수부안은 특별법이 정한 진상규명 업무를 근거 없이 축소했다"며 "법령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휴짓조각"이라고 비판했다. "항간에 떠도는 '진상규명 방해 특별법 시행령'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고도 했다.

세월호 특별법의 최우선 과제가 '진상규명'인만큼 특위는 그 범위를 ▲ 세월호 참사 원인 ▲ 구조구난 작업 ▲ 관련 법령·제도·정책·관행 등으로 폭넓게 정했다. 하지만 해수부안은 진상 규명 대상을 정부조사자료 분석 및 조사로 축소시켰다. 진상규명국 규모 역시 4개 과에서 3개 과로 줄여버렸다. 특위 활동기간이 최대 1년 6개월 동안 가능하다는 점을 볼 때 조사 기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해수부안은 조사의 독립성과 신뢰성마저 흔들 수 있다. 세월호 특위안은 진상규명국의 핵심 권한인 청문회 실시와 특별검사제 요청권한을 민간인 출신 조사기획과장에게 부여했지만, 해수부는 파견 공무원인 조사1과장에게 부여했다. 또 기획조정실장이 조사 신청 접수·처리도 총괄하도록 했다. 권영빈 소위원장은 "해수부안은 진상규명의 중요한 대상인 공무원을 사실상 조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진상규명 포기를 강요하고 정부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사회] 후속대책은 세월호 분야만... 멀어지는 '안전사회 건설'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세월호 특별법의 또 다른 목표마저 바람 앞 등불 신세다. 해수부는 안전사회기획과와 안전사회1과, 안전사회2과가 모여 있는 안전사회국을 아예 안전사회과로 축소했다.

'안전사회 건설 종합대책 수립'이라는 업무 역시 제한해버렸다. 세월호 특위안은 안전사회국에서 세월호 참사는 물론 재난·재해 대응 체계 전반을 점검해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한다고 정했다. 하지만 해수부안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이라는 표현을 업무 대상 앞에 붙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관련 안전대책 수립만이 업무 대상이란 뜻이다.

[지원·절차] 쪼그라든 권한, 일방적인 절차... "해수부안 철회에 총력"


각종 지원업무를 총괄하는 지원국도 비슷한 처지다. 3개의 과에서 피해자·피해지역 지원은 물론 실종자 수색과 세월호 인양과 추모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었던 지원국은 피해자지원 점검과로 쪼그라들었다. 특위 종합보고서와 백서를 작성하는 일도 '피해자·희생자 지원대책 종합보고서'로 축소됐다.

절차마저 문제였다. 세월호 특위는 자신들이 만든 시행령안을 2월 17일 정부에 제출했지만 그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권영빈 소위원장은 "제가 정부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정부 안이 나왔냐'고 물었고, 정부쪽에선 매번 '확정된 안은 없다'고 했다"며 "다만 입법예고하기 전에 그 내용을 먼저 보내주겠다'는 얘기는 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특위는 심지어 입법예고 하루 전인 3월 26일, 유기준 장관에게 정부쪽 잠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하지만 해수부는 특위와 상의 없이 자체안을 '기습' 입법예고,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석태 위원장은 "입법예고 기간(4월 6일까지) 동안 해수부안을 철회시키는 데에 총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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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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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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