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결과 자체도 숙제며 그 이후에도 만만치 않은 숙제가 한국 축구대표팀에게 던져졌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고민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은 그야말로 월드컵 본선을 노리는 아시아 축구 강팀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복병이기 때문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7일 오후 8시 퍼플 아레나(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특별한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1-1로 비기고 말았다.

구자철 세트 피스 선취골

이제는 떠나보내야 할 차두리의 빈 자리가 가장 눈에 띄었다. 2015 K리그 클래식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울산의 정동호가 그 자리에 나섰지만 전반전을 소화하지도 못하고 부상을 당해 42분에 김창수가 들어와야 했다.

경기 시작 후 14분만에 손흥민의 왼쪽 코너킥을 구자철이 빠져들어가며 머리로 돌려넣어 1-0으로 앞서나간 한국은 전반전 분위기를 주도하는 듯 보였지만 정동호의 부상 이전에 골잡이 이정협까지 다쳐서 물러난 것이 악재였다.

어쩔 수 없이 기성용을 이정협 대신 들여보내며 구자철을 공격수로 기용하는 고육책을 썼지만 거칠게 밀어내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비라인을 제대로 벗겨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한국의 오른쪽 측면이 무너지며 허무한 동점골을 쿠즈보에프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 흐름은 후반전이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답답함이 더 심해졌다는 느낌을 결코 지우지 못했다.

숙제 받아든 후반전

후반전에 임한 한국 선수들은 54분에 한국영이 우즈베키스탄 페널티지역 반원 안에서 직접 프리킥을 얻어냈다. 그리고는 6명의 핵심 필드 플레이어들이 모여 키커를 정하기 위해 구수회의를 열었다. 결론은 손흥민의 오른발이었다. 하지만 그의 발등을 떠난 공은 골문 오른쪽 모서리 위로 날아가고 말았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의 후반전 공격은 여기서 멈춘 듯 보였다. 남태희, 박주호, 한교원이 교체 선수로 등장했지만 왼쪽 풀백 역할을 이어받은 박주호만이 돋보였다. 85분에 박주호의 왼발 띄워주기를 받은 남태희가 우즈베키스탄 골문 바로 앞에서 가슴 트래핑 동작에 이어 슛을 노렸지만 곧바로 공을 빼앗기고 말았다.

실질적인 후반전 유효 슛은 우즈베키스탄의 투르수노프가 68분에 기록한 중거리슛 뿐이었다. 골키퍼 김승규가 왼쪽으로 날아올라 아찔하게 쳐낸 덕분에 역전패의 수모를 면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그랬고 다가올 월드컵 예선에서도 그렇고 우즈베키스탄과는 또 만나야 한다. 그런데 오늘은 아시안컵 8강 연장전에서 그들을 물리쳤던 것 이상의 경기력이 보이지 않았다. 핵심 선수들이 예상 밖으로 일찍 부상당하는 불운이 겹쳤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어수선한 느낌만 남았다.

적어도 아시아권에서 한국은 다른 팀들이 월드컵 본선에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 중에 하나다. 우즈베키스탄의 미르잘랄 카시모프 감독이 그 산을 넘기 위해 제대로 준비해서 찾아왔다. 아시안컵부터 그 가능성을 입증했던 라시도프의 왼발이 더 날카로워졌다.

어쩌면 그들이 손흥민을 막아야 할 숙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봐야 한다. 이제는 우리 수비수들이 라시도프를 막아야 할 숙제를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거친 압박을 벗겨내고 우리가 원하는 공격 작업을 펼칠 수 있는 더 큰 숙제를 받아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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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27일 오후 8시, 퍼플 아레나)

★ 한국 1-1 우즈베키스탄 [득점 : 구자철(14분,도움-손흥민) / 쿠즈보에프(30분)]

◎ 한국 선수들
FW : 이정협(32분↔기성용)
AMF : 손흥민(61분↔남태희), 구자철, 이재성(86분↔한교원)
DMF : 김보경, 한국영
DF : 윤석영(72분↔박주호), 김기희, 곽태휘, 정동호(42분↔김창수)
GK : 김승규
축구 울리 슈틸리케 라시도프 우즈베키스탄 차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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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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