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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대전시의원
 김경훈 대전시의원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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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때 군경에 의해 집단 학살당한 대전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사업 지원을 위한 조례가 상임위를 통과했다.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윤기식 의원)는 27일 오전 10시 회의에서 김경훈 의원 등 7명(김동섭·김경시· 전문학·조원휘·정기현·최선희)의 시의원이 공동 발의한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위령사업 등 지원조례안'을 심의 가결했다. 지금까지 광역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경기도와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등 3곳이다. 

조례안은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자료 발굴 및 수집 △ 간행물 발간 △평화인권을 위한 교육사업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나서 희생자 추모해야"

김 의원은 이날 조례안 발의 배경에 대해 "국가기관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이미 국가의 잘못으로 인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으로 결론내린 지 오래"라며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위령사업을 지원해 국민화합과 인권회복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집행부서인 자치행정국에게도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유가족의 한을 어루만지는 일은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리는 일은 당연한 책무"라며 "조례가 제정되면 관련 사업계획과 필요예산을 세우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윤기식 위원장도 "국가가 저지른 잘못이지만 대전시가 나서 상처를 보듬고 알려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직후 유가족들에게 "조만간 골령골 현장을 직접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우연 자치행정국장과 김추자 자치행정과장은 각각 "조례가 제정되면 가능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 조례안은 내달 2일 본회의에서 최종 심의될 예정이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재소자 등 최대 7000명이 학살됐다. 당시 희생자들은 충남지구 CIC,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됐다. 하지만 유해가 묻혀 있는 땅에 농사를 짓거나 공사가 진행돼 대부분의 유해가 훼손되고 있다.

다음은 이날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일 오후 대전 산내유가족들이 유해를 수습하기 전 추모제를 지내고 이다. 앞쪽에 보이는 것이 희생자의 유해다.
 1일 오후 대전 산내유가족들이 유해를 수습하기 전 추모제를 지내고 이다. 앞쪽에 보이는 것이 희생자의 유해다.
ⓒ 모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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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시의원 "아무렇게나 묻혀있는 유해 보며 참담했다"

- 발의한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등 지원조례안이 27일 상임위를 통과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이유는?
"대전 골령골 희생자들은 7000여 명으로 한국전쟁 직후 단일지역 최대 희생자를 낸 사건이다. 국가기관인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는 오랜 조사를 통해 대전 골령골 희생사건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또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위령사업을 지원하고 평화인권 교육을 강화해 재발방지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손을 놓고 있다. 늦게나마 조례를 제정해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인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 조례제정은 어떤 의미가 있나?
"대전시 등 지방정부가 나설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또 시민화합과 인권신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광역 지방자치단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 얼마 전에는 시민단체가 나서 벌인 골령골 유해발굴 현장을 방문했다. 당시 현장을 본 소감은?
"유해가 아무렇게나 묻혀있는 현장을 보고 참담했다. 늦었지만 영혼을 달래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가 더 이상의 유해훼손 방지를 위한 현장보존과 유해수습, 유해안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관련 후속법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정부에 관련법 제정을 촉구한다. 그렇다고 정부 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손 놓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 조례안에 명시한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자료조사 및 간행물 발간사업, 평화인권을 위한 교육사업 등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시급히 해야 할 몫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전시의회 윤기식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이 산내희생자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방문을 약속하고 있다.
 대전시의회 윤기식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이 산내희생자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방문을 약속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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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제정 등 중앙정부에 촉구할 것"

- 예산확보 방안은?
"예산이 부족해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위령사업과 같은 필요한 예산은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 예산확보에 주력하겠다. 대전시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전국광역의회 운영위원회에서도 민간인희생자들을 위한 관련 법안 마련 등을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 당장 올해 사업 예산이 거의 마련되지 않았다. 올 추경예산에 반영이 가능한가?
"적극 검토해 반영되도록 집행부와 논의하겠다. 다른 부분에서 아껴서라도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

- 오늘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 회의 때 집행부를 향해 조례가 제정되지 않더라도 '제주 4.3특별법'에 의거해 기본적인 행정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떤 의미인가?
"지난 2001년 대전 동구청은 건축허가한 골령골 땅에서 유해가 나오자 제주 4.3특별법에 의거해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건축주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3년 대법원은 대전 동구청 손을 들어줬다. 대전 골령골에는 수백여 명의 제주 4.3 관계자가 매장돼 있어 4.3 특별법에 근거한 현장보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4.3특별법에는 집단학살 암매장지 조사와 유해 발굴 등을 4.3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대전시가 그동안 의지가 있었다면 조례제정과 상관 없이 4.3특별법에 의거, 현장보존조치 등 행정지원업무를 할 수 있었다고 본다."

-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중장기적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본이 중요시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도, 정치권도 기본정책이 돼야 할 민간인 희생자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국회가 관련 후속조치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대전시에서도 조례에 근거해 가능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태그:#대전시의회, #김경훈, #행정자치위원회, #민간인휘생자지원조례, #추경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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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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