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포스터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포스터 ⓒ 영화사 화수분

갱스터 무비의 걸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 이하 <원스 어폰…>)가 개봉 31년 만에 오는 4월, '감독 확장판'으로 공개된다.

이 작품은 영화 마니아 사이에선 유명한 걸작 중 하나지만 당초 4시간 이상으로 제작된 탓에 흥행을 염두에 둔 제작사 측의 무자비한 편집으로 인해 2시간 짜리로 둔갑하기도 하는 등 온갖 수모를 겪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영화로도 유명하다.

<원스 어폰…>은 비록 개봉 당시엔 흥행에선 대참패했지만 작품의 진가를 잘 알고 있던 비평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후일 다양한 판본으로 개봉되는 등 뒤늦게나마 재평가가 이뤄져 왔다.

특히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만든 사운드트랙(OST) 음반은 영화 이상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지난 세월 동안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존재감을 드러내 온 <원스 어폰…>의 다양한 뒷 이야기를 살펴보자.

◆ 레오네 감독이 <대부>를 연출했더라면?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감독 세르지오 레오네(1929~1989)는 1960년대, 소위 '마카로니 웨스턴'(이탈리아에서 제작한 미국 서부 영화)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당시 무명이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액션 스타로 키워낸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를 비롯해  테렌스 힐 주연의 <무숙자> 등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오락성 강한 서부 영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그의 이름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다.

이들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들이 1970년대 이후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레오네 역시 슬럼프를 겪게 된다. 이 무렵 그는 마리오 푸조 원작의 <대부> 연출을 제안받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레오네 감독은 원작이 마피아를 미화한다는 생각을 한 데다 이미 자신만의 갱스터 무비를 구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거절한다. 

후일 <대부>를 본 그는 이 결정을 후회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 불가. 그리고 알려진 대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는 흥행과 비평 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면서 역사적인 걸작이 되었다.

그런데 그가 다른 영화 연출마저 사양한 채 올인하던 <원스 어폰…>의 제작은 생각만큼 쉽게 진행되지 않았고 나중엔 할리우드 작가조합 파업(1981년)까지 겹치는 우여곡절 끝에 1982년이 되서야 첫 촬영에 돌입할 수 있었다.

 최근 공개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삭제장면

최근 공개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삭제장면 ⓒ 영화사 화수분



◆ 만약 그들이 <원스 어폰…>에 출연했다면?


당초 이 영화 출연 제안을 받거나 오디션을 봤던 주요 배우들은 다음과 같다.

누들스 (로버트 드 니로 분) : 리처드 드레이퓨스, 톰 베린저, 폴 뉴먼 등
맥스 (제임스 우즈 분) : 제자르 드 파르디유, 장 가방, 더스틴 호프먼, 존 보이트, 존 말코비치 등
데보라 (엘리자베스 맥거번 분/아역 제니퍼 코넬리) 아역: 브룩 실즈

이러한 계획이 현실이 되었다면 프랑스 국민 배우 제라르 드 파르디유의 할리우드 진출은 수년 이상 앞당겨 졌을 것이고 (그는 이후 1990년 <그린 카드>로 뒤늦게 할리우드에 입성한다-기자 주) 1987년 <플래툰>의 톰 베린저 역시 좀 더 일찍 영화팬들의 주목을 이끌어 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블루 라군> 브룩 실즈는 오히려 청순미의 아이콘이 되지 않았을는지….

하지만 로버트 드 니로, 제임스 우즈의 캐스팅은 결과적으론 최상의 선택이 되었다.  특히 깜찍한 외모로 발레리나의 동작을 뽐내던 제니퍼 코넬리는 지금도 <원스 어폰…>을 이야기할때 빠짐없에 언급되는 명장면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다.

 최근 공개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삭제장면

최근 공개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삭제장면 ⓒ 영화사 화수분


◆ 제작사의 무자비한 편집...애당초 2부작으로 제작했더라면?

1983년 봄이 되서야 마무리된 <원스 어폰…>의 가편집 분량은 10여시간 이상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레오네 감독의 구상은 이를 추려내 3-4시간 분량의 2부작 영화로 개봉하는 것이었지만, 제작사는 이에 반대했다.

결국 미국에선 139분짜리 편집판이 극장에 걸리게 된다. 이것은 후일 다양한 버전의 <원스 어폰…>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비극의 시작이 되고 말았다.

2시간 남짓한 시간 만으로는 애초 감독이 의도했던 방대한 시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건 무리였다. 때문에 극장을 찾은 관객 역시 제대로 영화를 이해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칸에서의 찬사와 달리, 미국 비평가들의 혹평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후일 제작된 다큐멘터리 <원스 어폰 어 타임: 세르지오 레오네>의 인터뷰에 참여한 제임스 우즈(맥스 역), 시나리오 작가 스튜워트 카민스키 등은 "레오네 버전이야 말로 최고! 영화사 측의 버전이 최악"이라고 입을 모아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당시 3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고작 500만 달러 밖에 벌지 못하며 흥행에서 대참패한다. 이로 인해 공동 제작사들은 속속 파산 위기에 몰리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편 이 영화 제작을 전후해 레오네 감독은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를 치료하는 방법은 심장 수술 밖에 없었는데 그는 이를 포기하고 연출에만 전념했다. 자신이 수술을 받게되면 영화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과적으로 <원스 어폰…>은 목숨과도 맞바꾼 그의 마지막 연출작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출시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확장판 DVD

지난해 출시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확장판 DVD ⓒ 워너브러더스엔터테인먼트

◆ 다양한 판본 등장...영화팬은 '혼란'

할리우드에선 종종 제작사와 감독 간의 갈등으로 인해 엉뚱한 방향으로 최종 편집된 후 개봉되는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쳤던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 2> (1980년).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1982년) 같은 영화들은 결국 후일 '감독판'이라는 이름으로 감독이 당초 의도했던 편집본이 극장에서 개봉되거나 DVD로 출시되며 뒤늦게 재평가받기도 했다.

<원스 어폰…>도 후일 스페셜 에디션 등 다양한 형태의 버전이 공개되면서 비슷한 길을 걷게 되는데 그동안 선보인 이 작품의 주요 판본은 아래와 같다.

- 139분 미국 첫 개봉판 (1984년) : 지나치게 긴 상영 시간 때문에 제작사가 편집한 버전. 처음 한국에서도 이 판본이 극장에 상영됐지만, 폭력 장면에 대한 검열로 인해 추가 삭제가 진행되고 말았다. 군사정권 덕분에 이 당시 국내 관객들은 세계에서 가장 짧은, 달랑 100분짜리 <원스 어폰…>을 관람한 셈이다.

- 229분 칸 영화제 개봉판 (1984년) : 1984년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대된 <원스 어폰…>은 당초 269분짜리로 준비되었지만 레오네 감독에 의해 편집이 이뤄진 229분 짜리가 결국 첫 선을 보이게 되었다. 이 판본이 그해 주요 유럽 국가에서 개봉되었다.

- 180분 미국 케이블 TV 방영 버전 (1990년대) : 1990년대 국내 공중파 TV에서 방영된 판본이 이 버전을 추가 편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 246분 칸 영화제 복원판 (2012년) : 레오네 감독의 후손들이 영화의 이탈리아 판권을 회수한 후 명품 브랜드 구찌, 영화 감독 마틴 스콜세지 등의 도움으로 당초 제작 당시 레오네의 의도에 비교적 부합되는 버전을 2012년 칸 영화제에서 선보이게 된다.

이를 기념해 주연 배우 로버트 드니로, 엘리자베스 맥거번이 칸을 찾기도 했다. 지난해 출시된 확장판 DVD, 블루레이 디스크 역시 이 판본을 토대로 제작되었다.

- 251분 감독 확장판 (2015년) : 2012년 칸 영화제에서 상영된 버전보다 5분이 추가되었고 4K UHD 마스터링을 거쳐 4월 9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사운드트랙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사운드트랙 ⓒ Restless Records


◆ 엔리오 모리코네의 걸작 OST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코네의 대표작은 워낙 많지만 <원스 어폰…>을 빼놓고 이야기 하는 건 그에 대한 결례일 것이다. 과거 1960-70년대 서부영화에선 휘파람 소리로 묘한 울림을 줬다면 이 작품에선 게오르규 장피르가 연주한 팬플룻이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양하게 변주되는 '데보라 테마', '차일드후드 메모리', '아마폴라' 등의 삽입곡들은 그 무렵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엔 미공개 보너스 트랙을 삽입한 스페셜 에디션 CD가 발매되기도 했는데 2015년 현재 국내에선 절판된 상태다. 따라서 라이센스 음반 구매, 음원 사이트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가 아쉽게도 불가능하다.

흠잡을 것 없는 OST지만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극중 명 장면으로 꼽히는 누들스의 뉴욕 기차역 씬에서 사용된 비틀즈 원곡 '예스터데이'의 변주곡,  조지 거쉰의 '섬머타임', 콜 포터의 '나잇 앤 데이' 등의 트랙은 LP, CD엔 담겨 있지 않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엔리오 모리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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