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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교육부장관 발 '취업중심' 예산지원 사업과 대학평가 광풍이 대학가를 휩쓸면서, 대학들이 앞 다투어 취업 등 경쟁력을 강화한다며 학과 통폐합을 시도하는 양상이다.(관련 기사: 기초학문 대학생들 "누가 우릴 '문송'하게 만드나요?")

영향이 건국대에까지 미치면서, 지난 22일 건국대는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유사중복 전공 10개를 통합하고 학부제를 대형 학과제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건축대학은 1개 학과로, 예술디자인대학은 6개학과로, 정보통신대학은 3개학과로 통합하겠다는 것.

학생들은 학문지향성이 엄연히 다른 학과들을 '유사중복'으로 묶어 통합하면서, 학문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견표명에 그간 조심스러웠던 연예인들까지 마침내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혜리, 민호, 고경표 등 연예인들 '반대운동' 동참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혜리. 그녀는 건국대 영화과 통폐합에 반대피켓 운동에 동참했다.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혜리. 그녀는 건국대 영화과 통폐합에 반대피켓 운동에 동참했다.
ⓒ 건국대 영화학과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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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학과와 영상학과를 통합해 영화영상학과가 된다는 소식에 영화학과 재학 중인 걸스데이 혜리는 SNS상에서 반대운동에 동참했다. 대학 구조조정 문제에 혜리까지 뿔이난 셈이다. 잘 알려졌듯, 혜리는 알바몬의 '최저임금편', '야근수당편' 광고에 출연해 청년·대학생들 사이에 공감을 불러와 '맑스돌''노동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관련 기사: 임시완과 혜리, 두 '노동돌'의 엇갈린 운명).

"필름이 끊기지 않는 한, 우리는 무직이 아니다"라는 인상적인 피켓을 들고 있는 배우 고경표와, 인스타그램에서 반대운동에 동참한 샤이니 민호.
 "필름이 끊기지 않는 한, 우리는 무직이 아니다"라는 인상적인 피켓을 들고 있는 배우 고경표와, 인스타그램에서 반대운동에 동참한 샤이니 민호.
ⓒ 건국대 영화학과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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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유정, 고경표, 샤이니 민호 등 다른 연예인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밖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꾸준히 인스타그램이나 오프라인 자유발언을 통해 반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대학 구조조정 반대운동에 동참하게 했을까? 건국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건국대 영화학과 비상대책위원장 김승주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아래는 그 일문일답.

왜 획일적 기준으로 다양한 학문분야의 차이가 무시되나요?

건국대 구조조정 반대 침묵시위행진
 건국대 구조조정 반대 침묵시위행진
ⓒ 건국대 영화학과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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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들까지 반대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정치사회적 문제에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기 조심스러했는데, 이들까지 움직이게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지금 가장 큰 문제점은 자본논리의 획일적 기준으로 (다양한 차이가 관용되는) 예술분야가 평가 받는다는 점입니다. 그 때문에 예술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반대 목소리에 공감 해주신 것이 아닐까 합니다."

- '효율성', '선택과 집중' 이라는 자본논리로 지향성이 다른 학문분야를 묶는 행위 자체가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예술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취업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영화산업은 프로젝트별로 기간 계약직으로 활동하는 구조입니다. 정부는 4대 보험 가입하는 정규직만을 취업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획일적 기준으로 하나의 취업 형태만 인정하는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게다가 청년 취업난은 정부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지 이를 대학과 학생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학교는 같은 학과로 묶지만 연기, 연출, 영상(애니메이션) 등의 트랙별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그동안 하지 못한 전임교수 충원과 확충된 커리큘럼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어차피 차이를 존중한다면 합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해명을 들으신 바 있습니까?
"현재 학생들과 학교가 소통 가능한 공론장이나 의견수렴의 장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학교 측에서는 취업률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학생들이 이를 검토할 수 있도록 구체적 지표나 자료들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언론 보도와 우리가 들은 설명이 달라 그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영상학과와 영화학과는 학문지향성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피켓을 들고 학생들이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영상학과와 영화학과는 학문지향성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피켓을 들고 학생들이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 건국대 영화학과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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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름이 끊기지 않는 한 무직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입니다. 작년에 폐과 당한 계명대 동양화과에서도 '붓을 꺾지 않는 한 무직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는데, 오마쥬한 것인가요?
"(웃음) 우리 후배 한 명이 제안한 슬로건인데, 계명대 동양화과 슬로건을 오마쥬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학생들끼리 공감했고 입장을 잘 대변해주고 간결하고 명확한 것 같아 채택했습니다."

- 현재 전국의 많은 대학들이 잇따라 지지성명을 발표해 연대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청년 대학생들이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셈인데, 연대를 확장해서 전국적 운동에 동참하실 의사가 있으신가요?
"꿋꿋하게 우리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학우들이 크게 분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운동이 확장된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습니다."

- 대학 구조조정 양상의 가장 큰 문제점을 정리해주시겠습니까?
"두 가지 정도라고 생각하는데요. 첫째는 취업률 등의 획일적 잣대로 차이가 인정되는 학문분야들을 억압한다는 것. 둘째는 이 절차가 너무나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이런 진행을 사전에 전혀 알 수도 없었고, 논의 참여할 수도 없는 현실이 문제입니다. 이렇게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또다시 언젠가 학교가 이런 중대한 사안을 임의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발방지 대책을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현재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학생 일부는, 농성장을 꾸리고 주말에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농성장을 꾸리고,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농성장을 꾸리고,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건국대 영화학과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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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건국대, #구조조정, #영화학과, #혜리, #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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