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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의사 호국충혼탑
 충의사 호국충혼탑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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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은 의로운 고장이다

나는 10여 년 전부터 호남의 고을을 누비며 국난에 처한 나라를 구하다가 순국하신 선열들의 자취를 더듬어 오고 있다. 그때 느낀 바는 호남의 고을마다 의병장이 없는 고을이 없을 정도로 호남은 의로운 고장, 곧 의향(義鄕)이었다.

지난 3월 26일 전남 담양군 창평면 유천리 월봉산 아래 역사공원에서 광주·전남 조선5란 충의사(忠義士) 호국 충혼탑 제막 및 호남 의(義) 정신관 준공식 소식을 듣고 먼 길이지만 달려갔다.

충의사 호국 충혼탑은 나라와 민족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였을 때 분연히 떨쳐 일어나 구국전선에 앞장선 호남인들로 7년에 걸친 임진·정유왜란과 정묘·병자 두 차례의 호란에서 살신성인하였고, 이괄의 난과 이인좌의 난에서 역적들을 제거하여 위기의 사직을 살렸다.

특히 임진왜란에서 전 국토가 유린되고, 서울과 평양이 점령되어 왕은 의주로 파천(播遷)했을 때, 호남인들은 향토를 굳게 지키고 바다와 육지에서 목숨을 바치면서 적을 무찔러 누란(累卵)의 나라를 소생시켰다. 여기에는 전라좌수사 이순신을 도운 송대립·송희립·정운 ·나대용 등의 의병장과 수병들이 있었고, 광주목사와 전라감사인 권율을 도와 이치와 행주산성에서 왜적을 크게 무찌른 선거이·변이중·정걸·이세환·문홍헌 등과 대흥사 승병인 호남인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녹천 고광순 의병장의 '불원복기'를 새긴 기념식장에서 식전행사인 살풀이 춤을 공연하고 있다.
 녹천 고광순 의병장의 '불원복기'를 새긴 기념식장에서 식전행사인 살풀이 춤을 공연하고 있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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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 열사들의 살신성인 정신

임진왜란 당시 의병활동에서도 호남의병 6천명을 이끌고 금산에서 순국한 고경명 부자를 비롯하여 김천일·최경회·고종후·황진 등의 호남의병이 진주성을 사수하여 향토를 지켰고, 함경도의 정문부와 의병을 총 지휘한 김덕령을 따라 고장과 나라를 지킨 이들이 모두 호남인들이었다. 오랑캐의 침략 때도 보성의 안방준과 능주의 이위는 호남의병을 거느리고 여산까지 진출했으나 남한산성의 화의로 해산하고 말았다.  

이와 같은 호국영령(護國英靈) 2,143위를 한 자리에 모시고자 뜻있는 호남인들이 1986년부터 광주·전남 충의사현창회(忠義士顯彰會)를 발족하여 추진하여 오던 가운데 올해에야 그 뜻을 이루어 우선 호국충혼탑을 세우게 되었다.

내빈들이 호남의(義)정신관 준공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내빈들이 호남의(義)정신관 준공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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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일경은 조선폭도 토벌계획에 따라 고광순 의병장을 비롯한 제천의 유인석·남원의 고광수 등 전국적으로 50여 채의 의병장 가옥을 불태워버렸다. 이곳 창평의 녹천 생가는 임진왜란 당시 금산전투에서 순절한 제봉 고경명 선생과 함께 순절한 둘째아들 학봉 고인후 선생의 종택으로 이때 불태워졌다.

이낙연 전남도지사
 이낙연 전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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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일경은 녹천의 큰아들을 칼로 베는 천인무도한 만행도 저질렀다. 이 성지에 국비와 지방비, 그리고 종중의 자부담으로 '호남 의(義) 정신관'이 복원케 되었다.

이는 종중의 기쁨을 넘어 전 호남인, 나아가 전 겨레의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날 호국충혼탑 제막 및 호남 의(義) 정신관 준공식에는 이낙연 전남 도지사를 비롯하여, 이개호·이정현 국회의원, 최형식 담양군수 등 충의사현창회 관계자와 호국충혼 후손 등 경향각지에서 5백여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히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낙연 지사는 "선대의 의로운 행적을 보존·현창·기념·전수하는 것은 선대에 대한 당연한 도리이면서 동시에 후대에 대한 의무"라고 말했으며, 광주 전남 현창회 이영복 회장은 "외침으로부터 끝까지 나라를 지키신 애국 열사들의 살신성인 정신을 후손들이 본받아 길이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날 오후 나는 행사장을 떠나오면서 이 아름다운 조국 금수강산이 선조들의 피로써 지킨 강토임을 새삼 깨닫고, 하늘에 계신 선열들에게 깊이 고개 숙였다.


태그:#호국총혼탑, #호남의정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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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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