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무적 함대와 두려움 없는 막내가 정상의 고지에서 만났다.

신치용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 블루팡스와 김세진 감독이 지휘하는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는 오는 28일부터 5전 3선승제로 열리는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격돌할 예정이다.

사제지간이었던 두 감독의 '지략 대결', 레이오나르 레이바 마르티네스와 로버트 랜디 시몬의 '괴물 대결' 등 이번 챔피언 결정전은 배구팬을 들뜨게 할 흥미로운 요소들이 대거 포진됐다. 하지만 시리즈의 향방은 의외로 최귀엽과 강영준의 '조커 대결'에서 갈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최귀엽] 전역 신고식 챔프전서 하는 행운의 사나이

청소년 대표 출신의 최귀엽은 인하대 시절 김요한, 유광우와 함께 2006년 전국 대회 5관왕, 2007년 전국 대회 4관왕을 휩쓸었다. 최귀엽은 단순히 '선배 잘 둬서' 화려한 업적을 쌓은 것이 아니라 주전 라이트로 활약한 인하대의 당당한 2옵션이었다.

최귀엽은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신생팀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의 창단 멤버가 됐다. 하지만 최귀엽은 프로 입단 후 어깨, 발목 등에 차례로 부상을 당했고 그 사이 팀에 강영준(OK저축은행), 최홍석 같은 쟁쟁한 후배들이 들어오며 입지가 좁아지고 말았다.

그렇게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최귀엽은 2012년 10월 삼성화재로 트레이드되며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최귀엽은 2012-2013 시즌 석진욱(OK저축은행 수석코치)의 백업으로 활약하며 56.3%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챔프전에서는 수비가 뛰어난 석진욱에게 밀려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최귀엽은 2012-2013 시즌이 끝난 후 상무에 입대했고 삼성화재도 류윤식, 고준용 등이 레프트 한 자리를 지키며 최귀엽의 빈자리를 메웠다. 그리고 지난 두 시즌 동안 자리를 비웠던 최귀엽은 지난 16일 군생활을 마치고 전격 복귀했다. 최귀엽은 말년 휴가 때부터 팀 훈련에 참가하며 착실히 복귀를 준비했다.

신치용 감독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최귀엽을 라이트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라이트는 인하대 시절 최귀엽이 가장 자신 있게 소화하던 포지션이다. 게다가 대학 선배인 유광우 세터의 토스에도 충분히 익숙해져 있다.

최귀엽의 복귀로 삼성화재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의외로 크다. 라이트를 병행했던 고준용이 류윤식과 함께 레프트에 전념할 수 있고, 황동일도 다시 백업 세터로 돌아간다. 물론 최귀엽이 입대 전의 공격력을 뽐낸다면 레오의 부담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무엇보다 팀에 복귀하자마자 챔피언 반지를 추가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귀엽에게도 엄청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군 전역 신고식을 챔피언 결정전에서 하는 행운의 사나이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강영준] 플레이오프에서 증명된 '캡틴' 강영준

경기대 출신의 거포 강영준은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캐피탈에 입단했다. 당시 우리캐피탈은 안준찬(상무), 최귀엽의 부상으로 레프트 자리에 약점이 있었고 강영준은 입단 첫해부터 주전 한 자리를 꿰찼다.

강영준은 입단 첫해부터 우리캐피탈의 주 공격수로 활약하며 득점(444점)과 공격성공률(46.14%) 부문에서 각각 5위에 올랐다. 비록 신인왕은 팀 동료 신영석에게 내줬지만, 강영준의 활약은 대형 신인의 등장을 알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2013년 3월 제7구단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가 창단되면서 강영준은 신생팀 특별지명을 통해 러시앤캐시로 이적했다. 사실 주전 확보가 용이한 신생팀으로의 이적은 강영준에게도 썩 나쁠 것 없어 보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러시앤캐시가 신인드래프트에서 레프트 요원 송명근과 송희채를 차례로 영입한 것이다. 젊은 팀 컬러를 원하는 러시앤캐시 입장에서는 굳이 젊고 유능한 선수들을 놔두고 20대 후반의 강영준을 중용할 이유가 없었다.

강영준은 창단 첫 주장 김홍정이 군에 입대하면서 이번 시즌부터 OK저축은행의 새 주장이 됐다. 그리고 '조커'로서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였다. 정규리그에서 때로는 시몬, 때로는 송명근의 백업으로 활약한 강영준은 플레이오프에서 드디어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1, 2차전 모두 교체 선수로 투입돼 12번의 공격을 시도한 강영준은 66.7%의 순도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8득점을 올렸다. 특히 지난 23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패색이 짙던 3쿼터 중반에 투입돼 경기 분위기를 OK저축은행 쪽으로 돌리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강영준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시몬이나 송명근의 컨디션이 저하되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 주로 코트를 밟을 것이다. 하지만 강영준은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커' 강영준의 활약이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이어진다면 OK저축은행의 반란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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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최귀엽 강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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