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로 '군데렐라' 이정협(상무)을 앞세우고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재성(전북)을 좌우 측면 공격수로 배치했다. 이재성은 A매치 데뷔 경기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2선 공격을 맡은 섀도 스트라이커는 '캡틴' 구자철(마인츠)이 나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김보경(위건)과 한국영(카타르SC)이 새롭게 짝을 이뤘다. 그동안 주전으로 나섰던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박주호(마인츠)는 휴식 차원에서 벤치에서 대기하며 동료에게 기회를 넘겨줬다.

수비는 윤석영(QPR), 곽태휘(알 힐랄), 김기희(전북), 정동호(울산)로 이어지는 포백라인을 내세웠고 골키퍼 장갑은 아시안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김진현(세레소)이 아닌 김승규(울산)가 차지했다.

구자철의 선제골,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의 반격

우즈베키스탄과의 맞대결에서 지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준결승 0-1 패배 이후 한 번도 패하지 않고 21년째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은 이날도 자신감있게 경기를 주도했다.

특히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구자철은 슈틸리케 감독 앞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려는 듯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면서 경기 흐름을 빠르게 주도했다.

한국은 중원에서 김보경과 한국영이 안정적으로 공을 돌리며 점유율을 높이다가 구자철이 공을 잡으면 과감히 드리블이나 측면 패스로 돌파를 시도하며 우즈베키스탄 수비를 두드렸다.

구자철의 '공격 본능'은 경기 시작 14분 만에 빛을 발했다. 왼쪽 측면에서 얻은 코너킥을 손흥민이 차올리자 구자철이 헤딩으로 연결, 우즈베키스탄의 골망을 흔들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구자철의 골로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더욱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전반 24분 수비수 윤석영이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해 크로스를 올리자 구자철이 재차 헤딩을 시도했지만 아깝게 골대를 빗나가고 말았다.

하지만 슈틸리케호에 악재가 찾아왔다.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이 상대 선수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충돌해 출혈 부상을 당했고,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을 투입하며 예상치 못한 교체 카드를 써야 했다.

한국의 전열이 잠시 흐트러진 틈을 타 우즈베키스탄은 후반 32분 송곳 같은 침투 패스로 한국 수비진을 단숨에 무너뜨린 뒤 조하르 쿠지보에프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1-1을 만들었다.

동점골로 자신감을 얻은 우즈베키스탄은 날카로운 역습으로 골 찬스를 만들었고, 한국은 문전에서 수비진의 어설픈 공 처리로 위기를 자초하며 오히려 주도권은 우즈베키스탄으로 넘어갔다.

끝내 무승부... 아쉬운 21년 연속 '무패 행진'

후반전에도 우즈베키스탄의 역습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상대의 예상치 못한 역습에 한국은 반칙으로 흐름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중원에서 압박할 틈도 없어 경기는 어렵게 진행됐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사르도로 라시도프는 매끄러운 드리블과 패스로 공격을 이끌며 한국 수비진을 위협했다. K리그 무대를 누비고 있는 세르베르 제파로프의 경기 운영도 수준급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부진한 골 결정력을 드러내며 공격진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주도권을 빼앗기자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15분 만에 손흥민을 빼고 남태희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은 측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의 강행군과 장거리 비행 탓인지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 유기적인 플레이가 잘 나오지 않았다. 공을 줄 곳이 없어 당황하다가 상대에게 빼앗겨 역습을 허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윤석영을 빼고 박주호를 투입하며 체력 안배에 신경을 썼다. 그러나 반격의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고, 경기 종료가 다가올수록 다급한 나머지 패스 실수나 오프사이드를 남발하기도 했다.

결국 기대했던 한국의 결승골은 터지지 않았고,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10년 만에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에서 승리를 선물하고 싶었던 슈틸리케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은 아쉬움을 접어두고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뉴질랜드와 맞붙는다. 이 경기에서 차두리가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은퇴 경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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