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상대가 드디어 결정됐다. 모비스와 우승을 다투게 된 팀은 바로 원주 동부다. 동부는 지난 27일 원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74-70으로 승리하며 힘겹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동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확정됨과 동시에, 마지막까지 동부와 명승부를 펼친 전자랜드의 '이변 행진'은 발걸음을 멈추게 됐다. 또한 전자랜드의 4강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인해 전자랜드 팬들이 그토록 원하던 캡틴 포웰과의 동행은 추억으로 간직하게 됐다.

전자랜드를 격침시킨 '승자' 동부의 5차전 경기력은 충분히 훌륭했다. 어깨 부상으로 출장이 불투명했던 사이먼은 투혼을 발휘하며 13득점 8리바운드로 골밑을 지배했다. 그리고 4차전까지 총 9득점 5어시스트에 그쳤던 포인트가드 안재욱은 5차전에서만 12득점 5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큰 경기에서 '미친 선수'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경기 막판에 터진 리처드슨의 쐐기 3점포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동부의 5차전 승리 과정이 마냥 멋스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찝찝한 구석도 분명 있었다. 그것은 바로 KBL을 대표하는 선수인 김주성과 관련된 파울콜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3쿼터 5분경에 선언 된 김주성과 포웰의 더블 파울 선언은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유도훈 감독이 경기 종료 이후 말했듯, 더블 파울 상황에서 포웰의 파울이 불릴만한 여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김주성은 더블 파울 선언 전후로도 포웰과의 몸싸움에서 거듭 큰 액션을 선보였다. 그로 인해 포웰의 파울은 늘어만 갔고 경기 흐름은 전자랜드가 아닌 동부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과는 동부의 승리로 끝이 났다.

김주성은 분명 KBL을 대표하는 선수다. 그는 한국남자농구 선수들 중 유일하게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성실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으며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기량만 놓고 보면 김주성은 도저히 단점을 찾기 힘든 선수다.

그러나 KBL을 대표하는 김주성의 존재가 KBL의 발전으로 이어졌는지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 몸싸움을 지독히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김주성은 몸싸움 혹은 신체 접촉이 있으면 유독 큰 모션을 취한다. 그리고 심판을 바라본다. 김주성의 항의를 받는 심판은 아무래도 그의 존재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판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주성은 KBL의 대표 선수이기 때문이다.

몸싸움은 농구의 매력 중 하나이다. 그러나 한국남자농구는 몸싸움과는 거리가 멀다. 옷깃만 스쳐도 파울이 선언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다. FIBA룰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국내심판의 파울콜은 국제대회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국내와 국제대회에서의 서로 다른 파울콜은 한국남자농구의 경기력을 꾸준히 약화시켰고 그것은 한국남자농구를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몸싸움을 싫어하는 김주성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김주성은 과거 자신의 헐리웃 액션 논란에 대해 '보호본능'이라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지나친 보호본능으로 인해 KBL과 거기에 소속된 심판들의 레벨은 좀처럼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KBL에는 김주성과 동일한 '보호본능'을 펼치는 후배 선수들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김주성의 뛰어난 기량과는 별개로, 그의 과도한 보호본능에 대해서는 따끔한 지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용납된다면, KBL의 발전은 앞으로도 기대하기 힘들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김주성 포웰 KBL 유도훈 동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스포츠를 사랑하는 분들과 소중한 소통을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