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3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새 왕조의 자리를 굳혔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한새는 27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4차전에서 KB스타즈를 64-55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1차전부터 4차전까지 매 경기 38분 이상 소화한 박혜진은 정규리그에 이어 챔프전 MVP까지 휩쓸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 우승의 진정한 주역은 4년 연속 꼴찌였던 우리은행을 최강의 팀으로 도약시킨 위성우 감독이다.

무명 선수에서 '레알 신한' 통합 6연패의 숨은 주역으로

위성우 감독은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등 소위 '빅3'가 농구의 인기를 주도하던 시절, 대학농구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단국대를 나왔다. 3개 팀을 오가며 6년 동안 프로생활을 했지만 평균 3.4득점 0.9리바운드 0.6어시스트라는 통산성적이 말해주듯 '스타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2003-2004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위성우 감독은 울산 모비스와의 재계약에 실패하고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34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유니폼을 벗었지만 무명 선수의 은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2005년, 위성우 감독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2003년 출산을 위해 잠시 코트를 떠나 있던 전주원이 코트 복귀를 선언하면서 비어있던 신한은행의 코치로 부임한 것이다. 위성우 감독과 여자프로농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신한은행은 2007년 겨울리그를 앞두고 정선민과 하은주를 차례로 영입하며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고 6연속 통합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세웠다. 위성우 감독은 임달식 전감독을 보좌하며 음지에서 조용히 선수들을 이끌었다.

위성우 감독은 2011-2012 시즌이 끝난 후 우리은행으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았다. 당시 우리은행은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여자프로농구의 최약체였다. 특히 2011-2012 시즌의 승률(.175)은 2할이 채 되지 않았다.

아무리 감독직이 지도자로서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라 해도 최강팀의 코치에서 최약체의 감독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은 안정보다 '도전'을 선택했고 2012년 4월 우리은행의 6대 감독에 선임됐다.

'지옥훈련' 통해 '꼴찌' 우리은행을 정상으로 이끈 위성우 감독

당시 우리은행은 수 년간 최하위에 머물면서 박혜진, 이승아 등 뛰어난 유망주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이 우리은행에 부임한 이후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한 부분은 기술이 아닌 체력이었다.

코트에서 지치지 않고 뛸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진 위성우 감독은 특유의 지옥훈련을 통해 체력훈련에 매진했다. 김은경, 김은혜(이상 은퇴), 임영희 등 고참 선수들도 예외가 될 순 없었다.

선수들은 힘든 시간을 견뎌왔지만 지옥훈련에 대한 열매는 달콤했다. 우리은행은 2012-2013 시즌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며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많은 훈련량을 통해 얻은 강인한 체력은 우리은행이 자랑하는 압박수비의 밑거름이 됐다.

우리은행은 2013-2014 시즌에도 통합 2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지도자 스승인 임달식 감독의 신한은행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청출어람'의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위성우 감독은 한국 여자농구를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끌었다. 대표팀 내에서도 위성우 감독의 훈련량은 변함이 없었고 대표 선수들은 금메달이 확정된 후 우리은행의 '감독 구타 뒤풀이'를 재연하기도 했다.

위성우 감독은 이번 시즌에도 우리은행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시즌 막판까지 긴장을 풀지 않도록 선수들을 다그쳤다. 그 결과 최근 3년 중 가장 압도적인 성적으로 통합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과거 신한은행이 FA였던 정선민과 하은주를 동시에 영입하며 호화군단을 만들었다면 우리은행은 승률이 2할도 채 되지 않은 팀을 강호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남다르다. 위성우 감독의 지도력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이제 우리은행의 우승비결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음 시즌엔 '타도 우리은행'을 외치며 절치부심한 상대팀들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과 위성우 감독 역시 힘들게 쌓은 아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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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우리은행 한새 위성우 감독 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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