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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2013년 7월 23일 울산 울주군 청량면 온산로에 있는 홍명고등학교 앞에서 교육청의 특별감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2013년 7월 23일 울산 울주군 청량면 온산로에 있는 홍명고등학교 앞에서 교육청의 특별감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전교조 울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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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가 "울산의 대표적인 비리 사학"이라고 지목하며 지난 2000년부터 십수 년째 이사장과 싸워온 학교법인 태화학원 '울산 홍명고등학교'가 존폐 기로에 섰다. (관련기사 : 돌아온 재단 이사장... 전교조는 '특별감사' 요구)

홍명고는 지난 2년 동안 신입생을 받지 않아 현재 3학년만 등교하는 초유의 학교가 됐다. 여기다 홍명고 건물의 안전 진단 결과, 건물 일부의 안전성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지난 25일 확인되면서 홍명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1·2학년 없고 3학년만 있는 학교

울산 홍명고(재단 태화학원)는 지난 1989년 이아무개 이사장이 울주군 청량면 온산에 세운 일반고다. 홍명고는 석유화학공단이 인근해 소음과 공해, 모기 등의 열악한 교육환경과 교통 불편까지 겹쳐 학생들이 기피하는 1호 학교로 손꼽혀 왔다.

홍명고 이사장과 전교조의 싸움은 지난 2000년 시작됐다. 1999년 11월 완공된 학교 체육관에 대한 울산시교육청 정기감사에서 총 공사비 10억5000만 원 중 4억3000여만 원을 이 이사장이 횡령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에 전교조는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이아무개 이사장은 지난 2001년 구속됐다.

이후 이 이사장이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홍명고 사태는 해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이 이사장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2011년 이사장으로 복귀하면서 홍명고 사태는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사장 복귀 뒤 태화학원은 3년 전 있었던 일을 문제삼아 지난 2013년 7월 홍명고에 근무하는 전교조 교사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징계는 그해 11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징계 취소 결정을 받았다.

그동안 홍명고에 대한 학부모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에 나서 지난 2011년 7월 '학교부지를 매각한 뒤 홍명고를 이전하고, 해당 부지는 용암일반산업단지에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홍명고는 인근 울주군 천상지역으로 학교이전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2014년도 신입생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은 불발됐고 2, 3학년만 등교하는 비정상적인 형태가 됐다. 여기다 2015년 신입생 선발 방식을 두고 홍명고와 울산시교육청의 갈등이 빚어져 2015년 신입생도 받지 못했다. 결국 현재 3학년만 남게 된 것이다.

결국 건물 면적 1만166㎡ 지상 6층 건물인 홍명고에는 현재 3학년 학생 205명만이 등교하고 있다. 47명이던 교사도 23명만 남고 나머지는 지역의 공립학교에 파견 나간 상태다.

홍명고 안전 진단 결과, 일부 건물 안전성 '매우 심각'

건축물 안전 진단 결과 학교 본관동 4층과 전산기계실, 5층 옥상 난간대가 매우 불안한 상태임이 확인된 울산 홍명고
 건축물 안전 진단 결과 학교 본관동 4층과 전산기계실, 5층 옥상 난간대가 매우 불안한 상태임이 확인된 울산 홍명고
ⓒ 최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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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25일 홍명고에는 또 다시 반갑지 않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학교 건물 안전 진단 결과 일부 건물 안전성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최유경 의원이 25일 울산교육청으로부터 보고받은 홍명고 건축물 안전 진단 결과에 따르면, 이 학교 본관동 4층과 전산 기계실(증축부위), 전산기계실 및 5층 옥상 난간대가 매우 불안한 상태임이 확인됐다.

최유경 의원 발표에 따르면, 홍명고의 자체계획과 재원으로 전문 안전진단기관에 의뢰해 지난 2월 2일부터 3월 13일까지 약 40일간 학교 건물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본관동은 콘크리트 강도(10.2MPa∼10.8MPa)가 매우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상 4층의 일부 구간은 중성화로 성능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해당 교실을 사용을 할 수 없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학교측은 현재 학생과 교사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또 이 학교 방송실과 인쇄실을 겸해 사용중인 전산 기계실은 기초 침하로 본관동과의 접합부에서 이격이 발생하고 누수 현상이 발견됐다. 전산실과 5층 옥상 난간대도 균열과 전도 우려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유경 의원은 "27년 밖에 안된 홍명고 본관동이 현재 매우 위험한 상태이며 준공일로부터 11년 밖에 안 된 전산기계실마저 지반 침하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부실한 공사 관리 감독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명고 건축물 안전성이 매우 심각한 상태가 드러난 만큼 신속한 안전관리조치가 필요하다"며 "장기적 세밀한 안전진단을 바탕으로 전면 개보수나 학교 이전 등 종합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250여 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심각한 안전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교육청의 조치사항 및 향후 대책은 미온적이며 학교 자체 안전관리와 보수계획에 의존하고 있다"며 "울산교육청은 그동안 학교 측과 대립해 왔던 200여 명의 내년도 신입생 선발방식을 결정하기에 앞서 철저한 안전진단 조사와 안전관리대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울산지부 권정오 지부장은 "홍명고를 정상화하는 것은 학교 이전이 최상이지만 현 학교 재단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며 "해결책은 이사장이 즉각 퇴진하고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홍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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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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