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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 기사를 올리기 전에, 꼭 먼저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큰아들이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다. "이런 신세계가 있는 줄 몰랐다"며 요즘은 술독에 빠져 산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비틀거리며 들어와서는 소파에 큰 대자로 뻗으며 "마더, 꿀물 좀요..."한다. '얼라리요?'하면서도 싫지는 않다. 세상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술에 온정신을 빼앗기진 말라 조언한다. 조절할 수 있는 이성은 남겨두라고 말이다.

아들에게 먼저 기사를 읽어보라고 하면 피드백을 해준다. 여긴 좀 어색하고, 어렵고,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고 등... 아들에게 받는 피드백이 참 좋다. 벌써 커서 그런 말들을 해줄 수 있음에 고맙다.

참 나쁜 엄마였던 나, 아이에게 미안했다

그런데 이 아들이 내겐 참 미안한 아들이다. 둘째도 마찬가지지만 첫째이기에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엄격하고, 남과 비교하고, 감정 기복 심하고, 불안해하고, 체벌하고 등등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만 하는 그런 엄마였다.

특히나 교육에 있어서 그랬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는 생각까지는 좋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효과를 보았다고 나오는 새로운 학습법들에 혹해 오히려 더 아이를 힘들게 했다.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책 속의 아이와 비교하는 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다 감정조절 못하고 아이를 다그칠 때면 뭐라 대꾸도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던 마음 여린 아이였다. 친구들과 나쁜 장난을 했다는 오해를 받고 혼이 나면서도 내게 한마디도 못하고 다 받아들이던 순한 아이였다. 그런 줄만 알았다. 그 순간 여리고 순한 우리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얼굴이 눈빛이 얼마나 괴물 같은지는 알지 못하고 말이다.

밝았던 아이가 점차 주눅이 들고 소심해졌다.

나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는 코를 씰룩거리는 '틱' 장애가 왔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람인지라 한 번에 변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잘 참다가도 어느 한순간 다시 폭발하면 '도돌이표'처럼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럴 땐 그것밖에 안 되는 나를 자책하고 비난했다. 아이의 눈빛에서 '그럼 그렇지'하는 체념이 보이는 것 같아 더 괴로웠다.

그런 과정이 되풀이될 때마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밑바닥까지 가서야 꾸며내지 않는 아이의 온전한 장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끈기 있고 한결같은 아이. 그런 아이에게 빠르게 습득하기만을 원했으니 엇박자가 나는 건 당연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처음부터 시작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아이들을 대해야 하는 방법들을 써놓고 부모 되기 교육이나 책 등을 찾아 읽고,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부모가 되는 교육을, 부모 되고 한참 지나서 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을 지내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두가 변해 있었다. 틱이 사라진 아이의 표정 또한 밝아졌다. 집에선 목소리 키울 일이 없어졌다. 어느 장소에서건 아이들과의 대화가 자연스러워졌다. 그런 경험 덕분인지 심리 쪽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알게 되면서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니 죄책감이라고 해야 옳았다. 어렸을 적 상처가 무의식에 남아 부적응현상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마음 말이다.

기사를 읽어보게 할 때 마다 마음에 걸릴 때가 있다. 써놓은 글대로 내가 살고 있나 의문이 들 때이다. 글로는 그럴듯하게 써놓고 행동은 그렇지 못하다고 아들이 생각할까봐 두려워진다.

최근에 문자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가 가식적으로 보이진 않니?"
"왜요? ㅎㅎㅎ 초등학교 땐 요."
"허걱, 찔려서 그런다."

다음 아들의 문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잘 커서 대학생도 되었는데 무엇을 더 걱정하세요."

나에게 힘이 되는 아들의 말이다.


태그:#틱장애, #자식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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