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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남북관계가 파탄난 상황에서 대북전단 문제와 개성공단 임금문제에 이어 또 다시 악재가 등장했다.

북한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탐·모략 행위를 목적으로 침입한 '괴뢰 정보원 간첩' 김국기와 최춘길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는 이날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을 "미국과 괴뢰정보기관의 배후 조종과 지령 밑에 가장 비열하고 음모적인 암살 수법으로 최고수뇌부를 어째보려고 날뛴 극악한 테러분자들"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김씨와 최씨가 주로 조선족, 화교, 북한 사사여행자(보따리상) 등과 접촉해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몇 푼의 돈 때문에 간첩질을 하고 있는 외국 국적자들에게도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는 것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새누리당 재집권 위해 간첩사건 조작 지령"

북한 당국은 26일 남한 주민 2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반공화국 정탐·모략행위를 감행하다가 적발체포된 괴뢰정보원 간첩 김국기, 최춘길 씨의 국내외 기자회견이 26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렸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국기 씨로 알려진 남성이 기자회견하는 모습.
 북한 당국은 26일 남한 주민 2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반공화국 정탐·모략행위를 감행하다가 적발체포된 괴뢰정보원 간첩 김국기, 최춘길 씨의 국내외 기자회견이 26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렸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국기 씨로 알려진 남성이 기자회견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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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은 중국에서 남한의 국가정보원(국정원) 요원에게 매수돼 북한 정보를 모아 제공하고 북한 체제를 비방하는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김국기씨는 중국 단둥을 근거지로 2009∼201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가능성과 관련해 이동 경로와 열차 시간 등을 수집해 국정원에 보고했으며, 위조화폐를 만들어 유통시켰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수천 매의 북한 화폐를 위조해 중국 선양에 있는 짐 보관함을 통해 다른 첩자에게 넘겨주는 방법으로 수차례 북한 내에 투입했다"면서 "지금도 국정원은 일정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로 공화국의 화폐를 위조하는 단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는 "(북에) 위조화폐국의 모자를 씌워 국제적 고립과 봉쇄를 성사시켜보려는 미제와 괴뢰역적패당의 반공화국모략책동"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이와 함께 "북최고지도부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만화책과 오락CD, SD카드, 북에서 반정부적 소요가 일어나고 있는 듯이 날조한 삐라, 인권이 없는 나라는 전세계에 공화국뿐이라는 탈북자들의 증언 등이 들어있는 동영상을 비롯하여 수십 가지 모략 선전물을 만들어 유포시켰다"면서 '단둥지역에 국정원의 반공화국 정탐·모략 거점'이라는 30여 개의 식당과 상점을 열거하기도 했다.

최춘길씨도 "국정원으로부터 (북한) 최고지도부의 움직임과 관련한 정보 수집에 총력을 집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남한 공수부대와 특공부대가 북한에 침투할 때 사용할 북한 군복을 구해 국정원에 넘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 요원이 자신에게 "대선이 임박했는데 새누리당이 재집권하려면 충격적인 '대북사건'을 일으켜야 한다고 하면서 '최명학 간첩사건'이라는 것을 조작하는 데 필요한 증거들을 시급히 만들어 보내라는 지령을 주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보위부는 최씨가 지난해 12월30일 북한경내에 불법 침입했다가 북국경경비대에 단속 체포됐다고 밝혔으나, 김씨의 체포 경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정욱 선교사 이어 3명째... 통일부 "우리 국민 조속히 석방해야"

정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27일 오전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내 "북한이 우리 정부에 어떤 사전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우리 국민 김국기씨와 최춘길씨를 억류하고 이들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이런 조치는 국제관례는 물론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인도주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북한이 우리 국민 김국기씨와 최춘길씨를 조속히 석방하고 우리 측으로 지체없이 송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또 우리 국민들이 송환되기 전까지 국제규범 및 관례에 따라 신변안전 및 편의를 보장하고 그 가족과 우리측 변호인이 접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씨와 최씨의 간첩활동에 대한 북한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발표 중 어디까지가 거짓이냐"는 질문에는, 두 사람이 한국 국적자라는 것은 확인하면서도 "전반적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 측으로 이 분들이 송환된 후에 확인해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어떤 경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우리 정부가 이들의 체포를 언제 확인했으며, 오늘 송환 요구 이전에 물밑 접촉 등 송환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체포를 확인한 시점을 공개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오늘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기 전에 구체적인 송환노력을 기울인 것은 없고, 성명을 발표하는 것이 구체적인 송환 노력의 첫걸음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10월부터 북한에 억류돼있는 김정욱 선교사 석방 문제도 전혀 실마리를 잡지 못한 가운데, 또 다시 이러한 사건이 터지면서 정부로서는 매우 답답한 상황이 됐다. 이들 세 명의 석방을 위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임 대변인은 "남북관계 차원은 물론, 외교채널이나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원칙적인 답변을 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이들에 대한 석방과 송환을 요구하는 통일부 명의 대북 통지문을 통일전선부 앞으로 보냈으나 북한은 통지문을 수령하지 않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번 상황에 대해 "현 정부가 미국처럼 전직 대통령까지 보내서 억류자를 데려오는 성향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남북대화를 끌어내는 지렛대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남북 간에 의미있는 대화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태그:#북한 보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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