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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90% 이상의 크루(시급제 매장 직원)가 7천원~9천원 이상의 시급과 다양한 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맥도날드가 24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 맥도날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90% 이상의 크루(시급제 매장 직원)가 7천원~9천원 이상의 시급과 다양한 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맥도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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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한국맥도날드는 '알바노조 시위에 대한 맥도날드 보도자료 및 설명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내용은 크게 여섯 가지였습니다.

- 90% 이상의 크루(시급제 매장 직원)가 7천 원~9천 원 이상의 시급과 다양한 복지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 크루 90%가 학생, 주부로 유연한 근무제 때문에 맥도날드 근무를 선호합니다.
- 많은 전, 현직 크루들은 맥도날드에 대해 '꿀알바', '착한알바'라고 말합니다.
- 학력, 성별, 나이에 차별 없이 성실하게 성과를 내면 누구나 승진과 성장의 기회를 얻습니다.
- 매장 근무 시간은 크루와의 상호 협의에 의해 정하며, 소위 '꺾기'는 엄중히 금하고 있습니다.
- 한 전직 크루의 부당해고 주장은 사실 무근으로, 지방노동위원회도 회사가 정당하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알바노조는 이 보도자료를 보고 황당했습니다. 정말 이대로 맥도날드가 운영이 된다면 알바노조가 점거시위를 하고, 기자회견을 했을까요? 이 글은 맥도날드가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시급 7천~9천 원과 크루들이 선호한다는 유연근로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입니다.

맥도날드 시급, 7천 원~9천 원이라고요?

"기본시급5680원. 수당포함 실제 받는 시급 대략 8850원."라고 쓰여진 말은 맥도날드가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방식과 비슷했다.
▲ 알바노조 페이스북에 올라온 맥도날드 크루의 급여명세서 "기본시급5680원. 수당포함 실제 받는 시급 대략 8850원."라고 쓰여진 말은 맥도날드가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방식과 비슷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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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는 해당 보도자료에서 "전체 크루 1만8000여 명 중 93%의 평균 시급은 주휴수당 등을 포함한 7천 원~9천 원 이상"이고, "야간, 연장 등의 추가 근무를 하지 않아도 월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사이의 소득 (월20일, 하루 7~8시간 근무 기준) 달성"할 수 있으며, "기본 시급을 받는 크루는 약 7%이며, 이들은 평균 하루 3시간(주 15시간) 미만의 낮 근무자"라고 했습니다.

맥도날드는 전체 크루(시급제 매장직원, 즉 아르바이트노동자)의 명수를 1만8천여명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맥도날드는 자신들이 고용하고 있는 크루의 명수를 밝힌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수치는 중요합니다. 전국적으로 맥도날드 매장은 400여개가 있습니다. 매장 규모마다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한 매장에서 45명의 알바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중의 93%의 평균시급이 '주휴수당 등을 포함한 7천 원~9천 원 이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45명이 평균적으로 일하는 매장에서 41명의 알바노동자가 그렇게 받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1~2년 정도 성실하게 근무한 크루의 경우, 업무 및 근무 시간에 따라 매달 200만 원 이상을 받는 크루가 다수"라고 합니다.

그러나 알바노조가 입수한 한 직영매장에서 5년 가까이 일한 알바노동자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근무기간 동안 직급 (크루에서 트레이너로) 올라갈 때 100원 오른 것이 전부였습니다. 저희가 그분의 임금명세서를 분석해본 결과, 주휴·연장·연차 수당을 다 합쳐도 시급은 6200원~6400원 수준이었습니다.

알바노조가 페이스북에 올린 2차 점거시위를 예고하는 담벼락에 어떤 분이 자신의 임금명세서를 잘 펴서 스캔하여 올려두었더군요. 그는 이렇게 덧글을 달아두었습니다. "기본시급5680원. 수당포함 실제 받는 시급 대략 8850원. 계산해보시면 알겠지만 단 10원에 오차도 없이 칼같이 줘요. 거짓말에 속지 마세요... 여기에 퇴직금, 연차수당 다줘요"라고 말이지요.

이분의 급여명세서를 봤습니다. 근무시간 95.49시간 중에서 83.47시간을 야간에 일하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본사 주장대로라면 시급 7천원 이상 나오려면 심야(밤 10시 ~ 새벽 6시)에 일해야 합니다. 주휴수당과 야간수당을 포함해야만 7천 원을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알바가 얼마나 될까요?

맥도날드 크루 지원사이트인 맥 알바에 올라온 채용안내문
 맥도날드 크루 지원사이트인 맥 알바에 올라온 채용안내문
ⓒ 맥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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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채용사이트인 '맥알바'를 보면 여전히 크루의 시급에는 5580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알바노조가 이런 문제를 지적한  이후, 맥도날드의 일부 채용공고에는 '시급 6500원(주휴, 연차수당 포함)', '5580원+주휴수당=7,200원', '주간기본급 5,580원+월 60시간 이상 근무시 주휴수당 + 연차수당 + 휴일수당', '(라이더) 기본시급 5650원 + 배달 건당(400원) = 한시간 시급 7000원 이상 + 주휴수당'등의 표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맥도날드의 시급이 최저임금인 5580원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오늘도 말이지요.

한 구인구직사이트에 올라온 구인공고를 봐도 그렇습니다. 대부분이 시간당 5580원을 준다고 돼 있습니다. 물론 높은 시급을 써놓은 지점도 있지만, 이는 배달직을 구하면서 건당 수수료를 포함한 각종 수당을 합쳐놓은 것을 기재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맥도날드는 정확하게 최저임금만 지키는 곳입니다. 맥도날드의 시급이 대한민국 최저 수준이고, 맥도날드보다 낮게 주는 곳은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므로 즉시 시정조치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맥도날드는 "2년 이상 근무한 크루들은 법으로 고용 안정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고, 역시 일반 사무직과 동일한 승진, 교육의 기회 등 다양한 인사·복지 혜택 제공한다"고 했습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며 계약서 수정을 하다가'986년'짜리 알바 계약서를 쓴 곳이 맥도날드입니다(관련기사 : 맥도날드의 실체... '986년'짜리 알바 계약서).

"맥도날드 알바, 너무 불안정하다"

맥도날드에 처음 입사를 하게 되면 근로계약서를 쓰게 됩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원하는 근무시간을 쓰더라도 매니저는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실제 하루 몇 시간 일하겠다고 쓰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근무 스케줄은 1주일 단위로 새로 작성되기 때문입니다.

맥도날드는 보도자료에서 "크루 중에는 학생과 주부의 비율이 약 90% 달하는데, 이들은 학업과 가사 등을 함께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맥도날드를 일터로 선호합니다. 크루 80% 이상이 유연한 근무제 덕분에 학업, 가사, 다른 일 병행이 가능할 수 있어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알바들의 스케줄 권한은 전적으로 관리자에게 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을 정한다고 되어 있으나, 알바노동자가 매니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수단은 보장되어 있지 않아 원하는 근무시간을 제출하더라도 일하는 시간이 잘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여기도 여전히 시급은 5,580원
▲ 구인구직사이트에 올라온 맥도날드 구인 광고 여기도 여전히 시급은 5,580원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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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는 역곡점에서 2014년 9월까지 1년간 근무한 이가현 알바노조 조합원의 계약만료사유에 대해 '근무시간이 불규칙적이라 안정적인 인력운영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의 사실여부를 떠나 맥도날드는 매니저가 원하는 소위 '안정적' 근무시간을 알바가 채워주지 않을 경우 해고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또한 스케줄 조정은 노동자의 통제수단으로도 활용됩니다. 스케줄을 강제로 줄여 사실상 알바노동자의 퇴사를 강요한 홍제점의 사례에서도 한국맥도날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노동자가 '매니저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았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주장의 사실여부를 떠나 '매니저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스케줄을 줄인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맥도날드 알바 커뮤니티에서는 '스케줄을 매니저 마음대로 짠다', '수시로 바뀐다', '원래 계약한 시간과 전혀 다르다', '이 날은 안 된다고 했는데 스케줄을 넣어놨다'는 등의 불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8일, 맥도날드 2차 점거를 합니다

알바노조는 28일 맥도날드 매장 2차 점거 시위를 합니다. 맥도날드는 점거시위를 하겠다는 알바노조 페이스북 담벼락에 있는 덧글 중 일부를 보도자료에 짜깁기로 인용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맥도날드를 경험해 본 전현직 크루들은 회사가 직원들을 위한 복리후생을 충실하게 실천한다고 증언"했다고 하더군요.

"거짓말에 속지 마세요, 기본시급은 물론 연차수당 다 줘요."
"우리 맥도날드 같은 꿀알바 없는데. 개인 스케줄 다 봐가며 휴식, 퇴근 칼 같이 지키고 10원도 안 떼먹는 꿀알바."
"시급 딱딱 맞춰 주고, 4대보험에다가 휴식시간에다가 매니저님, 점장님 전부 사이 좋고, 부당해고 없고 꺾기 없고 얼마나 좋은데 왜 그러는 걸까?"

정말로 그런가요? 이렇게 담벼락의 덧글도 열심히 보고 있는 한국맥도날드에서 일하면서 부당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알바노동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부당함을 이야기하면 스케줄이 줄어드는데 바른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알바노조는 이러한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고, 맥도날드 크루들의 시급을 인상하고, 부당하게 해고된 이가현 조합원의 복직을 위해 행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구교현 님은 알바노조 위원장입니다. ( http://www.alba.or.kr 02-3144-0935 )



태그:#알바노조,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노동조합, #매장점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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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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