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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김무성 대표는 피켓 시위에 대해 "소란을 떠는 것은 기본 예의가 아니"라고 했다. 임씨는 피켓에 '예의바르다'는 평가를 받은 학창시절 통지표 사진을 넣었다.
▲ '예의바른 청년' 임선재씨 23일 김무성 대표는 피켓 시위에 대해 "소란을 떠는 것은 기본 예의가 아니"라고 했다. 임씨는 피켓에 '예의바르다'는 평가를 받은 학창시절 통지표 사진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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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시촌을 방문해 청년들과 소통한다고 했다. 34년을 이곳에 살며 청년들의 죽음에 대한 소문을 수없이 많이 들었다. 자살시도 경험을 '우스갯소리'처럼 털어놓은 친구도 있었다. 김 대표에게 청년들의 현실을 말하고 싶었다. 23일, 지인들과 함께 행사에 참석해 피켓을 들었고, 질문을 던졌다. "소란을 떠는 것은 기본 예의가 아니"라는 말이 돌아왔다.

이틀 뒤인 25일, 한양대에서 열린 김 대표의 '청춘무대' 토크콘서트 행사에 다시 찾아갔다. 이번엔 "정체를 알 수 없는 청년들"이란 소리를 들었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청년들의 절규를 "마음속에 잘 담아두고 가겠다"고 덧붙여 말했던 그였다.

급하게 준비한 피켓은 '계획된 방해시도'의 증거가 됐고, 일부 언론은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들의 당적을 거론했다. '종북'이라는 꼬리표도 함께 따라왔다. 지난 23일, 서울시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을 찾은 김무성 대표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임선재(34)씨의 이야기다.

27일 오후, 임씨가 대표로 있는 청년단체 '더나은' 사무실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임씨의 '정체'가 궁금했다.

'동네에서 인정받는 성실한 청년', 피켓시위 한 까닭은?

임씨는 자신을 서울시 관악구에서 태어나서 34년째 살고 있는 토박이라고 소개했다. "관악구에서 청년단체(더나은)를 운영하면서 구청장상도 받았고 초·중·고등학교도 이 동네에서 나온, 나름 동네에서 인정받는 성실한 청년"이란 말도 덧붙였다.

임씨가 김무성 대표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한 청년의 죽음 때문이다. 김 대표가 대학동을 방문하기 5일 전인 지난 18일, 비정규직을 전전하던 25살 청년이 대학동의 한 원룸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임씨는 이 청년의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통장잔고 5천 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을 설명하는 말에서 다른 청년들의 모습이 겹쳤다.

임씨는 23일 고시촌을 방문한 김무성 대표에게 '그간 뭐하고 이제야 오셨냐', '청년들이 무엇 때문에 어려운지 듣고 알고 가셔라'라고 말하고 싶었다. 비록 김 대표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지만, 같은 청년들이 공감했다.

지난 25일, 임씨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그날 한양대에서 열릴 김 대표의 '청춘무대' 행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일종의 '예고'였다. 응원 댓글이 이어졌다. 몇 년간 연락이 없던 후배가 SNS로 "통쾌했다"며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다음은 임씨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관악구 토박이에게 "정체 알 수 없는 청년"? 앞뒤 맞지 않아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임선재씨
▲ 임선재씨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임선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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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대표가 25일 한양대 '청춘무대' 행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임선재씨를 '정체를 알 수 없는 청년'이라고 표현했다. 스스로 본인을 소개하자면?
"이곳 관악에서 태어나서 34년째 살고 있는 토박이다. '더나은'이라는 청년단체를 운영하면서 청년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청년단체를 운영하면서 구청장 상도 받았고 초·중·고등학교도 이 동네에서 나온, 나름 동네에서 인정받는 성실한 청년이었다. 그런 나를 오히려 외지에서 온 김무성 대표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청년', '방해세력'이라고 하는 건 정말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 23일 고시촌 피켓시위 이후, 일부 언론은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을 빌려 피켓 시위에 참여한 청년들의 당적을 거론했다. 기분이 어땠는가.
"효순이·미선이 촛불시위 때도, 광우병 촛불시위 때도,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 때도 '배후세력'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심지어 세월호 유가족한테도 '배후세력이 있다', '종북이다'라며 색깔론 덧씌우기를 했는데 그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정작 청년들이 하고 싶어 하는 얘기들, 청년들이 어렵다고 하는 얘기들을 귀를 닫고 폄하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에게 오는 쓴소리를 폄하하고 물타기 하려고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피켓시위를 김대표가 "오래 전부터 계획된 방해세력"이라고 표현했다.
"계획할 수가 없었다. 김무성 대표가 고시촌을 23일에 방문했는데 찾아보니 그 일정이 언론에 제일 처음 보도된 게 20일이었다. (피켓 시위를 준비한) 우리는 토요일인 21일에 알았다. 21일 토요일에 그 소식을 보고, '이건 우리가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 관악구 사시는 분들부터 전화를 돌리, 뭐라도 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 23일 고시촌을 방문한 김무성 대표에게 5일 전 대학동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을 아느냐고 물었다. 피켓 시위를 하게 된 계기가 이것인가?
"23일은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로부터 5일 뒤였다. 청년이 죽었는데, 바로 5일 뒤에 청년들을 만나겠다는 구실로 오는 게 너무 기만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행사장을) 찾아가게 된 거다."

- 그 청년의 이야기가 와 닿았던 이유는?
"사실 그 청년만 아니라 대학동 고시촌에서는 언론에 나지 않고 공개적으로 이야기 되지 않을 뿐, 많은 청년이 자살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에 그 청년의 죽음을 이번에 언론에서 많이 다뤘다. 그 청년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통장잔고 5천 원'으로 설명된다. 이런 것들이 정말 청년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청년의 죽음이 남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청년뿐만 아니라 19일엔 양천구 원룸에서 28살 청년이 자살했고, 21일에는 20대 청년 4명이 동반자살을 했다. 이런 식으로 청년들이 일주일에 여섯 명이나 목숨을 끊었다. 언론에 보도된 것만 여섯 명이 자살을 한 것은 분명히 박근혜 정부의 청년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 그런 것들에 대한 사과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사진을 찍으러 오겠다고 하니, 정말 참을 수 없었던 거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통장잔고 5천 원' 청년들의 현주소

피켓시위에 사용된 피켓들. 시위를 '오랜기간 준비했다'는 말에 반박하는 내용이다.
▲ 피켓들 피켓시위에 사용된 피켓들. 시위를 '오랜기간 준비했다'는 말에 반박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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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시촌에 김무성 대표가 왔을 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나?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그간 뭐하고 이제야 오셨냐'이다. '그간 청년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선, 집권 3년 차가 돼서야 하겠다고 하는 것이냐, 그래서 그것이 생색내기 정치쇼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래, 좋다 청년들과 진짜 소통을 하고 싶다면 청년들이 무엇 때문에 어려운지 듣고 알고 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둘 다 안 됐다."

- 김 대표가 고시촌 타운홀미팅에서 청년들과 나눈 대화 주제를 어떻게 생각하나?
"김무성 대표가 '로봇연기'를 하고,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을 알려주며 '청년들과 소통하겠다', '내가 이렇게 재밌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어필 하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그런 것을 고민하실 시간이면 차라리 정말 출근시간 '지옥철'을 한번 타보셨으면 한다. 삼각김밥에 컵라면 한번 드시면서 이 시대 청년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해보셨으면 좋겠다. 기자들 대동하지 마시고.

그래서 그 자리가 '팬미팅' 같았다는 표현도 했다. 물론 주차 문제나 스프링클러 설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청년들의 본질적인 어려움인가, 그것 때문에 청년들이 자살하고 있는가? 아니다. 정말 청년들이 진정 어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을 자세가 되었으면 좋겠다."

- 25일 한양대 '청춘무대' 행사에서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발언을 언급하며, "옳은 방향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이 정책을 잘못해서, 국내 시장이 죽어서, 우리 청년들을 해외로 팔아먹는다'고 하는 엉터리 주장을 하고 있는 거다"라고 했다.
"근본적으로 청년 문제가, 청년들이 일자리가 넘치는 데 좋은 일자리 가겠다고 취직을 안 하는 문제가 아니다. 넘쳐나는 비정규직과 인턴, 이런 조건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취직을 못 하고 있는 거다. 이런 것에 대한 본인의 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와 그런 것들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지 '중동이나 가라'고 말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 이어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일자리를 정부가 늘리려고 굉장한 노력을 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의지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삼성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망한다는 소린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대기업, 부자들에 대한 감세는 추진하면서 공공요금 버스요금과 같은 것들은 인상하고, 서민들 호주머니만 털고 있다. 그런 것처럼, 청년 일자리 없다 어렵다 하지만 그 책임을 왜 청년들에게 전가하느냐는 거다. 그동안 기업이 어려워졌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청년 일자리 문제도 결국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생각한다."

라면 한 개로 세끼를... 청년들의 실패는 '자살'

임선재씨와 '더나은' 단체 회원들은 청년들의 10대 요구사항에 관한 서명을 받고 있다.
▲ 청년들의 10대 요구사항 임선재씨와 '더나은' 단체 회원들은 청년들의 10대 요구사항에 관한 서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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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단체 '더나은'을 운영하고 있다. 본인이 청년이고, 다른 청년들을 많이 만나기도 한다. 청년들의 현실이 어떤가.
"하루는 친구를 만났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다. 자기 얼마 전에 한강 다녀왔다고. 한강을 왜 다녀왔느냐고 했더니 뛰어내리려고 갔다는 거다. 뛰어내리려고 갔는데, 날이 너무 추워서 차마 그러지 못하고 그냥 왔다고 했다. 그 얘기가 정말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 게, 이 친구가 정말 성실한 친구다. 그 당시에 자영업을 시작했는데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전단도 뿌리고, 가게 준비하고, 장사하고 그렇게 생활을 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너무 어려우니까 나중엔 온갖 대출에 빚에 일수까지, 몇 천만 원의 빚을 진 신세더라.

그 당시가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청년 창업 강조하면서 '청년들의 실패는 자산이다'라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그걸 보면서 청년 실패는 '자살'일 수밖에 없는 이 사회를 만들어 놓고 어떻게 그런 얘기를 뻔뻔하게 하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은 박근혜 정부이지만, 그런 현실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주일만 해도 여섯 명의 청년이 자살하는 거 아닌가.

요즘 청년들의 요구사항을 조사하고 있다. 어제 한 청년이 와서 요구사항을 써주고 갔는데, 자기 친구가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라면 하나를 삼등분해서 하루 세끼를 해결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얘길 듣는 데 정말 안타까웠다. 김무성 대표가 타운홀미팅에 와서 그런 얘기 했다. 간식으로 라면에 파를 넣어 먹으면 맛있다고. 누구에게는 간식일지 모르겠지만, 누구에게는 그 라면 하나가 하루 세끼를 해결해야 하는 그런 현실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조사를 하고 있는가.
"김무성 대표가 방문한 다음, 워낙 현실을 모르니까 청년들은 이런 것을 원한다는 내용으로 '청년들의 10대 요구사항'을 뽑아서 서명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청년들이 이런 게 바뀌어야 한다는 설문도 받고, 두 가지를 같이 하고 있다."

- 끊임없이 청년 문제를 이야기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2년에 '더나은'을 비롯한 서울의 청년단체들이 1인 가구 청년들을 대상으로 연구조사를 했다. 노인복지, 여성복지, 아동복지 이런 말들은 있지만, '청년복지'란 말은 없다. 청년들도 사실은 상당히 어렵다. 대학 다닐 때는 등록금 때문에 빚쟁이가 되어야 하고, 졸업을 하고 나면 청년 실업에 시달려야하고, 취직해도 비정규직 혹은 청년 인턴이다. 고용불안, 저임금에 시달리는. 이런 현실 속에서 청년들의 삶이 결코 좋을 수가 없다. 그런데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전혀 없기 때문에 활동을 하는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두 가지를 하고 있다. 먼저 청년들의 10대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1만인 서명을 받는 것이 있다. 그리고 4월 29일이 재보궐 선거다. 청년들이 적어준 이야기들, '이런 게 바뀌어야 한다'라는 요구들을 모아서 그 멘트 그대로 출마한 모든 후보에게 전달하고 이런 것을 실현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서명과 요구사항 들고 갈 테니 잘 들어 달라"

- 김무성 대표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무성 대표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먼저 청년들이 현실 너무나 어렵고 힘들다, 죽을 것 같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방해세력이다'라며 비난하고 매도하지 마시고, 정말 청년들이 무엇이 어려운지 관심을 가지고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그런 걸 잘 못 하시는 것 같아서 서명이랑 요구사항 받고 있고, 들고 찾아 갈 테니 그때는 정말 잘 들어 달라.

두 번째로 25일 한양대에서 김무성 대표가 우리나라가 종북세력 때문에 어려워지고 있다는 식의 말을 했는데, 저는 종북세력 때문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때 친일파 청산이 안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때 친일파 청산만 됐다면 소득분배나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됐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김무성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25일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린 글 마지막 부분에서 '청년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라고 했다. 청년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다른 나라 정부가 아닌 이상 반값등록금, 청년 일자리 정책, 20만 호 주택 공급 등과 같이 약속한 청년 정책들을 잘 실현해야 한다. 한편으론 청년들도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바꿔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그:#임선재, #김무성, #청춘무대, #고시촌, #대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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