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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아이들은 부활 전에 수난당하는 예수의 희생과 닮았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으로 인한 죄를 대신해 죽음을 맞고 다시 사랑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활한 예수의 삶에서, 세월호 참사가 던지는 메시지를 되새긴다."

28일 오후 4월 5일 부활절을 맞아 단원고 앞 명성교회 부설 엘림하우스 4층 옥상 힐링테라스에 있는 온유의 나무가 단원고 희생 학생 부모 등의 손길로 부활절 트리로 꾸며져 불을 밝혔다.
 28일 오후 4월 5일 부활절을 맞아 단원고 앞 명성교회 부설 엘림하우스 4층 옥상 힐링테라스에 있는 온유의 나무가 단원고 희생 학생 부모 등의 손길로 부활절 트리로 꾸며져 불을 밝혔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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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치유와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한 공간 힐링센터 0416 쉼과힘이 28일 오후 7시 참사 이후 첫 부활절을 맞아 단원고 희생학생 가족과 이웃 주민 등 20여명이 모인 가운데 '온유의 나무'에 부활절 트리의 불을 밝혔다.

온유의 나무는 올해 초 단원고 앞에 있는 명성교회 부설 엘림하우스 4층 옥상 힐링테라스에 이 교회를 다닌 2학년 2반 양온유 등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가족, 시민을 위한 치유·회복공간으로 조성한 '온유의 뜰'에 심은 나무다. 

'소중한 생명으로 부활'을 이라는 이름으로 불 밝힌 이 트리는 4월 5일 부활절부터 40일 후 오순절 시작인 5월 15일까지 힐링테라스에서 내려다보이는 단원고 교정을 밝히게 된다.

부활절 트리를 제안한 명성교회 김홍선 담임 목사는 "죄 없는 가장 순수한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대신할 수 있었던 것처럼, 가장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이 어른들의 탐욕을 대신해 희생됐다"며 "부활의 의미와 세월호 참사 희생의 의미를 접목해 아이들이 남긴 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확대하자"고 강조했다. 

세월호 실종자에게 띄운 부활절 메시지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라"

28일 오후 단원고 앞 명성교회 부설 엘림하우스 4층 옥상 힐링테라스에 있는 온유의 나무를 부활절 트리로 만든 단원고 부모 등이 불 밝힌 트리를 올려다보며 아이들과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28일 오후 단원고 앞 명성교회 부설 엘림하우스 4층 옥상 힐링테라스에 있는 온유의 나무를 부활절 트리로 만든 단원고 부모 등이 불 밝힌 트리를 올려다보며 아이들과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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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부활절 트리는 쉼과힘 활동가들이 단원고 1반부터 10반까지 가족들의 반별 모임에 참여해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 계란 모형에 쓰고 장식하는 과정을 통해 꾸며졌다. '순한 양처럼 착했던 아이'를 회고하며 양모양의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하트 모양의 스티커를 장식하기도 했다.

부활절 트리를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한 부모들은 삼삼오오 모여 보고 싶은 아이들을 추모하고, 사랑의 메시지를 쓰면서 아이들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참여하지 못한 가족들을 대신해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을 빠뜨리지 않고 함께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의 얼굴을 직접 그린 부모, "아빠가 사랑하고, 수학여행 보내서 미안해"를 차마 우리말로 직접 쓸 수가 없어 베트남 말로 적으며 현명하고 이성적이었던 아들을 회고하는 아빠, 엄마 아빠의 아이로 태어나 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보고픔 그리고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부활달걀 모형 하나하나에 간절히 씌어 있다.

유가족들은 잊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부활절 트리를 만들어준 것에 대해 "큰 위안이 되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대신했다. 고잔1동 주민자치위원회 김남선 위원장은 "옛날 같이 정이 넘치는 고잔1동으로 회복하기 위해 이웃들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함께 치유하고 회복하자"고 말했다.

직접 부활 달걀에 메시지를 적지 못했지만 같은 반 엄마들이 써주었다는 딸의 이름이 있는 달걀을 보기 위해 달려온 엄마는, 부활 트리 가장 위에 있는 딸을 이름을 찾기 위해 한참이나 위를 올려다보기도 했다.

2학년 10반 부모들은 낮에 아이들 교실을 청소한 후  늦은 밤 점등된 부활절 트리를 보면서 야간자율학습(?)까지 하게 되었다며, 점등식이 끝나고도 반별로 아이들 이름을 찾아보며 긴긴 담소를 나눴다.

특히 이날 부활절 트리에 장식된 세월호 실종자에게 보내는 간절한 메시지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라"는 해마다 부활절이 되는 초봄이면 아이들과 선생님이 뛰어 놀고, 함께 공부하던 단원고 운동장을 향해 빛을 반짝일 것이다.

밤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처럼.


태그:#단원고 부활절 트리, #온유의 나무, #힐링센터 0416 쉼과힘, #세월호 참사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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