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물' 포스터 영화 '스물' 포스터 중 하나

▲ 영화 '스물' 포스터 영화 '스물' 포스터 중 하나 ⓒ NEW


*영화의 일부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스무 살. 10대에게 스무 살은 어른이 되는 시기이고 억압된 학교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뭐든 '안 된다'라는 말만 듣다가 '무엇이든 해도 되는' 시기다. 20대에게 스무 살은 자유롭고 무엇이든 해도 좋지만 30대의, 40대의 나를 위해 준비를 해야하는 예상치 못한 무게를 느낄 수 있을 나이일 것이고. 30, 40대 이후 사람들에게 스무 살은 어린 시절의 향수이고  그 당시의 방황은 다 잊어버리고 '젊음'이라는 이유로 예쁘게 치장되는 과거일 것이다.

나 또한 아직 20대이고 청춘이지만 스무 살을 생각한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인 것 같다. 10대부터 스무 살을 준비하며 살아왔고 스무 살을 지나보니 그 '스무 살'만이 가질 수 있는 패기와 열정을 지켜내려고 남은 20대를 살고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아련한 웃음과 추억을 안겨주는 스무 살, 스물. 그 제목을 갖고 파란만장 코미디를 장착한 영화가 나타났다. 그것도 소위 말해 가장 '대세'인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 세 명의 멋진 남자배우들을 내세워서 스무 살의 젊음과 찌질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 '스물'.

우리의 스무 살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인기만 많고 여자만 밝히며 주위 친구들에게 이성과의 스킨십에 대해 주구장창 연설 늘어놓기 바쁜, 주변에 꼭 한 명씩 있는 '잉여' 차치호(김우빈). 급작스런 아버지의 부도로 하루에 알바 2개 이상을 하지만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지독한 생활력으로 살아가는 동우(이준호). 대기업 입사를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모범생으로 열심히 공부하지만 새내기 오리엔테이션 날 지독한 주사로 페이스북 스타까지 됐던,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모범생 경재(강하늘)까지.

우리의 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스무 살 시절에 저 셋의 모습을 한 번씩은 겪었을만큼 주변에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들로 이병헌 감독은 우리의 스무 살을 표현했다. 사실 영화 안에서는 분명한 캐릭터로 3명을 연기했지만 우리의 스무 살에는 저 세 명의 모습이 한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을만큼 스무 살이 겪었던 모습을 잘 살려놓았다.

경재처럼 대기업 입사를 꿈꾸며 스펙을 쌓고 성실히 대학생활을 하기도 하지만 가끔 술을 주체하지 않게 먹고 주변에 진상(?)을 부리기도 했다. 동우와 같이 부모님이 용돈을 끊거나 경제적으로 독립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하루 알바 2개씩 뛰고 돌아와서 재수공부를, 과제를, 취업 준비를 하기도 부지기수.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가도 헤어짐으로 인한 슬픔이나 삶에 대한 욕심을 잃어가는 슬럼프를 겪으면 치호와 같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잉여' 짓도 해본다. 연애는 젊음이 가진 특권이니 누구에게도 놓칠 수 없는 것이고.

이렇게 영화 '스물'에서는 스무 살의 아름다움이니, 스무 살 젊음을 아름답게만 표현하진 않았다. 정말 우리가 겪었던 찌질함과 불안정함, 어른들은 한심하게 쳐다보지만 우리에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연애에 대한 토론 등 그 당시 스무 살도 너무나 많은 고민을 안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헤쳐왔다는 것을 코믹하게 그렸다. 물론 영화 '스물'에서는 그런 모습을 진지하게 표현하지 않고 아주 재밌고 찌질하고 못난 모습으로 나타냈다. 우리의 스물도 진지하기보단 저런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싸움과 화와 진상으로 드러낸 적이 더 많지 않은가?

스무 살, 부자가 되려는 나이가 아닌 어른이 되어야 할 나이

영화를 보다보면 치호가 하고 싶은 일이 없어 백수처럼 노닥거리다가 한 예쁜 여자를 발견하고 소위 말하는 '작업'을 걸려고 하나 실수로 그 여자가 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한다. 합의금을 물어줄 돈이 없어 그 여자가 원하는 일을 들어주는데 그 일은 바로 자신의 매니저. 신인 배우였던 그 여자배우를 쫓아다니며 매니저처럼 챙겨주고 대신 합의금은 없애주기로 한 것이었다.

인생에 아무런 목적도, 방향도 없었던 치호는 영화 촬영 현장에 매니저로서도 금방 적응했고 감독의 여러 모습에 꽤 매력을 느꼈다. 이후 촬영 종방연 때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말을 감독에게 하는 치호. 하지만 대학을 나오지 않아 좀 걱정이라는 말을 하며 감독이 화를 발끈 낸다.

'수학 잘해서 공부 잘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수학 못 하는 사람들을 패배자로 만들고 낙오자로 만드는 것'이라며 '지금의 사람들은 어른이 되려고 하지 않고 부자가 되려고 한다'고 열변을 토한다. 그러자 주변에 사람들은 또 긴긴 연설이 시작될까 도망가기 바쁘고 ..

이 장면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되려는 사람들보다 '부자'가 되려는 사람만 있다는 저 대사가 인상 깊었는데 우리의 스무 살이 언젠가 어른이 되었다는 걸 의미하기보단 소위 말하는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한 하나의 관문으로서의 나이가 되었다는 걸 무심결에 느꼈기 때문이었다.

스무 살, 이 때 열심히 준비하지 않는 자, 못한 자는 낙오자로 낙인을 찍어버리는 사회의 시선들이 우리의 스무 살을 젊음과 자유로움이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게 만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실감이 들었다. 아직 살아온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틀린 것도 아니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스무 살을 지나고 스물 한 살을 지나고 1년, 2년을 묵히고 쌓고 경험하며 방향을 결정해나가는 건데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준비를 하지 않는 스무 살을 우리의 사회는 너무나 빠르게 포기해버리고 낙오자로 간주해버린다는 안타까운 현실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스무 살, 어느때보다 어른으로서 살아가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아파볼 수 있는, 그래도 나중의 기억엔 아름다움으로만 남는 소중한 시간들인데 말이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그래서 영화 중에도 스무 살 세 친구들의 아지트 '소소반점'에 자주 모여 자기들만의 고민을 안주로 두고 술을 나눠마신다. 20대 초반이 먹는 술은 매번 클럽에서 먹는 술이거나 죽을 때까지 먹는 술이라고만 편견을 가진 분들도 꽤 계시지만 이들이 먹는 술도 부모님들이 먹는 술과 다르지 않다.

속상할 때 먹고 기분 좋을 때 먹고 친구들과 고민 나누고 싶을 때 먹는 술.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고 친구들이 들어준다. 삶의 깊이가 없음 어떤가? 여자 때문에 죽을 것 같아서 그 얘기 들으러 모이면 어떤가? 이상한 소리를 해도 진지하게 받아주며 고민을 상담하면 어떤가? 그마저도 스무 살이기에 진지하고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바보같이 웃을 수 있는데 말이다.

영화 '스물' 영화 '스물'의 한 장면이다

▲ 영화 '스물' 영화 '스물'의 한 장면이다 ⓒ NEW


스물, 돌아오진 않지만 스무 살처럼 살아보자

영화 '스물'은 3월 25일 개봉 후 3월 27일 기준 누적관객 수 약 45만 명에 이르고 있다. 어떠 심오한 메시지를 주는 것도 아니고 찌질했던 우리의 스무 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이들의 코믹한 행동들과 캐릭터들이 관객들을 많이 웃게 해준다.

20대에게는 취업 문제, 30대에게는 육아 및 출산 문제, 4, 50대에게는 이후 노후 문제, 60대 이상에게는 고령화 사회로 인한 대비 문제 등 세대별 사회문제가 만연하여 뭐하나 기운 나기 힘든 요즘에 각자의 '스무 살'을 생각하며 재미있게 보기엔 좋은 영화인 것 같다. 15세 영화치고는 직설적인 단어들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스무 살의 남자 세 명을 묘사하기엔 적절한 듯 싶기도하고.

'스물'이라는 영화를 보며 잘못 선택하고 방황해도 아직 돌아가서 할 수 있는 날이 많다는 강하늘의 마지막 나레이션은 영화관을 나오면서도 꽤 기억에 맴도는 나레이션이었다. 나의 스무 살은 이미 지나갔고 대학 생활에 정신없이 적응하며 쉼없이 몰아치는 과제에 치여서 기억도 안 나지만 매일을 스무 살처럼 살아간다면 매일이 좌충우돌이고 정신없어도 그 마음가짐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스물, 당신의 스물은 어떠했는지 기억해보고 싶다면, 찌질했던 이들의 스무 살을 보며 공감해보고 싶다면 가족보단 우리의 어설픔을 함께 했던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영화 '스물'을 보러가면 어떨까? 깊은 메시지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와 고등학교 친구랑 우리의 스무살과 우리의 10대를 같이 나눌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영화만큼이나 큰 재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스물 스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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