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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자에도 없던 욕을 먹었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 필자는 팔자에도 없던 욕(?)을 먹었다. 그 당시 우연히 EBS 환경 다큐멘터리 <당신의 캠핑은 몇 g입니까?>를 시청했고, 그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였는데 그 리뷰가 문제를 발생시켰던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전기장판, 영상기기, 탁자... 왜 캠핑하세요?'라는 기사로 발행된 리뷰는 제목에서도 보듯 캠핑문화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기사였다. 욕은 주로 기사가 걸린 네이버에서 먹었다.

방송에 대한 평가를 전면에 내세운 기사였지만 그 이면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캠핑에 대한 명암을 필자의 시각으로 써내려갔다. 일단 캠퍼들의 과다 장비에 대해서 비판했다. 이삿짐처럼 엄청난 짐을 싸들고 다니는 캠퍼들의 과다 장비가 부적절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로는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 비판했다. 단순히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방식으로 큰 흐름이 잡혀가는 캠핑 문화가 안타까웠기 때문에 그렇게 작성한 것이다. 

당신의 캠핑은 몇 g입니까?
▲ EBS 당신의 캠핑은 몇 g입니까?
ⓒ EBS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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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장에 왜 전기장판이?

<당신의 캠핑은 몇 g입니까?>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듯 필자의 기사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특히 장비 부분에서는 캠퍼들끼리 댓글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기까지 했다. 몇몇 댓글들에서는 노골적으로 필자의 시각을 비판하고 있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다.

'캠핑장에 전기장판이 왜 필요하냐'는 필자의 지적에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랬다며, 역공을 가하는 댓글이었다. 아이들이 캠핑 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야영장에 가야 했고, 그러려면 전기장판이나 난로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댓글이었다.

이외에도 필자에게 날카롭게 항변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시대가 변한만큼 캠핑도 변했고, 그 변화를 제대로 부흥하지 못하는 건 필자라면서 이런 댓글을 남기는 누리꾼도 있었다.

"당신이야 말로 당신의 캠핑은 안녕한지 물어보고 싶다..."

이런 비판적 댓글들을 모아서 정리하고, 그에 대한 반론을 담아 후속 기사를 작성해볼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아이들 핑계는 대지 말자. 전기장판, 난로, 선풍기, 냉장고까지 다 갖춰진 캠핑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캠핑이란 원래 그렇게 다 풀세트로 갖춰 놓고 하는 걸로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반론을 하려다가 괜히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접은 것이다. 또한 '어디까지가 시대변화에 따른 캠핑인가?'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주저한 측면도 있었다.

‘전기장판, 영상기기, 탁자... 왜 캠핑하세요?’ 기사에 달린 비판 댓글. 네이버 화면 캡처
▲ 네이버 ‘전기장판, 영상기기, 탁자... 왜 캠핑하세요?’ 기사에 달린 비판 댓글. 네이버 화면 캡처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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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텐트 방염처리가 능사가 아니다

필자가 이렇게 1년 만에 후속기사를 작성하는 이유는, 지난 22일에 발생한 강화도의 글램핑 캠핑장 화재 때문이다. 사상자가 무려 7명이나 발생한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필자는 경악했다.

이 사건은 장비나 시설 같은 외형적인 면은 최상급이지만 안전이나 매너 등과 같은 무형적인 면은 낙제점인, 우리 캠핑 문화를 직설적으로 보여준 인재였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텐트의 방염처리 유무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었지만 그런 접근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여겨진다.

사건을 담은 CCTV 화면에서도 보듯 발화는 텐트 내부에서 발생했다. 내부에서 화재가 시작됐다면 텐트의 방염처리는 의미를 잃게 된다. 내부에 있었을 옷가지, 배낭, 전자제품, 놀이기구 등등... 모든 것들이 방염 처리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방염처리가 언제까지 제 기능을 하는지도 의문이 든다. 추위와 더위, 또한 강풍과 폭우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방염처리 기능이 제 구실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짐을 줄이는 것이 가장 상책이라고 판단한다. 전자제품을 쓰지 않으면 합선의 염려를 덜 수 있다. 난로를 챙기지 않으면 화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토캠핑장
▲ 캠핑 오토캠핑장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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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가 변해도 캠핑의 기본정신은 변하지 않는다!

다른 사고도 짚어 보자. 2014년 2월에 텐트 안에서 난로를 켜고 자던 일가족이 질식하여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또 11월에는 역시 텐트 안에서 난로를 켜고 자던 부부가 질식사하기도 했다. 이렇듯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지는 건 동계캠핑의 발달과 맞물려 있다. 사실 동계 기간에 캠핑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난방기구의 발달이 동계캠핑의 대중화를 촉진시켰고 그에 따라 질식사고 같은 인명피해도 증가하게 됐다.

겨울에는 춥다고 전기장판 깔고 화목난로를 피우고, 여름에는 덥다고 선풍기 돌리고 냉장고 사용하고. 그러려면 차라리 펜션이나 민박집에서 느긋하게 일박을 하는 게 낫지 않나? 갖출 거 다 갖추어서 하는 캠핑은 그저 도시생활의 연장일 뿐이다. 시티 라이프의 안락함을 옮겨 오는 캠핑은 자연과 벗 삼는 게 아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하여 필자는 결론을 내렸다.

"과도한 장비가 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캠핑을 즐겨라! "

시대 변화에 대해서도 정리가 됐다. 

"아무리 시대가 변화했다고 하더라도 캠핑의 기본은 바뀌지 말아야 한다. 시대가 변했다고 한옥 체험 하는데 더블 침대를 갖다 놓을 것인가?"

취침 전에 화재 염려가 있는지 텐트 주위를 살펴보자. 바비큐 통에는 불씨가 남아 있을지 모르니 물을 뿌리자. 캠핑장에서 불꽃놀이도 하지 말자. 소음이 발생할뿐더러 화재 염려도 있고, 자칫하면 타인의 텐트에 손상이 가해질 수도 있다. 난로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너무 유난을 떤다고 하지 말자. 트레킹이든 캠핑이든 아웃도어 활동의 제일 덕목은 안전이기 때문이다. 힐링을 하기 위해 떠난 길에서 사고를 당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에 참사를 당한 분들의 명복을 빌면서 글을 마친다.

덧붙이는 글 | 길 위의 인문학 역사트레킹
http://blog.daum.net/artpunk



태그:#캠핑, #당신의캠핑, #캠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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