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7일 저녁 8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은 전반 15분 구자철이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 선제골을 기록하며 앞서갔으나 전반 31분 우즈벡 쿠지보에프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한국은 우즈벡과의 상대 전적 9승 3무 1패를 기록하며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이후 21년째 계속되고 있는 우즈벡전 무패행진을 12경기 연속으로 지켜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아시안컵에서 기용하지 않았던 선수들을 대거 베스트 11로 중용하며 예상보다 실험에 무게를 둔 경기운영을 펼쳤다. 아시안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던 김진현 대신에 김승규가 골문을 지켰고, 포백 라인은 곽태휘를 제외하면 윤석영-김기희-정동호 등 모두 아시안컵 엔트리에 발탁하지 않았던 선수들로 구성됐다.

미드필더진에도 주장 기성용이 빠진 대신 슈틸리케호에는 첫 발탁된 김보경이 그 자리를 메웠고, 이재성도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최전방의 이정협과 손흥민-구자철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다. 대표팀에서 그동안 2선 공격수로 활약하던 김보경이 중앙으로 이동하고 한국영이 유일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되면서 이날 대표팀은 기존의 4-2-3-1에서 4-1-4-1에 가까운 포메이션으로 변화했다.

경기 자체는 전반적으로 다소 아쉬웠다. 아시안컵 준우승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 것과 달리우즈벡의 공세에 상당히 고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평가전임에도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내용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특히 전-후반간 경기력의 편차가 꽤 컸다.

이정협·정동호 부상 이후 후반전 경기력 하락

전반전은 한국이 경기를 주도했다. 2선 라인의 활발한 움직임과 포지션 스위칭을 바탕으로 위협적인 공격을 전개했다. 대표팀에 처음 합류한 이재성도 데뷔전이 무색하게 팀플레이에 무리없이 녹아들었다. 전반 14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터진 선제골은 구자철의 위치선정과 손흥민의 정확한 코너킥, 그리고 수비를 유인한 동료 선수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맞아떨어진 합작품이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 이어 또다시 부상악령이 평가전에서도 슈틸리케호를 덮쳤다. 부지런한 움직임과 수비가담으로 우즈벡의 최전방을 위협하던 이정협이 전반 26분 공중볼 다툼 과정에서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다. 선수가 치료차 그라운드 밖에 나가 있는 사이 수적 열세가 5분 가까이 이어졌고 결국 우즈벡 쿠지보예프가 동점골을 터트리며 흐름을 바꿔놨다. 전반 41분에는 오른쪽 풀백 정동호마저 부상으로 김창수와 교체되기도 했다

후반들어 대표팀의 경기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일단 이정협의 부상교체가 불러온 나비효과가 대표팀의 전체적인 공수 밸런스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을 최전방에 올리고 기성용을 처진 공격수에 배치하는 다소 변칙적인 4-3-3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구자철은 분전했지만 전반전 2선에서 보여준 활약에 비하여 후반에는익숙하지 않은 최전방에서 뛰다보니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후반에 한국은 중앙 미드필더 3명의 역할분담이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고 서서히 몸이 풀린 우즈벡의 전방 압박이 거세지면서 중원 싸움에서도 밀리는 양상을 드러냈다. 그동안 후방에서 볼배급을 전담하던 기성용이 구자철의 자리인 공격형 미드필더에 전진배치되면서 경기운영을 조립해줄 선수가 없었다. 김보경과 한국영의 더블 볼란치는 그리 호흡이 잘 맞지않았고 백패스가 잦았던 탓에 경기템포와 지배력을 살리지 못했다.

우려했던 체력 문제도 후반에 결국 드러났다. 전반적으로 해외파들 대다수가 시즌 후반기인데다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피로누적의 영향으로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일찍 고갈되는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과 기성용은 아시안컵 때와 같은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박주호, 한교원 등을 교체투입하며 변화를 주려고 했지만 경기흐름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했다. 결국 후반 마지막까지 답답한 플레이가 이어지며 막판에는 집중력 저하속에 연이은 패스미스로 우즈벡에 추가 실점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구자철 건재와 김보경 변신은 성과... 수비라인 불안 노출

우즈벡전에서 얻은 소득과 과제는 명확하게 갈린다. 일단 긍정적인 부분은 대표팀의 선수층을 넓혔다는 것을 꼽을수 있다. 구자철이 오랜만에 대표팀에서 골맛을 보며 건재를 입증했고, 지난해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에 복귀한 김보경 역시 중앙 미드필더로의 변신에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였다. 골키퍼 김승규는 비록 1실점을 허용했지만 몇 차례 안정적인 선방을 통해 김진현과의 경쟁 체제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데뷔전을 치른 이재성은 슈틸리케호의 최대 수확이라고 할만하다. 공격 2선에서 폭넓은 움직임을 보여주며 간결하고도 창의적인 플레이로 오른쪽 붙박이이던 이청용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은 정도의 활약을 선보였다.

반면 공수 양면에서 여전히 불안한 부분이 적지않았다. 특히 변화의 폭이 컸던 수비 라인은 좋은 평가를 주기 힘들었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아직까지 최상의 조합을 확정짓지못한 중앙 수비는 이날은 곽태휘-김기희가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10월 10일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 이후 5개월만에 다시 꺼내든 조합이었지만, 높이와 몸싸움에서의 장점만큼이나 부족한 스피드와 볼처리 과정에서의 약점 또한 뚜렷했다. 김기희는 동료 선수들과 손발이 맞지않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수비 리드를 이어가던 곽태휘 역시 막판 집중력이 흔들리며 연이은 패스실수로 실점의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좌우풀백 라인도 은퇴를 앞둔 차두리와 부상으로 낙마한 김진수의 공백이 느껴졌다. 윤석영과 정동호는 수비적인 플레이에 치중했으나 오버래핑을 통한 공격에서의 기여도나 적극성은 떨어졌다. 후반 교체투입된 박주호와 김창수 역시 크게 인상적인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미 예상된 공격 옵션의 한계는 뚜렷했다. 지동원이 가벼운 부상으로 이미 우즈벡전 출전이 불발되면서 경기중 이정협마저 일찍 다치자 공격진에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전반적인 포지션 이동과 파괴로 어쩔수없이 그 자리를 메웠지만, 체격조건이 좋은 우즈벡을 상대로는 제공권과 포스트플레이를 통하여 확률높은 공격을 펼쳐줄 타깃맨의 부재가 두드러졌다. 한국이 후반 단 1개의 슈팅에 그쳤다는 것은,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공격전술을 전개하기 어려운 슈틸리케호의 약점을 또한번 드러낸 대목이라고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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